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덕질의 시대이다. 내가 어렸을 때 덕질, 고로 마니아가 된다는 것은, 그것도 특정인의 팬덤 그러니까 누군가의 팬이 되어 적극적인 액션을 취한다는 것은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행동 내지는 철없음을 뜻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이제껏 본 적 없는 역병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한 사람들은 더 이상 자기 마음의 소리를 숨기지 않으려 작정한 것 같다. 무엇이 어떻게 될지 모를 세상,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당당히 좋아한다고 말해도 되고 또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겨도 되는 세상, 심지어 그전에는 '나이'라는 경계선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것조차 무너진 대한민국에 사는 한 사람이라면, 아니 유튜브가 나오는 지구인이라면 이제 '1인 1 덕질'은 기본이 된 세상이다.
이렇게 길게 써놓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사실 하나다. "저 입덕한 것 같아요."
나는 마흔 평생 많은 덕질을 해왔는데 그걸 늘어놓자면 정말 한이 없으므로, 이번에 입덕 예정인 ‘아이돌’에 대해서만 일단 말을 하겠다.
MZ세가 시간 여행을 대신하는 향유하는 90-00년대. 그 시절에 나는 청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아이돌, 정확히는 한국형 아이돌이 그들의 앨범 제목처럼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한 때였다.
96년인가 97년인가의 겨울. 티브이에서는 ‘캔디’라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맞다. NCT Dream이 지금 부르고 그 노래.
아… 입덕의 순간! ‘전사의 후예’는 알고 있었지만 딱히 와닿지 않았는데 이 노래는 파바박 가슴에 꽂히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그렇게 입덕한 아이돌은 중고딩 시절의 키워드가 되어 나를 꽉꽉 채웠다.
H.O.T의 ‘클럽 H.O.T’ 1기 가입을 시작으로, S.E.S ‘친구’ 1기 가입을 했고, 그 이후 2세대는 현생이 너무 바빠 잠시 건너뛰고, 3세대 소녀시대에 살짝 관심을 가졌다가, 에프엑스와 레드벨벳에 살짝 발만 담글까 말까 하다가, 4세대 아이즈원과 르세라핌 시디를 사며 다시 입덕에 시동을 걸었다.
이제 르세라핌이 끝이야! 하고 선언한 순간. 알고리듬은 나글 가만히 두지 않았다.
자, 이걸 한 번 가볍게 들어봐.
어맛! 이렇게 내 취향을… 너는 누구니…
심지어 가사까지… ‘넌 날 사랑하게 될 거야’라고. 나도 모르게 ‘예. 그럴 것 같네요’라고 대답하 듯 읊조리며 자료를 서치 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 분들은 데뷔한 지도 꽤 됐고 방송도 겁나 많이 나왔네. 심지어 내가 본 것도 있어. 왜 안 보였던 거야… 더군다나 군대에 갔네. 아니! 이 군인 뉴진스 그분들!
그렇다. 그분들은 내 주변(나만의 주변은 아니지만) 어디에든 계셨다. 심지어 우리 회사 근처는 그분들의 회사가 있어 지하철이며 길가에 팬 홍보 광고판도 많았는데 나는 왜 보지 못한 것인가. 지난날을 통탄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분들 군대 가서도 열일 중. 2월 14일에 스페셜 솔로 앨범을 내시는 분이 있다고… 시디는 입덕의 적극 시그널이라고 생각해 고심에 고심을 해서 겨우 샀던 나인데 이번에는 빛보다 빠르게 결제를 하고 있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좋은 건 나도 모르게 거기 먼저 가 있는 것. 그게 찐이다. 그렇다. 나는 이미 거기 가 있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입덕 완료.
온앤오프 여러분, 6월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저 위버스 깔아 놨습니다. 여러분이 돌아오시면 유료로 전환할게요.
군대 간 남친을 기다린 적도 없는데… 아이돌이라니…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내 삶의 모든 외침이 곧 예술 예술 예술
그들을 알아본 지금 이 순간도 예술 예술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