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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Apr 17. 2020

[결혼 이야기 (2019)]

《Marriage Story》 사랑의 지속성을 약속함에 있어.

여기,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미래를 약속하며 사랑을 이어간다. 개인의 삶을 책임지던 직장은 서로에게 상호의존적으로 변하고 누군가는 일을 더 하거나 누군가는 일 대신 가정을 더 신경 쓴다. 그러다가 둘을 공평하게 닮은 아이가 태어나고 '나'보다는 '가족'의 의미를 더 크게 느끼기 시작한다.


 현재 본인의 이야기일 수도, 부모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이자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이야기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2019》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모두의 이야기처럼 묘사한다.

결혼 이야기 (2019) ⓒ netflix.com

이후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아름다울 것 같은 제목과 캐스팅에 비해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 결혼보다 이혼이 주된 이야기며 니콜 (스칼렛 요한슨)과 찰리 (애덤 드라이버)의 헤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마찰들에 주목한다. 아들 헨리 (아지 로버트슨)의 양육권 문제로 인해 법적으로 다투기도 하고 이혼 상담을 통해 행복한 이별을 맞이하고자 했으나 행복한 이별이란 아이러니는 없었다. 날이 선 채로 말싸움을 하고 감정적으로 맞서며 괴로워한다.


 예정된 이별이었던 만큼 결말은 이별로 끝이 난다. 어쩌면 둘에게의 최선이었던 이별로 말이다. 행복이란 것이 수치로 가늠할 수 있었다면 이 결말이 가장 바람직한 결괏값이었을까. 아니다, 가늠할 수 없었기에 감정적으로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상처란 상처는 다 받고 돈이란 돈은 다 들었으니 말 그대로 구색 맞췄다.


 그런데도 이 영화의 제목이 '결혼 이야기'인 것에 대해. 결국은 결혼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일 수도, 과거형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들의 이야기는 마침표가 찍혔을 뿐 - 어쩌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옴니버스일 수도 있다 - 다른 이들의 결혼 이야기가 꼭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이혼을 겪은 적 있다. 애덤 드라이버는 이혼 가정의 아이였고, 스칼렛 요한슨은 두 번째 이혼을 영화를 찍으면서 겪었다.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 팬쇼 역을 맞은 로라 던 역시 이혼 경험이 있다. 작품이 넷플릭스 독점으로 나왔다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높은 평가를 받는 건 전적으로 배우들의 퍼포먼스에 있었다. 현실적이고 강렬한 연기는 철저하게 대본에 따라 진행되었으며 곁들여진 건 배우들의 진정성이었다.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의 지속성에 대해 얘기하게 고찰해야 한다.


 가벼이 여겨져서 이혼한 것이 아니다. 니콜 (스칼렛 요한슨)은 찰리 (애덤 드라이버)가 승승장구할수록 본인을 잃어가는 것을 느꼈고 서로의 우선순위에 본인들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때쯤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결코 충동적인 요인으로 인해 터지는 것이 아니다. 결정적인 선택을 할 때는 충동적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큰 임팩트가 있어서다. 찰리 (애덤 드라이버)의 외도는 니콜 (스칼렛 요한슨)에게 그런 이유였다. 어쩌면 전화번호를 알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임팩트였을 것이다. 이전에는 지속하고 있던 것을 놓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결혼은 하나의 약속이라고들 말한다. 어떤 약속인지는 여러 해석이 있을 테지만 여하간 약속이다. 우리는 지키기 어려운 것을 약속하곤 한다. 사랑은 지키기 어려운 것일까. 니콜 역의 스칼렛 요한슨은 이에 대해 '일부일처제는 본능에 어긋나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모두가 사랑을 지속하는 것은 어려운 것처럼, 그게 본능인 것처럼. 어쩌면 싱글맘이어서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함부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말이기도 하고.

결혼 이야기 (2019) 찰리와 니콜의 아파트 씬 ⓒ https://youtu.be/N8Sc-7ioGQs

 가장 인상적이었던 씬이었던 찰리 (애덤 드라이버)의 아파트에서 둘의 말싸움 씬. 다른 것보다 이 원 테이크 씬을 위해 50번 넘게 촬영했다는 것과 대본에 단 하나도 빠짐없이 적혀있는 것들을 두 배우가 감정적으로 너무 잘 살렸다는 점. 이 장면 만으로도 가히 작년의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힐만하다.


 이 영화의 시작은 두 주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니콜 (스칼렛 요한슨)을 사랑하는 이유와  찰리 (애덤 드라이버)를 사랑하는 이유. 두 내레이션은 아이러니하게도 이혼 상담이었다. 서로의 장점을 말하며 억압된 기분을 풀려고 하다가도 결국은 말이 이어지지 못한다. 싸운다. 더 이상 장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여러 개의 장점이 있더라도 하나의 암초 같은 단점이 상황을 전복시키는 것이다. 이 결혼 이야기를 결국, 그렇게 끝이 난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이 영화를 가지고 "누가 옳고 틀린 지를 다투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결혼은 용감하고 낭만적인 것이며, 어쩌면 서로의 단점을 감싸주는 것이기도 한다"라고 했다. 감독은 모든 결혼이 이런 끝맺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니까, 하며 본인의 처지와는 다른 삶들에게 격려하는 듯한 말을 했다.


 영화의 마지막에 찰리 (애덤 드라이버)는 씁쓸한 미소를 남기고 니콜 (스칼렛 요한슨)은 새로운 인연과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맞이한다. 감독이 말했듯이 누가 맞는 건 아니지만, 그저 이런 인연도 있었음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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