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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ul 10. 2020

[나를 찾아줘 (2014)]

《Gone Girls》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까지 알고 있나요?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모두 안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이걸 좋아해, 그이는 이럴 때가 행복하대, 등등. 가끔은 거짓이었던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거짓을 알 때도 있고, 모를 경우도 있다. 부부관계에서 거짓은 신뢰에 위협이 된다. 하지만 그 거짓을 부부끼리만 알고 있다면, 끈끈해지기도 한다. 쇼윈도 부부의 삶이다. 쇼윈도 부부도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유일하고도 잔혹한 경우,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 (2014)》다.

포스터 ⓒ movie.naver.com

감독 : 데이빗 핀처

장르 : 스릴러

개봉 : 2014.10.23.

시간 : 149분

연령제한 : 청소년 관람불가

국내 관객 수 : 1,764,233


이후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닉 (벤 애플렉)은 아내 에이미 (로자먼드 파이크)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파티에서 둘은 처음 만나게 되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에이미의 부모님 (부 - 데이비드 클레넌, 모 - 리사 바네스)은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동화책 시리즈의 작가였다. 에이미는 그런 동화 속 ‘에이미’와 비교당했지만 닉은 현실 속 에이미에게 반해 청혼한다. 하지만 결혼기념일 5주년을 앞두고 에이미가 실종된다.

닉과 에이미의 첫 만남 ⓒ imdb.com

 다시 실종 1일 차, 형사 론다 (킴 딕켄스)와 경찰들은 닉과 에이미의 집에서 1번 단서를 발견한다. 이를 두고 닉은 결혼기념일마다 하던 보물찾기 중 하나라고 말한다. 1번 단서를 알아챈 닉은 2번 단서도 알아낸다. 연이어 3번 단서도 알아내지만 닉은 경찰에게 알리지 않는다.


 에이미의 부모님은 에이미의 실종을 두고 “FIND_AMAZING_AMY”라는 슬로건으로 홍보하고 자선 행사까지 한다. 닉은 반갑지 않은 《어메이징 에이미》의 팬들 사이에서 어설픈 미소를 짓는다.

에이미는 동화책 "어메이징 에이미"의 주인공이지만 다른 삶을 살아왔다. ⓒ imdb.com

 한편 에이미는 닉의 고향으로 이사해 사는 게 친근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남편에게 본인은 가치 없는 짐이라고 느낀다. 닉은 사실 내연녀이자 제자 앤디를 만나왔다. 에이미는 꺼림칙한 느낌과 관계의 매너리즘을 맞이했고 관계 개선을 위해 아이를 갖자고 제안했지만 닉은 에이미를 밀치면서까지 거부한다. 그 순간부터 에이미는 닉에게 공포감을 느낀다.


 경찰은 수사하던 중 노숙자 단체에서 에이미가 총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혼전 계약서로 닉의 자금줄을 잡고 있었지만 에이미는 닉에게 더 이상 공포감을 받고 싶지 않아 총을 구하려 했던 것이다.

"어메이징 에이미"의 팬들과 에이미의 부모 앞에서 이야기하는 닉 ⓒ imdb.com

 뉴스에선 닉에 대해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라고 비난한다. 닉은 공공장소에서 공격적인 언론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말하지만 이웃이자 에이미의 베스트 프랜드라고 주장하는 노엘 (케이시 윌슨)은 그에게 에이미의 임신을 왜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말한다. 경찰은 닉을 에이미 살인 용의자로 여기기 시작한다.


 동생 마고 (캐리 쿤)는 닉이 나름 아이를 가지길 원했지만 에이미가 변덕 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닉은 3번 단서가 어딨는지 알아낸다. 3번 단서는 닉도 모르게 긁었던 카드값의 실물들, 닉이 가지고 놀만한 게임기와 장난감들이었다. 그러던 중 론다는 에이미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장은 에이미가 닉을 살인자로 몰기 위한 증거였고 에이미는 닉이 자신의 삶을 망쳤다고 느껴 복수를 위해 닉의 인생을 망가뜨리려고 한다. 닉은 에이미의 위협을 순간적으로 느끼게 되고 변호사 테너 (타일러 페리)를 고용해 흐트러진 사태를 막아보자 한다. 한편 에이미는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면서 닉을 살인자로 몰아 사형시키고자 한다.

