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국주 Aug 16. 2021

<요가> 이번 생은 안 되겠습니다.


하아… 요가…

김국주랑 가장 안 맞는 운동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요가’ 일 것이다. 그렇다. 자의로 시작한 운동이 아니다. 벨리댄스 스승님께서 ‘요가 클래스’를 개설하셨고, 명령하셨다.


 “국주야. 회원 늘 때까지 머릿수 채워라.


넵.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시작했다. 정신과 시간의 방, 요가 클래스.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요가 스승님은,

 한 손바닥으로 쥘 수 있을 것만 같은 가녀린 허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은 피부색, 날아오를 듯한 몸놀림, 그리고 종달새 같은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진정… 천사라는 것이 있다면 저런 모양(?)이 아닐까 싶었다.


 천사 스승님께서는 작고 가냘픈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셨다. 그야말로 늬들이 들을 수 있다면 들어봐라 모드였다. 우리는 온 청각과 신경 세포를 천사 스승님께 집중해야 했다. 그것 또한 정신 수련의 일종으로 받아들였다. 그냥 그 누구도 스승님께 좀 크게 말해달라는 말을 하지 못 했다.


 스승님께서는 그렇게 늘 속삭이듯 불가해한 동작을 시전 하셨고, 우리도 그것을… 함께 하기를 바라시는 듯했다. 하… 저 난해한 동작을… 그리고 그 어떤 동작을 시키시던 이런 요구를 하셨다.


 “마지막은 30초 동안 유지하세요.”


 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했던가. 단호하게 얘기한다. 아니다. 이 마지막 30초는 흡사…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과도 같다.

 사건의 지평선,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여 그 무엇도 탈출이 불가능한, 시간이 정지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시공간의 경계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바깥세상의 시간은 흐르기에… 20초쯤 흐르고 나면 내 몸이 핸드폰 진동 울리듯 달달 떨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천사 모양(?)의 스승님께서 맑고 고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괜찮아요. 안 죽어요. 10초 남았어요.”


 네, 스승님. 사람이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것…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스승님. 영혼이 육체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꼭 죽어야만 생기는 건 아닙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실 거 같은 분이 그렇게 인체의 신비를 삶과 죽음으로 이원화시키시려는 행동은 상당히 부당하다 생각되며…


 “네, 김국주 회원님. 30초 추가요.”


ㅆ… 잘못했습니다. 스승님. 살려주세요.


 행사장의 바람 풍선 같은 김국주가 30초의 (+징계 30초 추가) 사건의 지평선을 견디고 나면, 천사 모양의 스승님께서 타발적 다리 찢기를 시키셨다.

타발적 다리 찢기, 결코 자발적인 행위가 아니며, 강도 역시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고, 멈출 수도 없었다. 다리를 벌린 자세로 벽에 앞판을 밀어붙이고… 양쪽 무릎을 다른 회원분들이 잡은 상태로, 스승님께서 내 등을 미셨다. 이런 고문을 차별 없이 한 사람씩 순차적으로 받았다. 인원은 총 3명… 3명이서 사이좋게 서로가 서로를 고문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우지끈’… 허벅지 사이에서 뭔가 나뭇가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시야가 흐려졌다.

우지끈?!?! 이거… 사람 몸에서 나도 되는 소리인가? 그리고… 시야가 흐려졌다?!? 드디어 사건의 지평선이 빛에너지까지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뇌에서 비상벨이 울렸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여기서 더 가면 나는 내일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될 것이다.

하여 스승님께 말했다.


“스승님, 저… 이번 생은…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모양만 천사인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그럼 바로 다음 생 시작 도와드릴게요.”


 와우, 죽이겠단 협박을 저렇게 고상하게 할 수도 있는 거였구나. 그래, 탈출하자.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자…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보자. 생각하자… 생각… 내가 애초에 여기 있는 이유… 원본 스승님의 명령…

 

 “국주야. 회원 늘 때까지 머릿수 채워라.”


이거였다!!! 인원수!! 하하하. 나를 대신해 고문을 당할 사람을 채워 넣으면 되는 거였구나!!

내가 의리가 없지, 친구가 없는 건 아니잖아?!?


 나는 대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어떤 운동이건 해보라고 권유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그 문턱을 넘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운동 센터의 문턱은 상상 이상으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운동을 해본 사람보다는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더 가능성이 있다. 그만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며칠 후, 운동이라곤 1도 인연이 없는 직장 동료가 말했다.


