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ward》 마법 같은 아빠보다 더 놀라운 엄마
나는 축복받은 아이였다. 어린 시절에 몸과 마음이 멀쩡했고 맞벌이로 아들 얼굴 볼 시간이 넉넉지 않았지만 그래도 얼굴 까먹기 전에 볼 수 있었던 부모님이 있었고 5살 터울의 누나는 배울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가정의 아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편부모 가정의 아이나 소년·소녀 가장 역시 '평범하게' 살 수 있기에.
감독 : 댄 스캔론
장르 : 판타지, 모험
개봉 : 2020.06.17.
시간 : 102분
연령제한 : 전체 관람가
국내 관객 수 : 157,930 (20.06.21. 기준)
이후의 내용은 설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막 16살 생일을 맞이한 이안 (톰 홀랜드)은 자신감이 부족해 늘 엄마의 걱정을 사는 남자 엘프다. 반면에 형 발리 (크리스 프랫)는 게임에 푹 빠져 살기는 하지만 늘 자신만만하고 당찬 남자 엘프다. 엄마 로렐 (줄리아 루이스드레이퍼스)은 이안의 16번째 생일 선물로 사별한 아빠 윌든이 아들들에게 주라고 했던 선물을 꺼낸다. 선물은 다름 아닌 피닉스 젬이라는 보석과 마법 지팡이, 그리고 주문서였다. 알고 보니 아빠를 단 하루 동안 부활시킬 수 있는 도구들이었고 발리가 시도해보지만 실패한다. 동생 이안이 발동하는 데 성공하지만 마법이 완벽하지 않았는지 허리만 남은 반쪽짜리 아빠가 등장한다.
혈육은 발만 봐도 아빠임을 알아본다고, 서로를 알아보는 눈치지만 이안과 발리는 완벽한 아빠를 데려오기 위해 피닉스 젬을 찾으러 떠난다. 엄마 로렐과 애인 콜트 브롱코 (멜 로드리게스)는 걱정하며 아들들을 찾아 나선다….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 신비로운 세계가 이 영화의 배경이다. 그렇지만 감독 댄 스캐론은 실제로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말하며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런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 이입하는 데 있어 어렵지 않다. 첫째는 보드게임인지 뭔지에 푹 빠져서 현생에 나오질 않고 둘째는 사춘기인지 아니면 아빠가 없어서 그런지 소심 그 자체다. 엄마 입장에서 두 아들을 모두 잘 키우는 과정도 어렵다. 어디론가 휙 하고 떠나버린 아들 둘을 찾는 것도 고되다. 신비로운 엘프도 인간적이다.
개봉한 지 얼마 안 돼 영화 내용의 대체적인 줄거리를 설명하긴 어려우나 이안의 성장 일기나 다름없다. 아빠를 그리워하고 헤매지만 24시간 정도밖에 보기 어려운 - 그마저도 대부분의 시간을 하체와 함께 했다 - 아빠보다 내 곁에 있어주고 늘 아빠 노릇 해준 형 발리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 어쩌면 둘째인 나보다 더 그리워했을 첫째 발리에게 아빠를 맞이하는 시간을 내준다.
이를 바라보는 엄마 로렐의 시각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애니메이션도 시대가 흐르면서 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주님 이야기만 가득했던 동화를 따왔다가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던 공주는 주체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왕자의 곁이 아닌 왕관을 향해 도전하거나 시대가 조여오던 '공주'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슈렉 (2001)》의 피오나 공주는 기념비적이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2020)》의 엄마 로렐도 기존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엄마'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탈피해냈다. 사별 후 애인이 있는 애니메이션은 처음 본다 (다른 애니메이션에도 있을 수 있다. 필자의 애니 끈이 짧은 바람에). 심지어 로렐은 애인이 경찰이고 켄타우로스라는 신화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애인에 의존하지 않고 아들들을 찾기 위해 직접 나선다. 영화적 표현을 빌리자면 "전사의 피가 가득한" 인물이다. 검을 뽑고 과감하게 적과 맞선다.
반대의 경우는 많이 봐왔다. 아버지의 새 애인, 새엄마라고도 불리지만 동화적으론 계모 (繼母)는 자주 봐왔다. 신데렐라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고" 장화, 홍련은 계모 때문에 이승을 떠도는 귀신이 되었다. 이처럼 계모는 동서양 안 가리고 빌런 (Villian), 악역에 가까웠고 나쁜 짓을 하더라도 아버지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했다. 이런 클리셰가 박혀 있던 동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로렐은 나름의 탈피한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는 대체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 단, 성인의 시각이라는 전제 하다. 마법과 신화 속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 용은 정말 현대적으로 귀여웠다. 아이디어에 대해 찬사를! - 현대적이라 막 엄청 유치한 건 아니다. 심지어 보다 보면 "아하하하"하고 웃을 수 있는 대사와 장면들이 나오곤 한다. 스물넷 먹은 내 입장으론 눈물이 찔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것도 단,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만 있을 때만이다.
온워드 (Onward)는 "앞으로 나아가는"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픽사는 외래어로도 사용되지 않아 친근하지 않은 이 형용사를 《토이 스토리 4 (2019)》 다음의 장편 영화의 제목으로 정했다. 그만큼 제목에 중요한 이유가 있었겠거니, 하고 보지만 사실상 부제에 대한 감명이 더 크게 온다. 24시간 동안 아버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시행착오를 겪지만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아빠만큼 소중한 사람을 기적처럼 알아챈다. 그렇게 더 나아가 성장한다, 그래서 온워드. 이렇게 마음 따뜻한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24살에 보게 되어 아쉬울 나름이다. 더 어렸을 때 보았더라면 더 소중하게 가족들을 대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