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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by 김경민

절대 무적의 면역력을 갖고 있는 것만 같았던 딸이 결국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조짐은 있었지만 대학병원에서도 잡아내지 못한 것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와 주변에 대해, 더 정확히 말하면 주변의 저의 평가와 생각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딸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말을 했을 때, 모두가 걱정을 했습니다. 물론 그 걱정의 종류는 다양했습니다. 딸을 걱정하기도, 보호자인 저를 걱정하기도, 일을 걱정하기도, 일에서 잠시 빠져도 되냐고 일 걱정인지 내 걱정인지 알 수 없는 걱정의 말도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다 저를 위한 걱정의 말이겠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마스크를 쓴 채로 잠 못 이루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입장이 있고 사람은 그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같은 이유로 저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다 저를 걱정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느낀 전달에서의 아쉬움은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속 좁게 섭섭하게 생각한 점도 죄송합니다.


시간이 흘러 후에 이런 일도 있었지, 그때 마스크도 한참 쓰고 다녔었는데, 그 지겹고 지겨운 그래서 혹시 얼굴이 되어버렸나 싶은 마스크 벗고 다닐 줄 알았는데 다시 쓰고 다닌 날들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온전히 건강해지진 못하더라도 존버해서 후에 아이들에게 이 날들이 추억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신 코로나나 그 비슷한 것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코로나가 진정한 의미에서 종식되길 바랍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남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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