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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Jan 08. 2021

나를 나 답게 만드는 것들

오랜만에 독서  후기. 

*이 글은 체인지그라운드 씽큐베이션 활동으로 적은 글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을 준 것 같다. 다만 그 되돌아보는 시간이라는 것이 꽤나 충격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과거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솔직히 떨떠름하기 그지없었다.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 서적이라 보는 것이 맞다. 다만,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당신의 뇌를 고칠 수 있다’ 및 다른 심리학 서적에서 지겹도록 본 정보가 있어서 좀 실망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다. 언급된 연구들이 정말 좋은 연구 결과이기에 언급되는 것이며 반복되는 노출 효과로 더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위 내 기준의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특히, 더 이상 ‘마쉬멜로우’ ‘쥐 파라다이스’ 효과에 대해서 듣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대학교 과제, 자기 계발 강사, 각종 미디어와 개인적 조사까지 이만하면 이 인용문들을 그만 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분명 책에서 시사하는 바는 꽤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인간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선천적 한계에 대해서 명확히 걸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특히나 사람마다 각기 다른 유전적 차이로 인해서 음식물 섭취, 성격, 질병, 수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과로 나타나는 흥미로운 연구와 사실은 이 책의 진면목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진면목을 현대 과학의 ‘후성유전학’을 통해서 그 값어치가 드러난다. 


 이 책에서 유전자 변이로 차이로 인해서 생물학적 특징이 변하는 사례들을 언급하자면 병정개미와 일꾼개미의 유전적 특정을 변화시키자 태생적으로 주어진 생물학적 역할이 뒤바뀌는 실험, 빈곤과 가난을 겪은 세대의 다음 세대는 같은 음식의 양일지라도 더 많은 영양을 축적하는 유전자가 발현된다. 다만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유전적 성질은 비만을 부르게 하는 원인이된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전반적 사회적 문제들 범죄, 결혼, 질병 등과 같은 문제점에서 ‘후성유전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 


그 새로운 관점에서 유독 눈에 들어왔던 것은 임신 중 산모가 환경에 따라서 태아의 유전적 DNA의 염기서열에서 메틸화를 통해서 특정 행동을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메틸화라 함은 특정 유전적 성질을 억제시키는 것이라 요약할 수 있다). 건강을 해치는 담배,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영향, 범죄와 유전적 성질 등 그 수많은 자료를 이 후기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가장 중요한 연구라 생각하는 한 가지가 이 모든 것들을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2013년 에모리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케리 레슬러는 체리향이 나는 아세토페논 향을 전기충격을 수컷 쥐들에게 가했고 쥐들은 후천적 학습을 통해서 체리향이 위험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 체리 냄새를 두려워하지 않는 암컷과 짝지어 주었다. 다만, 놀라운 점은 이러한 학습된 공포가 DNA에 각인되어 후세에 전달된 것이다. 소위 체리 수컷의 2세는 체리 냄새에 강화된 공포 반응을 보인 것이다.


포유류 쥐와 인간이 동일한 결과 값을 가질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비약일 수 있으나. 이 사실로 미루어 보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특정 요인의 각인된 공포가 후세에 전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결국 내가 어떠한 건강상태이며 어떠한 심리상태인지에 따라서 나의 유전자가 후세대의 ‘생존’이라는 목적에 따라서 프로그래밍을 달리 한다는 이야기다. 


 책의 구절을 읽다가 떠오른 개인적 예를 들자면, 근래에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하던 중 약간의 우울증 증상을 겪은 적이 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과 홀로 외로이 지내야 했다는 환경적 요인이 분명 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다 나는 만성적 소화질환 또한 가지고 있다. 우유 및 유제품 그리고 밀가루 음식에 특히나 취약하며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에 따라서 염증반응으로 인해서 목 주위에 여드름과 모낭염이 올라오고는 한다. 거기다, 조금만 밥을 늦게 먹거나 소화가 안된다 하면 위에서 물소리와 함께 일상생활을 이어 갈 수 없다. 소름 돋게도 정확히 책에서 나의 우울증의 상관관계와 유적적 관련성을 언급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소화관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고, 그 역도 성립한다. 최근의 연구에서 미생물 총이 세로토닌 생산에 중요하다는 암시가 나왔다. 장내 미생물 총이 기분과 긴밀히 연결된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기에 소화와 관련된 영양제 및 다양한 약품들을 알음알음 알게 되어서 하루에 먹는 알약만 해도 가짓수가 꽤 된다)


 분명 이 책에서 시사하는 유전적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례들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다만 그 ‘후성유전학’이라는 큰 맥락에 맞게 책의 줄기를 더 이끌어 나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반부에 이르러서 정치적, 종교적 주제에 이르며 책의 주제가 너무나 급격하게 널뛰기를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분명 유전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체인지그라운드 #씽큐베이션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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