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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un 17. 2020

[올 더 머니 (2017)]

끔찍이 아꼈던 '내 것'은 혈육이 아니었다.

우리는 '몸값'이란 단어를 생각보다 쉽게 접한다. 프로 스포츠의 선수들의 가치는 '몸값'이라는 단어로 측정되며 그 몸값을 지불해 선수들의 적을 옮긴다. 한 선수에게 지불되는 천문학적인 금액은 이제는 새삼스럽다. 하지만 그 '몸값'이 생명이 달려있다면, 천문학적이더라도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천억 정도 있고 비슷하게 값을 요구한다면 지불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 딜레마, 어쩌면 핏줄보다 돈이었던 그 남자의 이야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올 더 머니 (All The Money in the World (2017))》다.

게티 3세 (찰리 플러머) ⓒ imdb.com

감독 : 리들리 스콧

장르 : 범죄, 드라마

개봉 : 2018.02.01.

시간 : 132분

연령제한 : 15세 관람가

국내 관객 수 : 70,310


이후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1973년 로마, 존 폴 게티 3세 (찰리 플러머)는 납치된다. 하지만 그의 할아버지이자 장 폴 게티 1세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석유 사업으로 떼돈 번,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부호지만 납치된 손자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에게 몸값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엄마 게일 게티 (미셸 윌리엄스)는 1,700만 달러 (현재 가치로 1억 달러, 한화 약 1,207억)를 달라는 전화를 받고 놀란다. 시아버지에게 부탁하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돈이 없다"라고 말할 수밖에.

게티 1세 (크리스토퍼 플러머)와 플레처 체이스 (마크 월버그) (왼쪽부터) ⓒ imdb.com

 존 폴 게티 2세 (앤드류 부찬)는 서먹서먹한 아버지에게 자존심을 굽혀가며 일자리를 부탁했다. 다행히 아버지가 "로마로 오면 일자리를 주겠다"라고 하면서 게티 2세와 해리스는 아이들과 함께 로마로 향한다. 


 로마에서 게티 3세는 할아버지와 소소한 추억을 쌓는다. 돈과 관련된 기억과 추억들, 1세는 '게티'와 '돈'에 대한 모든 것을 손자와 나눈다. 한편 게티 2세는 술과 마약에 쩌들어 여색 (女色)에만 미쳐 살게 되고 게일은 이혼 소송과 함께 게티 3세를 데려가고자 한다. 다른 소송비용은 필요 없고 단지 양육비만 필요하다는 조건으로 게일은 아들을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다시 1973년. 게티 1세는 기자회견에서 1,700만 달러를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게일 해리스는 게티 1세를 보러 영국 자택으로 향한다. 게티 1세는 게일을 만나지 않고 전직 CIA 요원인 플레처 체이스 (마크 월버그)에게 자신의 '특별한' 손자인 게티 3세를 데려오라고 부탁한다. 최대한 "돈 안 들게". 그렇게 게일은 플레처와 함께 로마로 돌아간다. 

플레처 체이스 (마크 월버그)와 게티 1세 (크리스토퍼 플러머) (왼쪽부터) ⓒ imdb.com

 납치범 친콴타 (로망 뒤리스)는 게티 3세를 협박해 게일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 "돈을 주지 않으면 다음에는 손가락을 같이 보낼 것"과 같은 과격한 방식으로도 써보지만 게일에게는 돈이 없고 게티 1세는 돈을 줄 생각이 없다. 체이스는 게티 3세를 납치했다는 프롤레타리아 집단과 협상을 하면서 게티 3세가 유괴 자작극으로 게티 1세의 돈을 좀 얻어보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체이스는 이를 게티 1세에게 알렸고 게티 1세는 배신감과 함께 돈을 절대 주지 않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한편 로마 경찰은 게티 3세의 시신이라고 제보받은 것을 게일과 체이스에게 보여주는데 게티 3세가 아닌 납치범 일행 중 한 명임을 알게 되고 추적에 들어간다. 아지트를 급습하는 데 성공했지만 게티 3세는 없고 일행은 총에 맞아 죽으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지 못했다. "팔아넘겼다"는 말이 마지막. 체이스는 이를 알게 되면서 자작극이 아님을 게티 1세에게 알렸고 "여웃돈이 없다"는 게티 1세의 말을 들으면서 실망하게 된다.

게티 3세의 어머니, 게일 게티 (미셸 윌리엄스) ⓒ imdb.com

 친콴타는 아이를 넘기면서 조직에 들어갔고 체이스가 과감하게 협상하면서 7백만 달러로 타협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게티 3세는 자신이 갇힌 곳에 불을 내면서 도주로를 만들었고 친콴타는 그 모습을 보았지만 불을 끄는 데에만 집중했다. 게티 3세는 히치하이킹에 성공하면서 주민의 집에서 엄마 게일에게 전화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조직원들은 게티 3세를 찾아냈고 게티 3세의 귀를 잘라 게일에게 보내면서 몸값을 요구하는 방법까지 이르렀다. 


