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기차 숙소때문에 갔지만,

영월 동굴 생태관, 고씨 동굴, 펫힐링달빛동물원

by 김국주

https://brunch.co.kr/@book-kingkong/110

이번 에피소드와 이어집니다.




영월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기차 창으로 건너보는 기찻길은 고즈넉하고 예뻤다. 가끔…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렸다. 와… 나 정말 철로 옆에서 잤구나. 참 낭만적이… 촤르르륵!!! 느닷없이 신재희가 침대 커튼을 열어젖히고, 다정하게 아침 인사를 해왔다.


“…… 언니야… 니 지금 잠이 오냐?”

“와 ㅆ… 깜짝이야. 왜?!? 너도 잘 수 있을 때 자두렴. 오늘은 어제보다 더 빡셀테니.”

“하… 빡같은 소리 하네. 계획은 있고? 할 일이 있어야 빡이 세도 셀 거 아니냐고!!”


아… 맞다. 우리… 계획이 없었지. 참…

근데 너는 그걸… 지금 눈치챈 거니?


“재희야. 그것이 무계획 현장 조달 여행의 매력 아니겠니? 낭만적이잖아.”

“낭만… 이고 나발이고, 지금 당장 검색질 시작해!”


하하하. 이 친구야!! 검색은 왜 해??

기다려봐. 내가 하나를 주고 다섯 개를 받아올 테니.

침대에 도로 누워서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자주 가는 카페에 들어가서 간밤에 묵은 기차 숙소 후기 글을 올렸다. 캬… 내가 이럴 때 쓰려고 글빨을 갈고닦은 거란다. 그리고 마지막에 멘트를 달았다.


‘강원도 영월, 가볼 만한 곳 추천 부탁드려요.’


요즘은 어설프게 검색하는 것보단 이렇게 추천받는 게 훨씬 알짜라고… 믿어보련? 드디어 몇 분 뒤… 마음 좋으신 몇몇 분들이 이것저것 추천해주셨다.

고씨 동굴, 동굴생태관, 펫힐링달빛동물원, 곤충박물관과 몇몇 카페들… 등등. (근데 맛집은요???)


오우케이.

자, 그럼 리드미컬하게 순차적 강행을 시작해볼까?

오늘 이 하루가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불신의 눈초리를 뿜뿜 내뿜는 신재희를 끌고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식당에서 대충 아침을 해결했다.

(맛집 추천은 없었기에… 맛집… 흑.)


그리고 우리 육패가 처음 방문한 곳은 여기였다.

영월 동굴생태관.

영월동굴생태관… 주인공은 박쥐.

이곳의 주인공은… 박쥐?!? 였다.

사전 정보 1도 없이 들어온 육패의 우두머리들을 살짝 당황했다. 심지어 입구에 진입하자마자 마주친 친구는… 왓더 쉐…ㅌ… 지를 만져보라고 위풍당당하게 매달려 있는 박쥐 표본이었다?!?


하… 이건 뭐… 초장부터 하드코어구만.

지금 나더러 너를 만지라는 거지? 양 팔과 날개를 활짝 펼치고는 입을 쩍 벌리고 나를 노려보며 대롱대롱 걸려있는 그 자태를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저것(?)이랑은 더 이상 눈을 마주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 그냥 지나치자.

저것은 없는 셈 치… 려고 했는데 육패의 똘마니 세 놈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그 쥐샠… 아니, 박쥐 표본을 쓰다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으어억.. 이런 ㅆ … 버젓이 만지라고 있는 거라 말릴 수도 없고… 심지어는…

“엄마!! 이거 디게 부드러워!! 엄마도 쓰다듬어봐!”


하… 부드럽?!? 그렇겠지!! 저 표본이라는 거… 털 달린 박쥐 시체니까?!?


저 소동물 시체를 더 보듬겠다고 악악대는 육패 똘마니들의 멱살을 질질 끌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


여기를 젤 좋아함

응?!? 느닷없이 키즈카페였다.

심지어 짚라인에 등반까지 할 수 있는 매니악한 장소였다. 박쥐고 나발이고 녀석들은 이곳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물론 중간중간에 동굴 설명, 박쥐 설명 등 다른 것들도 많았지만, 놈들이 그런 건 광속으로 지나쳐서 잔상도 남지 않았다.


그 외에 빛을 쏘아 박쥐를 찾는 체험, 뭔가를 밟는 체험 등등 녀석들의 취향 저격 공간들이 이어졌다.

