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과 함께였나? 생각해보면 책이 가까이에 있지 않았나 싶다.
피아노를 치려면 ‘바이엘’이 필요했고, 구*학습을 하려면 ‘학습지’가 필요했다. 수학학원에 가면 ‘수학의 *석’이 있었고, 영어학원에 가면 ‘성*영문법’이 있었다. 미술학원에 가면 ‘스케치북’이 있었다. 체육학원에 가지 않는 이상, 어린 시절 학습의 친구들은 책과 함께 했다.
온갖 책에 둘러쌓여 있었어도 그게 책인지 뭔지 모르던 시절, 엄마가 큰맘 먹고 *우리 독서클럽을 신청했다. 방문 학습으로 한 달에 두세 권의 책을 정해주면 그걸 읽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거나 독후감을 쓰는 일을 했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걸 해서 좋았냐고 물으면 대답은 “yes”
하루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나에겐 다소 어려웠던 <전우치전>으로 주제 책이 정해졌다. 그런데 엄마의 실수! 어린이용 완역본이 아닌 어른용 <전우치전>을 사오셨다.
책 안에는 그 어떤 그림도 없었고 온갖 각주와 한자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 내용도 사실 기억이 안 난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의문을 품을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읽는 내내 “이거 무슨 말이지? 이거 무슨 글자지? ???” 이런 상태였다.
결국 독후감을 못 썼지만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어린이도 어른 책을 읽을 수 있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어린이라고 꼭 어린이판만 볼 필요도 없다. 모르면 모른다 느끼고 잠시 쉬어가며 읽으며 나는 독서에 대해 어렴풋이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간의 독서도 독서였지만 이것또한 다른 형식의 독서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