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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Apr 28. 2020

자수성가 청년. 자청. 그리고 나.

학습된 무기력. 


몸 상태도 정신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다. 오늘은 새벽 5시까지 웹툰을 보다가 잠들어 1시에 기상했고 오전 온라인 수업을 넘겨버렸다. 이것저것 인터넷을 돌아다니니 어느새 오후 4시가 되었다. 분명 어제만 해도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점차 나아지는 것 같았으나 그냥 우울한 감정이 몰려와 복잡하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회피하고 싶은 욕구가 커 결국 이지경에 이르렀다. 아마 과거 부품 꿈을 안고 있던 내가 지금의 모습을 보면 한탄스럽게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누군가 독일에서 뭐 했냐고 물어봤다면 “방 안에 있었어요.”라고 답할 것을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온다. 그러던 와중에 유튜브 중독자 생활답게 유튜브를 보다가 자청이라는 유튜버를 알게 되었고 그가 말하는 큰 맥락은 “책을 통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였다. 그 소리를 너무나 지겹게 들었기에 반신반의했으나 분명 어린 시절부터 책을 자주 접하고 읽어왔기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로부터 나를 객관화시키고 정리되지 않던 감정과 응어리를 정제하는 기능이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사업을 진전시켰고 그의 ‘삶’을 변화시켰다. 


나도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우울하게 방안에만 있는 이유와 점점 더 깊은 우울감 속에 빠져 가는지. 과거 책을 통해 배운 내용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내게 주어진 환경과 나를 바꿀 수 없다는 강력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란 것을. 


정확하게 실험 조건은 기억나지 않으나. 전기를 통한 자극과 생쥐의 반응 실험이었다. 철장 안에 갇혀 있는 생쥐에게 예측할 수 없이 무작위적인 전기충격을 가했을 경우와 버튼을 눌러 전기자극을 멈출 수 있는 환경을 줬을 경우 같은 전기자극을 받았을지언정 스스로가 외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가진 쥐는 주어진 스트레스 상황에서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즉 나는 학습된 무기력에 걸리고 말았다. 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상황과 독일에서 방 안에서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이 도저히 개인이 통제 가능하지 못하다는 강력한 믿음과 학습으로 날 무기력에 처넣은 것이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자청의 블로그를 읽다 보니 든 생각 이건대 올해 초 독일에도 코로나가 위협이 될 것이라는 위험의 신호는 끝없이 오고 있었다. 대비하지 못한 것은 나이다. 언제나 온라인을 통한 학습과 더불어 자신의 개인 시간을 통해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은 코로나 이전이나 이후나 다를 바가 없다. 그저 내가 만들어낸 환상으로 나를 가두어 두고 무기력과 우울감이라는 감정으로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지금 이 시기가 내 껍데기와 같은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한 긴 겨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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