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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대화』: 세상을 바꿀 책이 될 거예요

(1) 김상만 역『두려움 없는 대화』- 1. 책소개

by 박지아

‥책 한 권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투고 원고의 채택부터 인터넷 서점 공급까지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

작가와 편집자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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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고리 C. 엘리슨 2세 저 『두려움 없는 대화』(김상만 역)

▶ '두려움 없는 대화'란 무엇인가?

이 책은, 제가 한 번 브런치 에세이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참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에요.

https://brunch.co.kr/@book-and-tango/16


『두려움 없는 대화』의 저자는 흑인인 그레고리 목사입니다. 그는 에모리 대학교 캔들러 신학대학원에서 목회 돌봄과 상담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책에는 흑인 인권운동의 역사와 더불어 자신이 흑인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레고리 목사의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어요.


그레고리 목사는 '두려움 없는 대화'라는 아주 재밌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두려움 없는 대화 잠여자들을 조건없는 환대로 맞이한다]

[참가자들은 '치유자', '예술가', '교육자', '이웃', '활동가' 중에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름표를 고른다.]

[이름표를 고른 이유에 대해 나눕니다. 또한 상징적인 사진 등을 소재로 가벼운 대화를 시작한다]

[다섯 가지 어려운 질문에 답한다]

- 질문 1: 나는 누구인가?

- 질문 2: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 질문 3: 내 재능은 무엇인가?

- 질문 4: 문제로 여겨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 질문 5: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며, 상대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실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https://www.fearlessdialogues.com/


번역자인 김상만 목사님은 “집단예술심리상담”의 대가라고 불릴 만큼 오랫동안 짐단상담 경험을 해오신 분입니다. 이러한 경험이 이 책의 번역 과정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지요. 특히 이라크파병 시에 이라크 아동들과의 집단예술심리상담이 “한국군과 결혼 할래요(국민일보)”로 기사화 되기도 했습니다. 파병 211일 동안 장병들과의 집단예술심리상담의 결과가 “자이툰의 비전캠프(육군본부 군종지)”라는 소논문으로 실렸지요.



▶ 왜 하필 '두려움' 없는 대화인가?

두려움은 우리가 자유롭게 서로 소통하는 데 장애가 됩니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대화의 단절로 이어지고, 대화의 단절은 상대에 대한 무지, 때로는 편견으로 이어지지요. 저자 그레고리 목사는 이 두려움을 다섯 가지로 분석합니다. 각 장의 제목인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무시당함에 대한 두려움><무지해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억압적 시스템에 대한 두려움>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두려움을 모두 이겨 내고, 진심으로 소통할 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연대할 수 있으며, 나 자신은 물론 세상도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 쉽지 않은 책, 그러나 도전할 만한 책

∙ 흑인 인권운동의 역사와 흑인 문화가 담긴 책

저자인 그레고리 목사는, 부유한 흑인 가정 출신입니다. 백인들과 함께 신학대학교을 다니며 받았던 차별은 물론, 흑인 중에서도 자신이 상류층이라는 입장이 복합적인 갈등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흑인 인권운동의 역사, 흑인 인권에 대한 이슈, 인종차별적 사건에 대한 배경이 중심이 됩니다.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고 읽는다면 더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올 책입니다.


∙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책

이 책은 수많은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앞서 설명한 다섯 가지 어려운 질문은 독자들에게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청합니다. 저자는 적극적으로 독자가 사유에 참여하도록 독려합니다. 한 줄 한 줄, 질문을 음미하며 읽는다면, 독서 자체가 멋진 경험이 될 거예요.


∙ 기독교의 시선이 담긴 책

그레고리 목사는 자신을 신비주의자라고 소개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많은 기독교적 시선이 담겨 있어요. 책에는 기독교 용어도 많이 사용됩니다. 특히 그레고리 목사가 쓴 기도문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지요.


∙ 시적 영감을 주는 책

저자 그레고리 목사는 스스로를 예술가로도 소개합니다. 이 책은 은유적이고 시적인 표현으로 가득 차 있어요. 상상력을 발휘하며 한 단어 한 단어 음미해가며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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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매력이 있는 내지 디자인을 보는 것도 즐겁다. P디자이너님의 작품!

❚ 책 속의 문장

“두려움 없는 대화”의 핵심은 깊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독특한 공간을 창조하는 데 있다. 할머니께서 직감적으로 깨달으셨듯이, “두려움 없는 대화”는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소통이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지속적이고 변화를 가져오는 대화를 위한 공간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p.58


무쇠의 팬에서 지글거리던 노랗게 익은 달걀들은 언제나 한밤 하늘을 가르며 떠오르는 태양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날은 아침이었다. 할머니 댁에서 아침 준비가 한창이었고, 익숙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달걀 옆에서 어떤 고기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주머니쥐였을까? 토끼? 아니면 다람쥐? 솔직히, 전부 다

튀겨서 그레이비 소스를 얹으면 내겐 맛이 다 비슷했다. 뒤쪽 버너에서는 뜨거운 버터가 끓는 옥수수 가루 죽 사이를 강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고풍스럽고 어두운” 미시시피 강을 연상시켰다. -p.99


낯선 이의 눈에 비친 거울 같은 시선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나면, 상대를 대상화하거나, 폄하하거나, 비인간화하는 일이 몹시 어려워진다. 놀랍게도, 이러한 경험은 가까움을 더 깊게 만든다. 어색함은 줄어들고,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이 더 가까이 모인다. 초침은 느리게 움직이고, 영혼의 지각을 흔드는 어려운 질문을 나눌 수 있도록 성스러운 땅이 일궈진다. -p.235


당신은 스스로에게 소명의 틀을 넘어 꿈꿀 자유를 허락할 수 있는가? 당신이 창의력을 해방시키고 세상의 기준에 억지로 맞추려는 노력을 내려놓는다면, 세상을 향한 당신의 봉사는 어떻게 달라질까? 우리의 세상, 우리의 공동체, 우리의 가족은 어떤 모습이 될까? -p.338


❚ 이런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 교회 목회자, 기독교 신자이신 분

# 흑인 인권운동에 관심이 있고, 흑인 문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

#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대해 배우고 싶으신 분

# 나 자신에 대해 깊게 사유하고 싶으신 분

# 시적인 영감을 얻고 싶으신 분

#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활동가분




다음 화에서는 책을 만들기까지의 비화와 저자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표지가 아주 강렬해서, 여기어 휩쓸릴 것인지, 번역서 나름의 독자적인 감성을 구축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또한 힘과 열정이 가득하신 역자 김상만 목사님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습니다.


[1] 책 소개 (현재 글)

[2] 제작 과정

[3] 저자 인터뷰


박지아.

편집자.에세이스트.

caki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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