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 vs 자리가 없는데요

by 김국주

도통이 세 살 무렵, 녀석이 밥을 드럽게도 안 먹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키즈카페를 갔다가 돌아오는데 녀석이 말했다.


“엄마, 궁뭉… 맘마.”


대충 뜨끈한 갈비탕에 밥을 말아먹고 싶다는 뜻이었다. 거기에 들어있는 고기는 질기니 엄마가 먹어라 난 국물만 먹겠다. 뭐 그런 뜻이었다.


그게 무엇이건 간에 밥을 드럽게 안 먹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제안한 메뉴라면, 엄마는 사활을 걸고 빠른 시간 내에 그 음식을 코 앞에 대령해야 한다. 당시 나의 육아 임무는 그거 하나뿐이었다.


유아차를 끌고, 아니 몰고 식당 거리로 진입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갈비탕 식당으로 돌진했다. 그런데 아뿔싸… 식당 입구 앞에는 계단만 있고, 경사길이 없는 것이었다.

훗, 이깟 계단 대여섯 개쯤이야. 나는 왼팔에는 유아차를, 오른팔에는 녀석을 끼고, 힌지를 접고, 허리 숙이고, 상체 무게 중심은 살짝 앞으로… 아무튼 계단을 올라갔다.


그때 시간이 대략 오후 4시 무렵이었다.

문을 여니 딸랑딸랑 종소리가 울렸다. 주위를 얼른 훑어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휴, 다행이…


“아? 손님, 지금 자리 없어요.”


다? 응? 사장님. 그게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십니까. 내 눈이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십니까. 지금 여기 이 넓은 홀에… 너랑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뎁쇼?!


“사장님… 지금 아무도 없잖아요.”


사장님의 흔들리는 동공, 흔들리는 목소리.


“전부 다… 예약된 거예요.”


아하! 예약이요. 그래요… 압니다.

이 작은 생명체가 어딘가에서는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거…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일부로 한산한 시간대에 오지 않았습니까?


“사장님… 지금 오후 4시 입니다만? 이 시간에 이 자리가 다 예약이 되어있다고요?”


맞받아칠 총알이 다 떨어진 사장님께서는 할 수 없이 우리 모자를 받아주시기로 결정했다.

단, 조건부로.


“대신 여섯 시까진 나가주셔야 합니다. 그땐 손님이 많을 시간대라서요.”


아이고… 네, 더 있으라고 해도 갑니다요.

당시 도통이는 많이 먹어봤자 서너 숟가락도 겨우 먹는 소식가였다. 결국 남은 음식은 내 몫이었다. 하여 갈비탕을 한 그릇만 주문했다. 빨리 먹고 빨리 떠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갈비탕 한 그릇, 수저, 젓가락 한벌, 물컵 하나.


“저… 사장님? 수저랑 물컵 한 개씩만 더 주세요.”

“네, 손님. 수저랑 물컵은 음식 수대로만 나옵니다.”


와우, 내가 갈비탕을 한 그릇만 시켰다 이거지? 오우케이. 간만에 제대로 대접받겠는데?!?


“오케이. 그럼 갈비탕 한 그릇 더 주세요.”


이깟 갈비탕 두 그릇?! 내가 못 먹어서 안 시킨 게 아니다. 빨리 마셔버리고 빨리 사라져 주려고 그랬던 거지. 음식을 받자마자 녀석을 바삐 먹이고, 남은 건 내가 모조리 흡입했다. 두 그릇 다!! 글쎄… 맛은 모르겠다. 이런 뜨끈뜨끈한 분위기에서 음식의 맛 따위…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계산하면서 슬쩍 말했다.


“저… 사장님. 이 세상엔 노키즈존이란 게 있습니다. 괜히 이딴 고생 하지 마시라고 알려드리는 겁니다.”


모르겠다. 대놓고 ‘노키즈존’ 이라고 붙이고 아예 출입을 금지하는 곳과, 공식적으로는 출입을 허가하지만 문 앞에서 문전박대하는 곳 중에 어떤 곳이 더 찐하게 남을지는…


두 달 후, 그 식당의 문에는 ‘노키즈존’ 이라는 팻말이 붙었고, 일 년 후 그 식당은 사라졌다. 이전을 했는지 망한 건지는… 글쎄… 모르겠다.


하… 안다. 유난히 진상 손님에게 치인 날은… 귀가 후에 세수할 힘도 남아있지 않으리란 것을… 그리고 그 진상 손님 중 대다수가 아이들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아이들 잘못이 아닌, 통제를 못 하는 어른들 잘못이라는 것을…

그래, 알겠다. 식당 주도 손님을 골라서 받을 권리, 손님을 판단할 권리… 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그렇다면 우리 역시… 식당을 고를 권리가 있으며, 누군가 묻는다면,


“아…. 그 식당? 흠… 면접장에서 다 정장 차림인데 나 혼자 핑크색 추리닝 입고 앉아있는 그런 느낌?? 뭐 대충 그런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번 가보든가. 아!! 아니다… 지인 결혼식 장에 새하얀 원피스 입고 하객으로 가서 앉아있는 느낌인가? 아니면 장례식장에서 삐에로 복장하고 앉아있는 느낌??? 뭐 대충 그런 경험들이 가능해. 암튼 완전 쩔어.”


우리도 이렇게 대답을 할 권리… 있지 않을까?




덧붙.


녀석이 드럽게도 안 먹던 시절.

집안일은 다 못 하지만 그중에서도 요리를 제일 못 하는 김국주가 무려 베이킹을 했었습니다.


분유 과자, 쌀과자

분유와 쌀 그리고 달걀로 만든 쿠키지요.

당시에는 상당히 든든한 (내 마음이 든든한) 간식이었습니다.



무려 유자, 당근 파운드

이건 무려 유자 파운드입니다. 잘 보이진 않지만 당근도 갈아서 넣었어요. 녀석에게 당근을 먹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그 외에 메추리알 토스트, 브로콜리 쿠키 등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사진이 없네요. 찍고 싶지도 않은 비주얼이었고…


아구아구 볼 터지겠네.

녀석이 잘 먹어주니 주구장창 빵만 구웠었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 때가 편했던 듯해요.

그저께는 도통이 녀석이 그러더라고요.


“엄마, 밥 줘.”

“도통아… 지금 오후 두 시야. 너 학교에서 점심 안 먹 었어?”

“먹었지. 그런데 엄마… 체중을 조절하려면 끼니를 나눠서 먹어야 한데.”


왓더…


“도통아… 그건 끼니를 나눠 먹는 게 아니라 그냥 점심을 두 번 먹는 거야.”


한참을 생각하던 녀석이 전략을 바꾸더군요.


“그래. 엄마 말이 맞아. 그런데… 그렇다고 소중한 아들을 굶길 셈이야?”

“하하하하. 니가 굶었??! 오우케이. 5시에 줄게.”

“3시.”

“4시.”

“알았어. 엄마. 4시. 그럼 그전에 아이스크림 먹고 있어도 되지?”

“응. 안 돼.”


하… 냉장고에 락을 걸어야 하나 고민되는 요즘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왠지 운동 매거진의 글이 올라올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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