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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Aug 02. 2021

<근력운동> 근육은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다이어트의 원리는 간단하다.

 input 보다 output이 많으면 된다. 즉, 먹는 칼로리보다 쓰는 칼로리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아주 ‘작은’ 난관에 부딪친다. 곡소리를 내며 운동을 해봤자 output이 input을 따라가기 힘들다.

물론 케바케, 사바사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output을  내지?

 우리에게는 움직이고 운동해서 쓸 수 있는 칼로리 이외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기초대사량.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필수 칼로리.

내 기초대사량이 1100이라면? 나는 바닥에 배 깔고 누워있어도 하루에 1100kcal가  소모된다.

1300이라면? 앞사람보다 하루 밥 한 공기 칼로리가 그냥 날아가는 것이다. 와, 개꿀.


 그럼 이 좋은 기초대사량은 대체 누가 결정해줄까?

 바로 나이, 성별, 체격 그리고 근육량이 결정해준다. 남자가 여자보다 높고, 어릴수록 높으며, 체격이 클수록 높다. 하… 이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노놉!! 여기서 내가 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렇다. 바로 근육량.

그래서 우리가 근육운동을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많이 먹어도 살 안 찌는 체질’ 을 만들기 위해. 또는 그저 마른 몸이 아닌, 탄탄하고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근육은 필요하다.


 다만, 나는 이 망할 근육이 드럽게 안 생기는 체질이다. 나에겐 근육 1킬로 늘리는 것이 살 10킬로 빼는 것보다 어렵다. 아오…


그런데 어디까지나…

어렵다는 거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니까.

하여 시작했다. ‘근력 운동’, 프리웨이트.


 나는 그렇게 현스승님을 만났다.

당시 나는 하체보다 상체가 부실했다. (지금은 차마 제가 상체가 부실하단 말은 못 하겠습니다.)

아,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는데, 부실하다는 것이 사이즈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은 충분했다. 근력을 말하는 것이다.


 어느 날, 스승님께서 점프 풀업을 시켰고, 우리는 시키시니까 했다. 정식 명칭은 모르겠다. 그냥 우리끼리는 지옥의 턱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당시 나는 상체, 특히 등에는 근육이 전무했다. 풀업은 등으로 버텨야 하는데 등짝에 붙어있는 거라곤 지방과 살가죽뿐이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팔로 버텼다. 근데 팔이라고 근육이 있을 턱이 있나. 하여 연약한 팔 근육들이 내 육중한 몸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닭가슴살 찢어지듯 찢어졌다.


 그날 밤에는 팔이 구부러지지도, 올라가지도, 펴지지도 않았다. 세수와 양치질 마저 불가능했다. 그래서 욕조 안에 물을 채우고 얼굴을 넣고 흔들었다. 양치질 역시 입에 칫솔을 넣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맥주를 마실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맥주를 컵에 따라 그 컵을 들고 내 입으로 가져가는 이 단순한 행동을 내 팔이 이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신랑한테 맥주 좀 먹여달라고 했다가 ‘뭐 이런 또라이가...’ 하는 뭐 대충 그런 종류의 눈빛을 받았다.

차라리 입으로 욕을 해요. 여보야.


 그다음 날에는 팔을 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맥주캔에 빨대를 꽂아서 빨아먹었다. 팔이 안 올라가서 맥주를 못 먹는다고 징징댔더니, 사랑하는 내 친구 소윤이가 알려준 방법이었다.

고맙다, 내 친구야.


 일요일이 되자 팔이 구부러졌다.

 드디어 맥주를 정상적으로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분명 호전되고 있었다. 뭐든 현상태보다는 나아가는 방향성이 중요한 법이니까.


 드디어 월요일. 상태가 호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팔이 완벽하게 정상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육안으로 봐도 퉁퉁 부어있었다. 사태가 이러하니 두 가지 걱정이 생겼다. 몸이 정상이어도 못 따라가는 고강도 운동을, 이 상태로 제대로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또한 울 스승님께선 본인의 회원이 이유 없이 운동을 설렁설렁하는 것을 절대로 두고 보실 리 없었다. 그래서 내 팔뚝 상황을 스승님께 보고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첫 번째 걱정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회원이 운동하다 다쳤다고, 행여나 스승님께서 어린 마음에 많이 신경 쓸까 봐 그게 또 걱정이 되었다. (스승님 나이가 많이 어려서 우리끼린 착한 애기관장님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걸 들키면 우린 다 죽습니다.)


 그렇게 나름 걱정을 안고 슬며시 고백했건만, 내 불쌍한 팔뚝을 유심히 보시던 스승님 말씀하시길.


“뭐예요? 다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이거 다친 거 아니에요.”


 ?? 네?!?! 내 뇌가 팔을 인식을 못 하는데요?? 안 움직인다고요…


“...... 허… 이거… 다친 거 아니에요?”

