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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Feb 13. 2022

[돈 룩 업 (2021)]

《Don't Look Up》, 혜성도 알고 있겠다, 대통령 잘 뽑아라.

이 글은 국내 유일의 OTT 미디어, <OTT뉴스>에 2월 5일자로 기고된 글입니다.


길에서 ‘도를 아시나요’를 당해본 적 있는가. 그들은 “조상신이 노하셔서 요새 힘드신 거예요”와 같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깔끔히 무시할 것이다. 다른 경우를 가정해보자. 혜성 하나가 6개월 뒤 지구를 멸망시킨다고 나름 저명한 과학자와 박사 학위가 있는 전문가가 말한다. 이번에도 무시할 것인가? 이에 대한 영화, 애덤 맥케이의 <돈 룩 업(Don’t Look Up, 2021)>이다.

영화 <돈 룩 업> 포스터 ⓒ movie.daum.net 

감독: 애덤 맥케이

장르: 코미디

개봉: 21. 12. 8.

시간: 139분

연령제한: 15세 이상 관람가

국내 관객 수: 넷플릭스 개봉


이후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나라도 진실을 외쳐야지”라는 말은 아무리 설득력이 있어도 ‘나라도’에서 공신력을 잃게 된다.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지구가 둥글다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는가! 21세기의 갈릴레오, 랜들 민디 교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그의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가 발견한 혜성이 지구를 멸망시킨다고 경고한다. 증빙 자료를 갖고 미항공우주국(NASA) 소속 지구방위합동본부로 향한다. 그들을 맞이한 클레이튼 오글소프 박사(롭 모건 분)는 곧바로 제이니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과 미팅을 잡는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는데 여기는 만남조차도 어렵다. 위대한 미합중국 대통령께서는 지구가 멸망할 줄도 모르고 스캔들에만 신경 쓰다 미팅이 늦어졌는데 그렇게 만난 미팅에서도 중간 선거를 들먹이더니 “기다리면서 상황을 보자”라는 식으로 결론짓는다. 당연히 분노한 랜들과 케이트. 

대통령실에 입성한 랜들과 케이트 ⓒ movie.daum.net

 대중에게 위험성과 긴급함을 알리기 위해 결국 언론을 찾아가고 저명한 뉴스 쇼인 ‘데일리 립’에 참가하지만 MC들의 심드렁한 반응에 케이트는 분노한다. 문제는 이 분노하는 장면만 유명해졌고 케이트는 흔해빠진 멸망론자처럼 인터넷 밈이 되어버린다. 상대적으로 조용히 있었던 랜들 교수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천문학자가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랜들과 케이트, 그리고 오글소프 박사가 국가 기밀 누설죄로 잡혀가더니 다시 한번 백악관에 모인다.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지구를 구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들인다고 말한다. 사실상 “스캔들로 인해 중간 선거에 질 것만 같은 대통령 구출기”에 동참하는 그림이었지만 그래도 지구를 구한다니, 다행이지 아니한가! 


 지나치게 화려하고 긴급하게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했고 본격적으로 유세 운동, 아니 지구 구하기 운동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내용은 SF 관련 영화가 아닌 정치 이야기가 된다. 동료들에 비해 인기가 많은 랜들 박사는 얼굴 마담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시민들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한다. 마치 그 모습이 과학자가 아닌 전형적인 정치인처럼 보인다.

작전을 망치기 위해 등장한 피터(가운데) ⓒ imdb.com

 그리고 혜성 궤도를 바꾸기 위해 로켓을 쏘는 그날, 성공적으로 발사까지 해냈지만 갑작스럽게 복귀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행성 킬러’ 혜성에는 140조 달러 가치의 희귀 광석들이 있었고 배시의 CEO, 피터(마크 라이언스 분)는 이를 캐고 싶다고 말한다. 올린 대통령은 플레티넘 후원회원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고 피터는 광석을 쪼개는 드론을 발사, ‘디비아스키’ 혜성을 분할하는 계획을 세운다.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위험한 계획이지만 그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완벽한 프레젠테이션, 혜성에서 긁어모은 돈으로 기아까지 해결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만약 “우리가 다 죽으면 돈이 무슨 소용이에요?”라고 말한다면 “안전하게 돈 벌고 싶어!”라고 비아냥 거릴 뿐이다. 어느 순간 “어쩌면 혜성이 없는 건 아닐까”라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안전 불감증이 자리 잡게 되었는데 가장 큰 안전 불감증은 배시의 피터에게 있었다. 이 불안정한 배시의 계획에 반발한 과학자들이 잘렸다는 이야기를 랜들 박사가 하자 피터는 알고리즘을 들먹이며 ‘96.5%의 확률로 혼자 죽을 것’이라고 저주하며 맞선다.