뭔가를 밟는 체험, 애들 엄청 좋아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4D 영상 체험관이었다. 그렇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거…. 꿈틀거리는 의자에 앉아 조악한 안경을 끼고 매직아이 같은 영상을 굳이 돈 주고 보는 그거… 그걸 우리 똘마니들이 결코 그냥 지나칠리 없었다.

하… 그래, 몇 분만 참자.


“여기서 젤 인기 있는 영상이 뭔가요?”


나는 몰랐다. 저 질문이 ‘여기서 가장 멀미 나는 영상이 뭔가요?’라는 의미로 전달되었을 줄은…

시각적 효과는 어마무시했다.

그저 꿈틀거리는 의자 위에 앉아있을 뿐인데, 파도처럼 밀려오는 멀미를 막을 길이 없었다. 심지어 가끔 롤러코스터가 끊기는 부분에서는 정체불명의 바람이 쓋쓋 나오면서 그 찝찝함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젠장. 하긴… 안면에 물을 찍찍 뿌리는 곳도 있으니 그것보단 나으려나. 무엇보다 녀석들이 굉장히 즐거워했다. 그래… 그거면 된 거지 뭐…


그렇게 육패의 똘마니들은 동굴생태관에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그리고 출구를 나오는 동시에 도통이 녀석이 하는 말…


“엄마, 나 배고파요.”


와우, 신생아니? 무슨 식사 텀이 두 시간이야?


“너무 돌아다녔더니 배고픈 거예요.”


와… 너… 동굴생태관 딱 하나 들어갔다 나왔거든? 하, 그래… 연비 안 좋은 저 녀석에게 급하게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에너지를 주입했다.


그리고 다음 방문한 장소는 고씨 동굴이었다.

낮고, 좁도, 어둡고, 춥고… 이것이 진정한 동굴이다.

여기가 왜 고씨동굴인고 하면, 왜란 때 고씨들이… 아니다. 이런 설명은 김국주 브런치에 어울리지 않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안전모, 마스크 필수 착용

암튼 우리는 고씨 동굴 입구에서 안전모를 나눠 받았다. 필착, 이유인즉슨 천정이 낮아서 머리가 부딪친다나 뭐라나.


허… 참… 아니, 뭔 그리 세상 쓸모없는 걱정을…

여기 정수리 충돌의 위협을 받을 만큼 키가 충만한 인간이 어디있다고… 세 인간은 아직 새끼 버전이고, 그나마 성체인 두 인간도 뭐… 한참 모자랄 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내내 안전모를 텅텅거리며 돌아다녔다. 천정은 몹시 낮았으며, 길은 몹시 좁았고, 다른 사람이 없을 때는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 (신재희와 녀석들은 전혀 든든하지 않기에.)


특히 토리 녀석은 한발 뗄 때마다 도로 나가자고 칭얼댔다. ‘아… 동굴이 좁고 어두워서 무섭구나.’라고 생각하고, 예의상 이유를 물어봤는데,


“토리야, 동굴이 어두워서 무서워?”

“아니!! 아까 그 박쥐가 나타나서 내 얼굴에 날아오면 어떠케?!?”


아?!? 아… 이런… 의외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응. 토리야. 걱정 마. 그럴 일은 절대로 없어. 박쥐가 그리 흔하게 날아다닐 거 같았으면 여기 관람료는 열 배는 더 비쌌을 거야. 그리고 아까 그 박쥐는 아주 오래전에 죽어서 박제된 거잖니. 심지어는 니놈들이 귀엽다며 쓰다듬기까지 했고…


그렇게 토리를 좋은 말로 잘 달래서 끌고 다니는데, 이번에는 신재희가 정신 나간 소리를 지껄였다.


“언니… 혹시… 그 이야기 알아?”

“아… 응. 몰라. 계속 모르고 싶어.”


그러거나 말거나 신재희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어떤 남자가… 좁은 동굴을 통과하다가 못 나오고 끼어서 죽었데… 너무 껴서 꺼낼 수도 없고, 동굴을 폭파할 수도 없고… 결국 며칠 뒤에 ₩&&&&:&@: …. 시체도 못 꺼내서 ₩&/&@:&:@@.”


하아… 그냥 모두 닥쳤으면…


우쨌든 우리는 박쥐의 공격을 받지도 않았고, 끼이지도 않으면서, 동굴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때 시간이 오후 4시경이었다.

