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국주 Jul 29. 2021

<스피닝> 네, 제가 까불었습니다.

앞으로는 객기 안 부리겠습니다.

 “아… 안돼요.”


허허, 내가… 석달만에 쫓겨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문지방에서 문전박대 당한 적은 또 처음이다.


 고여사님(필자의 어머님) 의 별명은 양파다.

까도까도 새로와서? 놉! 가수 양파를 닮아서? 그럴리가! 그냥 진짜로 실제 양파를 닮아서…

얼굴도 동글, 눈도 동글, 몸도 동글… 어느 한 구석도 별명이 양파가 아닐 이유가 없었다.


 60대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신 우리 고여사님은 시골에서 부동산을 운영하신다.

말이 부동산 운영이지, 뒷뜰에서 밭일 하시는 시간이 더 많다. 부동산은 그냥 취미인 듯?!?

그래서인지 가끔 거기가 부동산인지 마을 회관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사람들이 자꾸 그냥 놀러온다.


 하루는 꼬마 손님이 놀러왔다. 이제 막 말이 트인 두 돌배기 귀여운 여자 아이였다. 얼마나 귀여운지… 끌어안고 쪽쪽 빨고 싶었지만, 부모의 허락 없이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니기에 참고 있었다. 나는 참고 있었건만… 고여사님께서 아이를 번쩍 안아올렸다.


 “아… 엄마, 막 그러면 싫어하실 수도…”


 내가 말리려던 찰나, 들어올려진 아이가 고여사님의 볼을 쭈우우욱 늘리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 참 귀엽구나. 너… 참 동그랗구나.”


 이건 누가봐도 아이가 고여사님을 귀여워 해주는 상황이었다. 이유는?? 고여사님이 동그래서. 그렇다. 우리 고여사님은 두돌배기 아기가 봐도 동그랬다.

아… 안 되겠다.


 “엄마! 우리… 살 빼자!”


 그래서 스피닝 운동 센터를 찾아갔다. 왜 하필 스피닝이었냐면… 우리가 종목을 고를 수가 없었다. 도보가 가능한 거리 안에 있는 운동 센터는 그게 유일했다. 그런데… 그 유일한 센터 관장님께서 우리를 보더니 물으셨다.


 “누가 하실꺼여?”

 “이 분이요… (엄마를 가리키며)


 그랬더니 관장님께서 엄마를 위아래로 훑어보시고 하신 말씀이,


 “아… 안돼요.”


이거였다.

허…. 왜? 왜 안 돼는데? 니가 거절하면 우린 어딜가나? 아니, 일단 그 이유나 알자.


 “왜…요?”

 “이거 험한 운동이여. 다리 작살나.”


 왓더… 내가 종합격투기를 하러 왔습니까? 아님 철인삼종경기를 하러 왔습니까? 아니면 우리 다리가 프라모델로 만들어졌습니까? 고작 자전거 좀 탔다고 다리가 작살나다니요?!? 어이가 털려 할말을 잃고 벙쪄있는데, 관장이 말했다.


 “거기 어르신은 그 뭐시냐… 산보 하셔요.”


 하?? 산보? 지금 산책 말하는거지?

우리더러 그냥 동네나 한바퀴 걸어라 이거지?

와…. 오기가 생겼다. 운동을 하고자하는 의지를 불태워주기 위함이었다면 그대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험한 운동?!? 그래, 얼마나 험하나 함 해보자.


 “그럼 나는요?”


그랬더니 관장이 이번엔 나를 아래 위로 훑었다.


 “아…. 처자는 괜찮을거야.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하하. 이봐. 그게 무리인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해.

그래서 등록했다. 뭔가… 이러려고 온 건 아니었던거 같은데… 아, 그건 모르겠고. 저런 말을 듣고 어떻게 그냥 등 돌려서 갈 수가 있겠는가. (응.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그냥 감.)


 그런데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 때가 국내에 메르스가 퍼져 친정으로 피신 가 있을 때였으니, 둘째를 출산하고 반년 차.

다시 말해 운동을 쉰지는 2년차. 그 2년간의 공백기를 무시했다. 나는 괴물 체력이다. 아니, 괴물 체력이었다. 이거 하나만 믿고 덤볐다.