결국 데일리 립쇼에 출연해 울부짖는 랜들 박사(오른쪽) ⓒ imdb.com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혼란스러운 랜들 박사는 결국 ‘데일리 립’ 쇼에서 케이트처럼 울부짖는다. “미국 대통령이 거짓말을 지껄이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본격적으로 '반(反) 올린' 파가 된다. 혜성이 마침내 상공에 보이기 시작했지만 사실상 정치 싸움이 되어버려서 “위를 봐”라고 외치는 사람들과 “올려다보지 마”라고 말하는 사람들끼리 맞붙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랜들 vs 올린으로 되었는데 그 와중에 배시의 계획에 참여하지 않았던 타 국가의 로켓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사실상 배시의 계획에 목매달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배시의 그날, 랜들 박사는 케이트, 케이트의 약혼자 율(티모시 샬라메 분)과 함께 식료품을 사 미시간으로 돌아갔고 바람난 것에 대해 아내의 용서를 받아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한편 배시는 드론을 발사했지만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았고 피터와 올린은 비상 탈출을 위한 로켓을 타러 간다. 끝내 충돌, 전 지구의 생명은 오늘과 같은데 내일이 없이 모두가 잿더미가 된다. 랜들네 식구들은 유리잔이 흔들리지만 일상적인 대회를 이어가고 그렇게 ‘부족함 없이’ 끝을 맞이한다. 

영화 속 '위를 봐'라는 말은 사실을 직시하라는 말과 같다 ⓒ imdb.com

 영화 “돈 룩 업”의 뜻은 ‘위를 바라보지 말아라’다. 혜성이 있으니 사실과 직면하는 것을 피하라는 이야기다. 또 다르게는 ‘높은 위치를 꿈꾸지 말아라’라고 볼 수 있다. 즉, 권력이란 독이 든 성배를 바라보는 순간 진실을 볼 수 없다고도 해석 가능하다. 어쩌면 ‘사실을 찾아보지 말아라’라는 말도 되겠다. 사실과 가까워진 랜들 박사네는 결국 한 줌의 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돈 룩 업>은 두 가지 요소를 풍자한다. 하나는 환경 문제, 다른 하나는 정치다. 환경 문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분야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현실에서 하는 말이라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세요”가 전부인 듯 하니, 당장 “6개월 뒤에 모두가 죽을 거야”라고 말해도 과거의 일회용 컵 때문인 줄 모른다. 결국 혜성처럼 문제가 눈에 보여야만 그제야 알아챈다. 미래의 멸망보다 현재의 라일리 비나(아리아나 그란데 분)의 결별이 더 큰 주목을 끄는 것이 작금의 사회다.

제이니 올린 대통령(왼쪽)은 여러 미 대통령들을 풍자하는데 괴팍한 모습이 도날드 트럼프(오른쪽) 전 대통령과 유사하다 ⓒ screenrant.com

 도널드 트럼프의 악취가 올린에게서 나게 하면서 정치적으로 그를 풍자했다. 주먹구구식 정계 운영, 미디어를 그 누구보다 잘 알아서 마치 어르고 달래주듯이 국민들을 조련하는 모습은 야구모자를 쓴 트럼프가 연설하는 것처럼 보인다. 담배를 몰래 피웠다는 장면에서는 버락 오바마도 은연중에 보인다. 플레티넘 회원, 피터에게선 다양한 CEO의 모습이 보이는데 애플의 스티븐 잡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메타의 마크 주커버그가 정치적으로 ‘흑화’되었을 경우를 풍자한다. 


 디카프리오는 정말 대단한 배우다. 사기꾼 역할로 ‘아는 체’할 때도 똑똑해 보였지만 너드 같은 교수 역할도 세련되게 미친 사람처럼 잘 소화한다. 더 나아가 위대한 개츠비처럼 섹시해지는 순간도 훌륭하게 보여줬다. 지인의 말을 빌려 역시 "디카프리오는 못 참지." 

 디카프리오의 ‘본캐’ 역시 환경 문제에 대해 상당히 분노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가 직접 <돈 룩 업>을 해석하는 영상에서 현재의 환경 문제에 대해 “(환경 문제에 대한 조언을) 안 듣는 게 아니라 필요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랜들 박사의 호소는 어쩌면 디카프리오의 진심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이러다가 다 죽어”는 <오징어 게임> 뿐만 아니라 <돈 룩 업>에서도 반복된다. 다른 게 있다면 <돈 룩 업>에서는 아무도 그 말에 주목하지 않는다. 마주하기 괴로운 현실이더라도 가끔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저스트 룩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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