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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란다=잘한다

by 김경민

평생 안 올 것 같은 마흔 살이 되어도 오지 않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감기였다. 모태 건강 체질이랄까. 독감 주사 한 번 맞지 않아도 사시사철 튼튼. 골골대며 자주 졸았지만 아픈 적은, 두 손이 아니라 한 손으로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나에겐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건강했다.

하지만 인류의 시련 앞에서는 나의 건강도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에 걸렸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건강은 타고났나 봐~’라고 말하기 무섭게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그토록 자신만만하던 건강도 이제는 자신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코로나에 걸린 이후 감기만 네 번 이상 걸렸기 때문이다. 다 나았다 싶으면 또 걸리고 또 걸리고 아예 감기약을 상비약처럼 들고 다녔다.


그런 와중에도 기특하게도 아이는 코로나에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일부러 아이만 피해 가는 것도 아닐 텐데. 아이는 바이러스가 공기에 둥둥 떠다닐 때도 ‘바이러스 사이로 막 가는’ 실력(?)을 발휘했다. 알 수 없는 고열과 잦은 감기는 피할 수 없었지만, 어른들 그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시련을 태어나자마자 겪어내며 헤쳐나가는 아이가 너무 기특하고 감사했다.


언제나 그랬다. 늘 치열하게 사는 아이. 아이의 삶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더 담금질하게 만들었다. 한참 '목 가누기'를 시도할 때는, 단지 제 목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드는 것뿐인데도 온 식구가 달려들어 응원을 했다. 그리고 모두들 반성했다. ‘저 아이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삶이 곧 성장이고, 성장이 곧 모험인 시기를 영문도 모르게 온몸으로 겪어내는, 오로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는 아이를 보며 지난날의 나를, 너를, 그리고 당신을 떠올렸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칭찬해주고 싶어졌다.


한 해 동안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잘했고 잘 자랐습니다.

내년에도 우리 모두 잘하고 잘 자랍시다.

우리 아이처럼.

그럼 됩니다. 참 잘했어요. :)




*

아이의 하루를 지켜보면 사전의 정의로만 봤던 단어들의 참뜻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경이, 존귀, 치열, 영롱, 환희, 감사, 사랑…

그리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감사와 행복과 사랑이었을 당신.

사랑합니다.

네가 곧 행복이고 사랑 그 자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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