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하잖아”

by 김경민

MBTI가 대유행을 하는 시대이다. 그동안 혈액형, 별자리 등은 모조리 다 안 믿었지만 이 MBTI만은 적극 공감하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슈퍼 ‘I’nfp인 나는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는 데 상당한 무리가 있었다. 늘 무리에서 겉도는 그런 존재. 그런 나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여 표현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전달할 수 있으니 이렇게 편리하면서도 명료한 소통 방법이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그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남편과의 차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슈퍼 아싸인 나와 달리 남편은 앞자리만 다른 ‘E’nfp. 다른 많은 것이 비슷했지만 내향성과 외향성의 차이가 그동안의 생활을 다 이해시켜주었다. 오로지 ‘아싸’이기만 한 나에 비해. ‘아싸 인 듯 인싸인 듯’ ‘아싸 중에 최고 인싸’ ‘인싸 중에 최고 아싸’ 정도랄까.


밖에 나가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인간과 밖에 안나가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두 인간의 동거 생활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또 다른 한 인간이 추가되었으니. 그건 쑥쑥이였다. 그동안 어린아이 이기만 했던 쑥쑥이는 방긋방긋 웃으며 잘 지냈지만 말문이 트이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집에 안 가! 밖에서 놀고 싶어! 마트 가고 싶어!”


밖을 그렇게 좋아하던 남편도 쑥쑥이 앞에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제 그만 들어가자. ㅜㅜ”

“안돼! 쑥쑥이는 더 놀끄야. 안 자! 안 들어가! 집에 안 가! 엉엉엉”


엉엉엉.

가족 셋이 손잡고 각자 다른 이유로 울었다.

내향적인 인간과 외향적으로 보여도 내향적인 인간 사이에서 이런 슈퍼 아싸가 나올 줄이야.


우리 부부는 토요일을 맞아 특별히 '해방의 날'을 선언했다.

“자, 그럼 네가 자고 싶을 때 자렴. 대신 불은 끈다”

오래간만에 자유에 쑥쑥이는 어둠 속에서도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밤 11시. 아무리 늦어도 10시에는 자는 아이였는데 11시까지 버텼다. 그러더니 은근슬쩍 슬슬 눕기 시작했다.


“안돼! 너 안 자기로 했잖아. 못 자!”

내가 슬슬 딴지를 걸어본다.

“흐흐흐흐”

특유의 너스레 웃음을 짓는 쑥쑥이.

“아니야. 진짜야. 쑥쑥이 지금 못 자”


그러자 아이는 정색하며 한 마디를 한다.

“지금 밖에 캄캄하잖아. 잘 거야”


@.@?

평소 어두운 밤을 부정하고 불을 켜대며 아침이 됐다고 외치던 아이가 스스로 캄캄해졌다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얼마 뒤 스르륵 잠이 들었다.

평소보단 늦은 시간이었지만 즐겁게 놀고 스스로 잠을 잤다.


슈퍼 베이비 크러시 아기의 선언.

밤이든 낮이든 내가 잘 시간은 내가 정한다.

엄빠는 따르기만 해.


예~ 그러지요.


오늘도 베이비 상전과의 하루를 이렇게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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