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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Apr 15. 2020

나의 최대 관심사 히키코모리.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내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들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사람과의 연락을 끊고 최대한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간다. 아니 오히려 이어나가기보다는 살아 있으니 숨 쉬고, 존재하니 살고 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이들에게 난 관심이 많다. 내가 그러할 조짐이 몇 번 보였기 때문이다. 22살 초 미대 입시에 떨어지고 나서 29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생활방식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그 이유는 각자가 모두가 다르겠지만 몇 가지 큰 공통사항이 있다면 삶의 의욕 즉 의미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그 의미라는 것이 참으로 묘하게 사람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생기를 불어다 주며 해내지 못할 것이라 여겨지던 것들을 해낼 수 있게 해주는 엔진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때 그 엔진이 고장 나면 즉시 이상 반응이 생긴다. 


사람의 감각은 점점 무뎌지고 매사가 의욕이 없다. 밥을 먹던 누군가와 함께 있던 다 무의미해 보인다. 실제로 그 무기력감이 절정에 달았을 때 나 또한 침대에 몇 시간이 누워서 시간을 죽인다. 의미를 잃어버린 인간은 존재 자체가 너무나 가벼우므로 자신의 허기진 공허함을 너무나 명확하기에 고통은 배가된다. 그렇기에 흘러가는 시간을 죽이고자 어느 하나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게임이 될 수 있고 영화가 될 수 있다. 절대로 그 게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 허기진 공허함과 피폐해진 정신이 온전히 자신을 감당할 수 없어 매달릴 곳을 찾는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기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대한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Ellen S. Delaney, DePaul University;2018) 삶의 확고한 의미를 갖고 있는 청소년들은 스트레스 환경에 있어서 완충재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으며 우울증과 같은 질병에서 비교적 안전할 수 있었다. 즉 우리에게 있어 목표이자 자신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우리에게 있어서 스트레스 상황에 맞설 수 있게 해 주며 더 나아가 명확한 목적의식과 적절한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활력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하여 지금 당장 언어적으로 형이 사학적으로 내 삶의 의미는 이것이라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다. Man’s search for meaning의 저자 빅터 프랭클린의 조언에 따르면 의미에 대한 해답은 행위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추상적인 말과 언어로 의미를 찾았다 오해하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통해 그 의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요번에 찾아온 무기력감은 이전에 겪었던 경험과 그전에부터 읽었던 방법론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나의 감정은 환경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기에 최대한 부정적 환경에서 멀어져야 하는 것이 2번째이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철저하게 인정하고 믿을만한 사람 혹은 전문가에게 자신의 이상 신호를 보낸다. 절대로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리고 자신의 내적으로 곪아있는 상처와 환부를 타인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의 심적 상태를 설명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의 문제를 객관화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천천히 밖으로 나와 햇빛을 받아야 한다. 몸을 움직이고 햇빛을 받으며 환경적으로 어두운 방 안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낮과 밤이 바뀌어 있다면 생활 방식을 바꿀 수 있는 하루에 중심이 될만한 활동을 시작한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인 운동, 여가생활, 심지어 게임을 해도 상관없다 생각한다. 즉 자신의 생활패턴에 중심 즉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규칙을 하나하나씩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 자신의 기준을 만듦으로써 하루를 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차근차근 만들다 보면 무기력과 우울증으로부터 나아질 수 있다. 


이 짧은 글이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철인으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은 누구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으면 누구나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 홀로 외로이 방 안에서 마지못해 사는 사람들을 천대하거나 손가락질로 나무라서는 안 된다 생각한다. 너도, 나도,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불안감 우울이 언제 어디서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와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   

김응신 2020, 외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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