 “김국주 대리, 요즘 살 많이 빠졌네? 다이어트해?”


 걸렸다. 그럼 이제 니가 나 대신 살 좀 빼자.

 이때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 빠져나갈 구멍이 슝슝 뚫린 얼기설기한 그물은 던져봤자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소중하게 준비한 단 하나의 미끼만을 사용해야 한다. 한번 물면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그런 미끼.


 “한대리님, 저 요가해요. 근데 솔직히 살 빠지는 건 모르겠던데. 저 살 빠졌어요?”

 “응. 너 등살 다 어디 갔어?”


오케이. 그거구나. 등살.


 “에이… 무슨 요가 꼴랑 두 달 했다고 살이 빠져요?”

 “응?? 두 달밖에 안 했어?”

 “네. 근데… 나 등살은 좀 빠진 거 같기도… 하긴... 요가 동작이 딱 그렇긴 해요.”

 “그지? 등살 빼는 게 젤 어렵지 않아?”

 “그니까요. 밸리 할 때 죽어도 안 빠지던 게, 요가하니까 빠지네. 대박.” (미안하다. 밸리야.)

 “그거 금액 얼마야??”

 “몰라요. 한대리님 하시게요? 뭐하러? 날씬하신데.”

 “아냐… 나 살 엄청 많아.”

 “에이… 아닌데… 금액은 몰라요. 저번에 오픈해서 이벤트 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네요. 아!! 맞다! 지인 할인 있어요!!”

 “진짜? 그럼 김대리가 나랑 같이 가줄래?”

 “저 오늘 안 되고 내일이요.”

 

 하여 한대리님은 그 다음날 오픈 이벤트가에 지인 할인가까지 받아서, 거의 반의 반값에 요가 클래스의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미안합니다. 거짓말 한 건 없습니다.


그리고 두 달 후, 한대리님이 말했다.


 “김국주 대리, 요가 진짜 재미있던데? 효과도 좋고… 왜 같이 안 해?”


 왓?!?!? 재미있… 다행입니다. 재미있으시다니…

 운동에 1도 인연이 없던 분을 운동의 세계로 밀어 넣었으니, 나 이제… 죄책감 없어도 되지요?


세상을 넓고, 사람은 많고, 운동은 다양하고.

각기 맞는 운동은 다 다를 테니까.





덧붙1.


난 유연성은 정말 제로야.

라고 말을 하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벨리댄스 하려면 유연성이 좋아야 하는 거 아냐?”


 네… 물론! 유연성이 좋으면 좋지요!!

그런데 벨리댄스에서 ‘유연성’이 반드시 필수 덕목은 아닙니다.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벨리댄스도 결국은 근육을 쓰는 춤입니다.


용인버스킹 in 2016 …. 아… 보기만해도 힘들다….

……… 아…

저런 걸 보면 유연해 보일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저건 어디까지나 등의 기립근과 허벅지 위쪽의 대퇴사두근, 그리고 코어 힘으로 버티는 것입니다. 즉 다리 힘, 근육이 풀리는 순간, 길바닥에 김장 배추 던져지듯 널브러지게 되는 것이지요. 동시에 무릎이 접히고 발목이 꺾이며 복숭아뼈에 멍이 들고 등이 까집니다. 근데 뭐… 다치는 게 중하겠습니까. 쪽팔려서 도로 일어나기가 싫다는 게 문제지요. 젠장…


……….

버스킹 공연만 6년 차, 지금은… 실수도 공연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feat. 세월의 포스)

 

- 갑자기 오픈 편지 -

어여쁘고 어여쁜 한대리님.
잘 지내십니까? 지금도 운동하십니까?

sns에 아기가 한대리님 닮아서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더라고요.
그런데… 아기가 꽤 자란 듯 하니, 이제 운동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한대리님께 맞는 운동 찾으셔서 즐겁게 운동하시고, 앞으로 딱 백 년만 더 건강하고 어여쁘시길 바랍니다.

- 죄인 김대리 올림 -


 사랑하는 저의 구독자님께서 댓글로 “요가”를 살며시 추천해주시기에, 이번엔 요가 편을 올렸습니다.

이 글로 인해 저의 구독자님께서 즐거우셨다면 저는 오늘 할 일 다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흔 몸짱 시리즈>는 다다음 주 월요일에 올라옵니다. 다음주 월요일엔 <육아 전쟁> 시리즈가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근력운동> 근육은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