“네, 아니에요. 물론 뼈가 탈골되면 그때는 병원 가야지요.”


 하하하하. 이런 운동처돌이같으니.

 운동처돌이들 종특 하나. 뼈가 골절되지 않는 한 그 무엇도 부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질병 역시 폐렴급 이하는 질병 대우를 못 받는다. 덕분에 두 번째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그런데 아직 첫 번째 걱정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혹시나하고 다시 반복해보았다.


“근데요… 팔이 안 움직였는데요…”

“괜찮아요. 오늘은 하체를 빡시게 하시면 돼요.”


 아하… 상체가 작살나면 하체를 하면 되는구나.

 운동처돌이들의 종특 둘. 운동에 관해서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대안이 있다. 어느 한 부분만 작동하면 운동은 가능한 것이다. 물론 운동 강도는 협상에서 제외된다. 앞으로 착한 애기관장님에서 ‘착한’이란 호칭은 떼도록 하겠다.


 그래서 그날 하체를 했다. 다리는 멀쩡하니까…

8킬로짜리 자루를 짊어지고 상자를 오르내렸다. 실제로 그날 찍은 사진이다. 팔이 아작 났는데 저 자루는 어케 짊어졌냐고? 우리는 그딴 건 카운트하지 않는다. 그냥 알아서 스스로 얹는다.

 벨리댄스 강사건 운동 트레이너건 회원들에게 고강도의 운동을 시키려면 시간과 공간을 소리로 채워야 한다. 음악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회원들이 인지를 못 하더라도 트레이너는 계속 떠들어야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들었다.


“강요는 안 합니다.”

“고고!! 다음 거 빨리 진행하세요!” (웅?)

“무리하지 마세요. 체력에 맞게 하시면 됩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세요.” (웅?!?!)


 응. 여러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고 한 사람이 하는 말이다. 운동 처돌이들의 종특 셋. 두 개의 인격이 공존한다. 물론 울 애기관장님이 인격이 바뀌는 템포가 남들보다 좀 빠르긴 하다. 하지만 이때 ‘응? 뭐 어쩌라는 거지? 하란 말이야? 말란 말이야?’라고 헷갈려할 필요 없다.

내가 해석해준다. 그냥 하라는 말이다. 하긴 하되 무리를 했다고 생각하지 말란 뜻이다.


 “본인 체력에 맞춰서 5킬로짜리 드셔도 되고요. 10킬로짜리 드셔도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10킬로짜리 드는 걸로 해요.”


 응?? 네?!?!? 왜 선택권을 줬다가 뺏으시는 겁니까?? 그럴 거면 애초에 5킬로 이야기는 왜 꺼내신 겁니까?! 아니나 다를까 어디선가 볼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너무 무거워요.”


그러자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두 손으로 들면 안 무거워요.”


 씨알도 안 먹힌다.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그냥 10킬로짜리 들고 오면 된다.


그리고 이틀 뒤…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주 회원님, 오늘은 상체 하셔야죠.”


왓?!?! 벌써요?!?!


 나는 그날 배틀로프와 푸시업을 했고, 일주일 후, 내 팔들은 완벽하게 회복되었다. 아니, 회복을 넘어서 벌크업이 되었다. 나는 단 일주일 만에 평생 처음 보는 팔근육을 보았다.

아… 여기서는 죽지 않으면 강해지는구나.


밸리할 때마다 거울에 비친 팔뚝을 보고 깜짝깜짝 놀랍니다.


 며칠 후, 플랭크를 하는데 스승님께서 자세를 교정해주러 오셨다.


“국주 회원님, 팔은 어깨랑 일자로 하시고, 여기에 힘주셔야 해요... 어? 오! 와… 근육 생겼네요.”


응? 스승님… 어찌하여 감탄을 하시는 건지요?

身體髮膚 受之父母(신체발부 수지부모)라 이 모든 신체는 부모에게 받은 것이지만, 이 근육은 니가 만들어준 거잖아요.




덧붙1.


제 친구 중에 트레이너를 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지금은 육아를 위해 쉬고 있지만 전문가지요. 그 친구에게 칭찬을 들었습니다.


“언니, 프사에 스쿼트 자세 엄청 좋아요. 교과서 같아요.”


전문가의 칭찬을 들으니 왠지 으쓱해졌습니다.


“진아, 나 정도면 괜찮지 않아? 살은 더 안 빼도 될 거 같지?”

“언니, 만족하지 마세요. 몸짱 아줌마 됩시다.”


허, 너도 천상 트레이너구나.

운동처돌이들의 종특 넷. 만족은 없다.


오늘도 스승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만족하지 마세요.”



<몸짱 시리즈> 는 담주 목요일… 아니, 언젠가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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