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 MADAM》 홍철 있는 홍철 팀
점심 메뉴를 고르다 보면 한 인간의 역사와 연대기를 한꺼번에 알아채곤 한다. 이건 어때- 난 어렸을 때 이래서 요건 별로, 그러면 저건- 대박, 너도 그거 좋아해? 나 예전에 어쩌고저쩌고. 성공적이었던 메뉴는 항상 알던 가게, 아는 메뉴, 뻔한 맛이었다. 해장 메뉴를 고르다 보면 각자 가지각색이지만 크, 이래야 숙취가 풀리지- 하는 메뉴는 하나씩들 있다. 그런 뻔한 메뉴, 알던 맛이 적재적소에 그립다. 《오케이 마담 (2019)》은 코미디, 액션의 그 뻔한 맛을 잘 우려내는 영화다. 그래서 이렇게 표현했다, 홍철 있는 홍철 팀.
감독 : 이철하
장르 : 코미디, 액션
개봉 : 2020.08.12.
시간 : 100분
연령제한 : 15세 관람가
국내 관객 수 : 1,030,494 (20.08.21. 기준)
이후의 내용은 설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시장에서 꽈배기 완판 사장님 미영 (엄정화)은 컴퓨터 수리 전문가 석환 (박성웅)과 딸 나리 (정수빈)와 오손도손 살고 있다. 한 푼 두 푼 아끼며 살아가는 미영네 가족은 오래된 세탁기도 고치지 않는, 그런 알뜰함을 가졌는데 어느 날 오로나민씨 경품으로 하와이 여행권이 당첨되면서 신혼여행 이후 첫 여행을 떠나게 된다.
운이 좋게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로 두 좌석 업그레이드되면서 미영과 나리는 비즈니스, 석환은 이코모니에 탑승한다. 비즈니스의 혜택에 톡톡히 누리던 미영은 공짜 땅콩에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을 찾는데 그 사이에 정체 모를 북한 남자들이 비행기를 하이재킹 하려 한다. 특공 무술로 제압당한 승무원들과 승객들은 한 곳에 몰리게 되지만 화장실에 있던 미영만은 혼자 남게 되는데, 화장실을 뒤지던 일행이 발견하며 제압하려 들지만 웬걸, 미영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낸다. 그렇게 기절까지 시키고 나서야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하이재킹의 배후를 알아채는데….
줄거리를 장황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반전이 되는 내용이 있는데 그게 이야기 중반에 나오고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큰 틀이 되는데 이를 알고 극장에 가면 재미가 없을 게 뻔하다.
영화는 과거 홍금보 제작의 《예스 마담 (1985)》의 제목을 오마주한 《오케이 마담 (2019)》은 한국 최초의 하이재킹 영화라고 홍보되고 있다. 하이재킹은 운항 중인 항공기나 선박을 납치하는 것을 일컫는데 이런 주제의 영화는 리암 니슨의 《논스톱 (2013)》이 있다. 스토리의 배경이 항공기다 보니 《논스톱 (2013)》과 유사한 장면, 유사한 아이템이 자주 발견되는데 이철하 감독이 2019년 1월 인터뷰에서 레퍼런스를 따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엄정화의 액션이 파격적이고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미쓰 와이프 (2015)》 이후로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엄정화는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자 스토리 라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멋있게 묘사된다. 홍콩 액션을 참고해서 그런지 성룡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주변에 있는 물건 휙휙 맞추고 액세서리나 스카프를 무기로 활용한다. 변장이라고 해야 할까, 유니폼을 입고 액션을 선보이기도 하고 홍콩 특유의 상체 액션은 신명 난다. 엄정화만이 남길 수 있는 느낌까지 섞이면서 더 신명 나는 액션이다.
애교 팡팡 터지는 박성웅의 캐릭터는 어색하거나 의외일 수 있지만 한 방송에서 아내 신은정에게 화를 풀어주기 위한 애교를 보여줬는데 거기서 박성웅의 의외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적으로 이 영화는 그런 "리얼" 박성웅을 담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하던 박성웅은 애교 풍부한 연하남이자 국정원 출신 해커로 백치미와 스마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두 캐릭터가 대중적이면서도 반전이라 그런지 개그 코드에 호불호는 없다. 모두가 보고도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안 웃길 수도 있다. 이런 거 있지 않는가, 내가 보고 웃겨서 야, 이거 한 번 봐봐. 엄청 웃기지 않냐-라고 한 게 남들은 무표정일 때. 어쩌면 이 영화는 그럴 수도 있다. 극장을 나와도 계속 빵 터지는, 그런 웃긴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보는 중에는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틀어 놓고 가족들끼리 시시덕 거리다가 가끔 보면 재밌는 장면 나오는, 그런 영화다.
그래서 적재적소의 웃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명절이 늘 좋은 추억만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지만 알고 있는 분위기가 늘 반복되는 시기였다. 그래서 "명절 영화"라고 불리는 것들이 브라운관에 담겼고 스마트 TV와 OTT 세상에도 여전히 그런 영화만이 특선 영화로 방영되었다. 《오케이 마담 (2019)》은 주부의 애환이나 남북 간의 갈등을 담은 영화는 아니지만 "오케이"라고 시원하게 외치는 엄정화를 보며 소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다.
이런 영화를 평가할 때 《존 윅》 시리즈나 《제이슨 본》 시리즈의 액션을 기대하고 보는 건 아니지 않은가. 두 영화 모두 거창한 스토리의 영화도 아니지 않은가. 그저 킬링 타임, 쉽게 보고 쉽게 웃을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졌는데도 액션과 스토리를 두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깐깐하게 평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영화마다 평가의 기준은 다를 뿐이다. 결론, 졸작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