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별다방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동네에는 변변찮은 카페 하나 없었기에, 별다방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동네는 한바탕 난리까진 아니어도 의아함과 반가움과 놀라움 비슷한 공기가 감돌았다.아니 이 동네에 다른 것도 아닌 별다방이 들어온다고? 그건 강남에만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별다방이 문을 열고 그 일대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다른 시간대는 어떤지 잘 알 수 없었지만 주말에 가보면 동네 아이들과 부모들이 다 그곳으로 모인 듯 시끌벅적했다. 별다방은 다른 카페들보다 아이를 데리고 있기에 여러모로 편리했다. 일단 장소가 널찍했고 키즈 프렌들리 했다. 아이가 있으면 아이가 큰 아이건 어린 아이건 사고는 치지 않을까 걱정이 먼저 됐는데 별다방은 그런 점에서 조금은 관대했다. 종종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도 열었다. 그랬기에 아이들을 대동한 사람들도 다소 편히 있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또한 기업의 마케팅이겠지만 동네 주민들은 이를 충분히 누리며 소비했다. 우리 가족 역시 동네의 다른 가족들처럼 동네 별다방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맘 편히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라는 상황을 맞았다. 그 이후의 삶에서 ‘바깥 구경’은 정말 큰 위험을 감수하고 나가는 것이 되었기에 우리 가족의 주말 카페 산책도 중단되었었다.
그 사이 유아차에 누워만 있던 쑥쑥이도 어느새 쑥쑥 자라, 유아차를 박차고 나와 당당히 걸으며 또 동그라미도, 색깔도 구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책상을 정리하다 우연히 서랍에서 아주 동그랗고 커다란 게다가 초록색인 별다방 스티커를 발견했다. 초록색이긴 하지만 동그랗고 안에 사람 그림(사이렌)이 있는 모양까지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옥토넛에 나오는 옥토 경보 스위치(빨갛고 안에 사이렌과 같은 문어 모양이 안에 들어있다) 같아 보여 한마디를 했다.
“쑥쑥아, 이거 옥토경보 스위치 아냐? 자, 어서 옥토 경보 울려!”
그러자 아이는 한번 쳐다보더니 이렇게 응수했다.
“엄마 그거 커피잖아. 게다가 초록색”
@.@
엄마가 맨날 마시는 검은 물 = 커피, 엄마 아빠가 편하게 있는 곳 = 커피 마시는 곳.
아이는 말이 아니어도 충분히 자신만의 감각으로 세상을 읽고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 아이의 가능성을 몰랐던 것은 아닌데, 무심한 듯 한 번씩 내뱉는 아이의 말들에 항상 깜짝 놀란다.
앞으로 아이는 무엇을 보고 어떤 기억을 갖고 살아갈까.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까. 아이와 함께 갔던 별다방. 아이가 태어나 네 살 평생 살았던 이 동네.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의 행복은 어렴풋이라도 기억하게 되길.
2017년 겨울 결혼과 함께 시작된 이 동네와의 인연은 2022년 6월 이사와 함께 끝났다. 새롭게 시작될 우리 가족의 2막은 어떤 일들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