 신문사에 게티 3세의 귀가 실렸고 이를 게티 1세에게 1,000부나 보낸 게일은 결국 게티 1세가 몸값을 지불하겠다는 말을 듣게 된다. 게티 1세와 법률팀은 양육권과 몸값 '소득공제'를 이야기한다. 소득 공제가 되는 돈을 '빌려주기만' 했고 몸값은 400만 달러까지 떨어졌지만 빌려준 돈은 100만 달러밖에 안된다.


 체이스는 게티 1세의 신물 나는 태도에 더는 응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그를 강력하게 비난했고 그 덕분이었을까, 게티 1세는 더 떨어진 몸값인 330만 달러를 모두 내주면서 본격적인 교환을 시도한다. 교환의 현장, 돈은 넘겨졌지만 게티 3세가 도망가면서 문제가 커지고 경찰을 데려왔다는 것에 분노한 조직원들은 게티 3세를 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친콴타가 구해주면서 게티 3세를 구해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게티 1세의 별세. 가족 신탁으로 모은 돈을 골동품과 같은 곳에 투자했다는 것을 게일이 알게 된다. 졸지에 후계자가 된 게일 게티와 게티 3세. 애증이었을까, 게일은 게티 1세의 얼굴이 새겨진 조각상을 보고 치를 떤다.

게티 3세의 실제 모습과 젊었을 때 모습 ⓒ pinterest.com

 이 영화는 실화다.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았던 게티 1세는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구두쇠였고 현재는 '게티이미지뱅크 (Gettyimagesbank)'와 LA의 게티 센터로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절약하기 위해 손님을 위한 공중전화를 배치한 게티 1세는 게티 센터에서는 한 푼도 못쓰게 막아놓았다. 주차료 외에는 전부 무료. 볼 수 있는 작품들은 빈센트 반 고흐의 아이리스 (Irises), 렘브란트의 웃는 렘브란트 (Rembrandt Laughing) 등이 있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초기작뿐만 아니라 사진 작품들도 있다. 말 그대로 종합 문화 예술 센터다.


 그렇지만 게티 가(家)는 장 폴 게티의 저주로도 유명하다. 게티 1세와 관련된 가족, 지인들은 게티 1세가 별세한 이후로 비극을 맞이했다. 당장의 게티 3세는 16살 때 유괴당하고 귀가 잘린 이후 정신 착란으로 인해 마약에 의존하다가 24살의 나이에 실명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휠체어에 의존한 채 살다가 2011년에 사망한다. 또한 게티 1세는 다섯 번 결혼해 4명의 아내로부터 5명의 아들을 얻었는데 한 명은 12세에 자살했고 나머지는 손자들까지 마약에 빠지면서고통 속에서 살았다.



- 액수를 셀 수 있다면 억만장자가 아닐 테죠

- 모든 건 제값이 있어. 인생의 가장 힘겨운 싸움은 그 값이 뭔지 알아내는 씨름이란다.

- 내 혈육이야. 내 것이라고. 그들이 훔쳐갔지...


 세상 모두가 알아주는 부자가 되었음에도 자기 자식에게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아니, 주긴 줬는데 쉽게 주지 않았다. 값어치를 하는지, 안 하는지, 결국은 제값을 해내는지 알아내기 위한 싸움을 길게 끈 것이다. 영화 초반, 게티 1세는 "돈 버느라 자식들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라고 말했지만 돈을 번 이후에도 그에게 여유는 없었다. 부와 여유는 정비례 관계라고 알려졌지만 더 벌고 싶어 했던 게티 1세는 여유를 돈으로 환산해 돈만을 바라봤다.

돈은 없지만 사람이지 않았던 친콴카 (로망 뒤리스) ⓒ imdb.com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서 '입체적 인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표리부동 (同)과는 다른 말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니 이 사건에서는 두 명의 표리 부동한 인물이 등장한다. 게티 1세는 돈은 많고 가족애도 커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가진 것을 다 내줄 정도로 사랑하지 않았을 수도, 혹은 당시 유행했던 유괴범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구두쇠의 발버둥에 가까웠다. 반면 유괴범 친콴타는 실제 납치범 중 한 명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부호의 씀씀이를 보고 처음에는 분노하다가 되려 게티 3세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실제론 엄마 게일을 위해 게티 3세가 다치지 않게 노력하고 돈과 교환할 때 게티 3세의 건강에 대해 조언해줄 정도로 마음이 따뜻했다. 돈이 없어 그렇지, 사랑은 가득했다.


 결국 끔찍이 아꼈던 건, '내 것'은, 혈육이 아니고 돈이었다. 친콴타도 돈을 끔찍이 여겼지만 '내 것'은 처자식이었을 텐데. 우리는 여전히 결핍의 세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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