“언니, 시간이 애매하네. 이제 밥 먹고 집에 갈까?”

“뭐랏?!? 이런… 나약한 것들!! 영월 사람들의 하루가 끝나기 전까진 니놈들도 영월을 못 벗어난다.”

이 또라이가 뭔 개소리냐며 이제 제발 집에 가자고 악악대는 신재희를 끌고 우리가 들른 곳은 펫힐링달빛동물원 이었다. 유후!! 추천받은 곳은 다 가야지!!


달빛 동물원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미안하다, 말아.

승마 체험이었다.

금액은 후덜덜했지만, 이것이 있는 이상 놈들을 안 태워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왜때문인지 도통이 차례에서 내 맴이 한없이 불편해졌다.

미안하다, 말아.

이쯤 되면 왠지 요금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달빛동물원 요금표

우와… 브라보 신재희!!!

이번 여행 때, 이런 요금표를 한 장도 찍지 못해서 못 올렸는데!! 이걸 신재희가 찍었다!!!

덕분에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게 되었네요.
말 타는 거 18,000원입니다!!


먹이 주기 체험… 애들을 전반적으로 살짝 굶긴 듯….

그리고 동물 먹이 주기 체험…

토끼를 제외한 모든 동물들이 전반적으로 살짝 굶주려 있었다. 놈들은 내 손까지 먹을 기세로 사활을 걸고 무섭게 덤볐다.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주둥이를 우리 밖으로 내미는 동물들 앞에서 아이들은 겁을 먹었고, 그나마 상대적으로 얌전하게 받아먹는 알파카 우리에 정착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까망 알파카에게 먹이를 주던 도통이가 하양 알파카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하자, 까망 알파카가 도통이 얼굴에 침을 뱉은 것이었다?!?!? 정말 퉤!!! 하고 침을 뱉었다!!!

우와… 저 놈 침 뱉는 스킬 좀 보게. 내가 뱉어도 너보다 더 빈정 상하게는 못 할 듯…


반면 도통이는 당연히 약이 바짝 올라있었다.

기어코 지도 저 거무튀튀한 알파카에게 침을 뱉고야 말겠다고 바락바락 거리는 도통이를 겨우 달래서 다음 우리로 넘어갔다. 녀석은 돌아다니는 내내 그 침 뱉는 양아치 알파카를 잡아먹으려 들었고, 그럼에도 우리는 달빛동물원의 폐장까지 함께 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아름다운 노을이 지면서, 눈가가 촉촉해진 신재희가 말했다.


“또라… 아니, 언니야. 이제 제발 집에 가자.”


그럼, 당연히 가야지.


한참 집으로 가는 차 안, 도착할 때쯤 차창 밖으로 곤지암 리조트가 보였다.

그러자 도통이놈이 하는 말.


“엄마, 오늘 밤은 곤지암 리조트에 가는 거 어때요?”


ㅇ… 왓?!? 도랐… 이런 내 새끼가….


“그래… 그전에 엄마 갠피티 해주는 스승님께 연락 좀 하자. 내가 실종될 예정이니 피티 뺀다고…”


그러자 신재희가 말했다.


“… 뭘 연락해. 오늘 집에 안 갈 거면 그냥 싹 다 차단 갈겨. 난 신랑한테 이거 설명 불가능해.”

“뭐?? 차단하면 그 뒷수습은 어떡하고??”

“니가 뒷수습을 왜 해? 넌 오늘만 사는 인간인데.”


아, 그렇구나. 그래… 우리… 내일도 살아야지.

그렇게 육패의 영월 여행은 가까스로 끝이 났다.

만세.



덧붙.


사실 영월을 나돌아 댕길 때만 해도 이걸로 글을 쓸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사진 자료가 현저히 부족하더라고요. 세상 쓸모없는 셀카만 드립다 찍었답니다.

그리고 제 브런치가 정보 제공형이 아닌, 순수하게 재미를 위한 똘끼 충만한 공간인지라, 여행기를 쓴다는 게 망설여진 것도 사실이었어요.

제공할 정보가 없거든요. 다녀와도 없어요.


하, 그런데 이제 보니 똘끼도 살짝 부족하네요.

그게 없으면 김국주의 색이 사라지는데 말이죠…

다음엔 좀 더 충만(?)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우리 육패는 코로나 방역 수칙을 엄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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