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ainy Day in New York》 비, 감성, 논란에 젖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걸 최대한 피하고자 했다. 그래도… 하면서 결국은… 하며 보게 되었다. 올해로 86살 되시는 어르신 우디 앨런 감독의 48번째 장편 작품,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역시'였다.
이후의 내용은 설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주인공 개츠비 (티모시 샬라메)는 맨해튼 출신의 낭만꾼이다. 거기에 같은 학교 여자 친구 애슐리 (엘르 패닝)의 취재 열정까지 동참해주니, 사랑꾼까지 다 하셨다. 감각적이지만 상업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롤란 폴라드 (리브 슈라이버) 감독을 취재하러 개츠비와 애슐리는 맨해튼으로 향한다. 애슐리가 폴라드 감독에게 빠져있는 동안 개츠비는 계획했던 일들을 애슐리와 함께하지 못한 탓에 투덜거리며 맨해튼 거리를 걷는다. 그러다 전 여자 친구의 동생, 챈 (셀레나 고메즈)를 만나고 형 (윌 로저스)도 만난다.
한편 취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시나리오 작가 테드 (주드 로)를 만나게 되고 폴라드 감독이 슬럼프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애슐리. 동경하던 사람에 대한 동정은 애정이 되는 것일까, 개츠비를 뒤로한 채 폴라드의 뒤를 쫓기만 한다. 그렇게 개츠비와 애슐리는 맨해튼에서 떨어져 있게 되는데 애슐리는 유명 배우인 프란시스코 베가 (디에고 루나)를 만나면서 스캔들에 휩싸이고 개츠비는 그녀를 TV에서 마주치게 된다.
전체적으로 우디 앨런식 로맨스다. 박평식 평론가는 이번 작품을 두고 "썩어도 준치"라는 평을 내렸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우디 앨런의 작품에 있어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젊어진 느낌일 뿐, 색다른 감성을 담지는 않는다. 늘 그렇듯 바람피우는 상대가 나오며 사랑에 투덜거리는 커플과 주변에 울리는 재즈 음악, 이를 다 사로잡을 만큼 초월적인 자연과 배경이 나온다. 우리는 앨런식 멜로를 로케이션과 연관 짓는 편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로케이션과 '비'라는 기후까지 담아버렸다.
뉴욕에 가본 적도 없기에 뉴욕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싶겠지만 그렇게 치면 어떤 것이든 느낀 바를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을 보게 되면서 뉴욕은 이제 비와 그리니치 빌리지, 베멜만스 바로 상징된다. 비에 젖듯이 감성에 젖게 되는, 자연스레 녹아드는 순간순간들. 샬라메의 애정과 패닝의 열정이 담긴 그곳으로.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보기 전보다 보고 난 후의 논란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앨런이 선물해준 감성과 분위기가 아쉬워서일까. 논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고 팩트만 나열하며 평을 마쳐보겠다.
1.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시놉시스는 하비 와인스틴 성범죄 파문을 옹호한 앨런의 발언으로 인해 문제가 되었다.
2.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2017년에 촬영을 마쳤지만 앨런의 수양딸, 딜런 패로우가 7살 때부터 앨런에게 성희롱을 당해왔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자 배급사 아마존 스튜디오는 개봉을 취소했다. 때문에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첫 개봉을 했으며 한국에서는 3년 만에 개봉하게 되었다.
3. 아마존 스튜디오와의 4편 계약이 성희롱 문제로 파기되자 앨런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4. 출현 배우 그리핀 뉴먼, 레베카 홀, 티모시 샬라메, 셀레나 고메즈는 출연료를 전액 기부하며 앨런과의 거리를 두었다.
5. 반면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2008)》의 출연 배우였던 하비에르 바르뎀과 스칼렛 요한슨은 앨런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6. 딜런 패로우의 엄마, 미아 패로우의 수양아들인 모세 패로우는 미아 패로우가 아동 학대를 해왔으며 앨런에 관한 딜런 패로우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이에 관한 재판 당시 미아 패로우에 의해 거짓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에 도달했다.
7. 성희롱 사건으로 인해 우디 앨런의 회고록은 새로운 출판사가 출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