 등록하자 마자 바로 자전거(?)에 올랐다.


 “초보는 천천히 굴리셔. 살살해. 처자 다리 작살나.”


와우, 누구더러 초보라는거야? (ㅇㅇ. 초보 맞음)

그 다리 작살 난단 말 좀 그만하시지?


나는 운동 스승님께는 절대로 개기지 않는다.

단, 내가 제정신일때만.


 이보세요, 사장님. 내 다리가 그리 쉽게 작살날 거 같았으면 벌써 수십번은 작살났습니다. (응. 그래서 이미 수차례 작살남.) 내가!! 운동을 몇년을 해왔는데. 아까부터 참으로 정성스럽게 시비거시네. (사장님께선 그냥 맞말 하신거임)


 천천히 굴리라고 했지? 오케이. 내가… 니가 굴리는 그 속도 그대로로 굴려주지. (……. 미침)


 그런데 이 스피닝이라는 것이 페달만 굴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상체는 또 상체대로 할일이 있었다. 웨이브를 타거나, 춤을 추거나… 이런 것들?

그때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초보는 상체 동작 하지 말고 손잡이 꼭 잡으세요. 페달만 천천히 굴리세요.”


 와우, 내 심장이 뜨거워졌다.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하십니까. 웨이브가 내 전문인데.


 나는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웨이브를 하며, 페달을 미친듯이 굴렸다. 그렇게 무려 50분을 객기를 부렸다. 그야말로 객기였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아니 객기를 끝내고, 나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땅바닥에 발을 디뎠… 어?!? 디뎌야하는데? 땅이 어디갔지? 이쯤 다리를 뻗으면 발이 닿아야할텐데? 나는 그렇게 자전거에서 내리지도 못 하고 종이 인형 구겨지듯 파사삭 널부러졌다. 그러면서 자전거 의자에 턱을 가격당했다.


아… 씨… 쪽팔려.


이 다리는 더이상 내 다리가 아니었다.

어? 이상하다? 이럴리가 없는데?


 다시 일어서려고 시도를 했지만… 내 뇌가 내 다리를 없는 기관 취급 했다. 즉, 다리에 전혀 감각이 없었다. 와… x됐다. 의자를 잡고 꾸역꾸역 일어나서… 개처럼 네발로 기어서 집에 갔다.


 그날 저녁, 허벅지에서 열감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내 허벅지는 뜨겁게 미친듯이 부어올랐다. 다음날 나는 또, 그러나 친정에서는 처음으로,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진정 정형외과를 방문한 횟수가 감기 걸린 횟수보다 많을 듯)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허벅지 윗근육이 싹다 파열됬는데?”


아… 눼… 그렇습니까. (놀랍지도 않음)

덤덤한 내 태도에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 내가… 진짜로 궁금해서 그러는데… 도대체 뭘 하면 이렇게 됩니까?”


네… 그건 쪽팔려서 말 못 합니다.


 “산악 자전거 타고 지리산 오르셨나?”


허… 선생님, 제가 그런 미친 짓을 왜합니까.

(응, 미친짓 했음.)


 “허허허허. 왜 말을 안 하시나? 그나저나 다리 근육이 다 끊어져서 못 걸었을텐데??”


 하하하하. 그렇군요. 진짜로 다리가 작살났군요.

 인정하겠습니다, 사장님. 저의 패배입니다. (상대방은 너랑 싸운 적 없음.) 제가…  까불었습니다.


저는… 절대로 운동 스승님께는 안 개깁니다.

(아마도)





덧붙.

in 2021

지금도 싸이클이 제일 싫습니다.


저의 현스승님께서 말씀하셨어요.


 “국주 회원님도 이제 운동 끝나시면 싸이클 타셔야하는데…”


죄송합니다. 못 들은 척 했습니다.

차라리 푸쉬업을 하겠습니다.



 <마흔 몸짱 시리즈> 는 매주 언젠간 올라옵니다.

이거 쓰는거 참 재미나네요.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살사댄스> 왜? 오빠가 어디가 어때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