에이미는 머리카락까지 잘라내며 닉을 죽이고 싶어 했다. ⓒ imdb.com

 닉은 에이미가 혐오했던 전 남자 친구들을 만나며 에이미가 말했던 것이 거짓말이었음을 알아챈다. 그리고 에이미 실종에 대해 닉을 공격적으로 다뤘던 TV쇼에 나가 해명하기로 한다. 에이미는 머리카락도 잘라내고 염색도 하면서 낸시라는 이름으로 살아보지만 이웃에게 현금 다발을 강도당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내연녀 앤디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는 닉과의 불륜 관계를 기자회견에서 말하게 되면서 에이미에 대한 동정론이 들끓었다. 에이미는 과거 자신을 흠모하던 갑부, 데지 (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연락해 거짓 연민으로 얹혀살고 닉은 TV쇼에 참가해 분위기를 반전해보려 한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닉과 에이미 ⓒ imdb.com

 닉의 전략은 통했지만 카드값의 정체를 알게 된 론다는 그를 더 심문한다. 에이미는 데지에게 탈출하기 위해 관계를 맺는 척 데지의 목을 긋는다. 살인 후 닉에게 안기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닉은 의심한다. 에이미는 노련하게 연기한다. 닉은 에이미를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에이미는 닉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족쇄를 건다. 닉은 본인의 아이를 떠날 수 없어 그 족쇄를 받아들인다.


 영화 내내 탄탄한 스릴감을 느꼈을 것이다. 원작 소설을 함축했음에도 분위기나 캐릭터를 놓치지 않은 덕이다. 말 그대로 "어메이징"했던 에이미 역할을 로자먼드 파이크가 너무나도 잘 소화했다. 수미상관의 첫 장면과 끝 장면은 장관이다. 눈을 마주할 수 있었지만 끝내 마주하지 못한다. 그리고 여전히 모른다, "어떤 생각해?"


 영화에서 설득력이 부족한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닉이 임신 사실을 알아챌 때다. 임신 테스트기를 선물로 받은 후 에이미에게 "그래도 난 널 떠날 거야"라고 말하며 화를 내지만 에이미는 "난 포기를 모르는 썅년이야"라고 맞대응하면서 닉이 수긍해버린다. 그리고 TV 쇼에서 임신 사실을 알린다. 동생 마고는 이 사실을 듣고 에이미와 더 살아야 하는 현실에 분통을 터트리지만 닉은 담담히 받아들인다. 이 장면은 소설에서 부가 설명이 되는데 닉과 마고의 아버지는 자식들과 아내를 학대하고 버린 사람이었다. 닉은 그런 아버지처럼 되기 싫어서 에이미를 떠나지 못한 것이었다. 만약 떠났다면 에이미 옆에서 닉을 함께 저주했을 테니.

이런 식의 포스터도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소름 돋을 아이템들 ⓒ imdb.com

 제목 번역을 칭찬 안 할 수가 없다. 'Gone Girl'을 직역하면 '사라진 그녀'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텐데 '나를 찾아줘'라는 궁금하면서도 결말까지 보고 나면 소름 끼치는 제목으로 번역해냈다. 가히 최고의 번역이다. 결국은 찾아버리지만 그 과정이 "어메이징"했다.


 《부부의 세계 (2020)》로 다져진 막장 한국인의 내공으로도 《나를 찾아줘》는 순도 100%의 스릴러다. 늘 쇼윈도 부부에 대해서 나름의 부러움이 있었다. "쟤네는 돈이 많아서 저 정도로 연기를 하는 거겠지", "그 많은 돈 나누기 아까워서 저러는 거겠지" 등등. 그렇지만 길리언 플린의 소설 《나를 찾아줘 (2012)》를 보면 '돈만이 문제는 아니겠구나'라는 귀납적 결론이 떨어진다.


 《결혼 이야기 (2019)》에서도 알려주듯 연애할 때 그 사람이 결혼할 때는 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실망할 경우 폭력적인 상호 대응으로 서로의 사랑을 더 갉아먹는다. 이를테면 폭언과 바가지가 그런 경우일 테다. 하지만 에이미는 현명하고 신중해서 결코 그러지 않는다. 체계적이고 확실하게 남편에게 실망한 본인의 본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잘 아는 닉만이 이 잘 짜인 스토리의 장르와 결말을 알아채지만 현실에서는 동화처럼 해피엔딩이 되어버린다.


 두개골을 쪼개버릴 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할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 잘 모를 것이다. 늘 그렇듯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대화가 부족한 부부의 끝장 스토리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 적극 추천이다. 다만 영감을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대는 "어메이징" 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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