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아니, 그 명령은 국가에서 떨어졌다. ‘놈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다면 신속항원 검사를 해라.’ 하여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놈들을 차례로 잡아다가 코를 쑤셨다. 별생각 없었다. 놈들은 평소와 같았다. 다시 말해 몹시 하이텐션이었다. 그런데…
왓?!?! 분명 입학식 전날까지 놈들은 음성이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시베리아 산맥 같은 선명한 두 줄이 생긴 것이다.
하… 젠장… x 됐다.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다. 나 오늘…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버렸다. 날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내 손으로 내 콧구멍도 쑤셨다.
아… 다행이다.
그 와중에 신랑도 한 줄이 떴다. 붉은 선 한 줄… 그리고 그 너머에서 둥실 떠오른 또 하나의 생각…
와, 부스터가 영 물백신은 아니었나 보구나.
(이후 바로 pcr 검사도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백신이고 나발이고 놈들이 이러코롬 내 옆에만 찰싹 붙어있으면 어차피 옮는 건 시간문제 아닌가. 심지어 놈들이 양성이니, 어차피 동거인인 나도 밖으로는 못 나간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만약에 놈들이 격리 해제될 즈음에 내가 확진되면? 난 2주간 못 나간다! 만약에 놈들이 격리 해제가 될 즈음 신랑이 걸리고, 신랑이 해제될 때 내가 걸리면? 난 3주간 집 밖으로 못 나간다?!?! 이런 젠장…
죽어도 그 짓은 못 한다. 죽였다 살려도 그 짓은 못 한다. 오케이. 일주일!! 우리 한방에 끝내자. 와라.
나는 오미크론에게 맞짱을 신청했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작은 문제점이 있었으니, 내 별명이 운동또라이, 헬창 그리고 괴물 체력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백신마저 3차까지 깔끔하게 완료된 상태였다. 즉, 강력한 군사력에 방어벽까지 세운 셈이니,
‘적은 결코 자력만으로는 나에게 침투할 수 없다. 놈들과 함께 숨 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라는 합리적인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토리가 밥 먹던 수저를 빼앗아서 내 입에 넣었다. 그것도 못 미더워서, 녀석의 혓바닥에 손가락을 찍어서 내 혓바닥에 옮겼다. 그야말로 발악을 했다.
그렇게 나는 온몸으로 적을 맞았다.
‘좋아. 우리 찐하게 함 떠보자.’ 하고 기다렸는데…
이게 웬걸… 좀처럼 증상이 오지를 않았다. 멀쩡한데 갇혀있으려니 심심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릴없이 누워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 그동안… 내가 가정주부라는 사실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그래서 쉬는 동안 안 하던 짓을 해보기로 했다.
신랑에게 물었다.
“여보야, 내가 요리해줄까요? 뭐 먹고 싶어요?”
그가 대답했다.
“응… 꿈도 꾸지 마.”
그렇다. 내 신랑은 내 요리를 싫어한다.
그래서 청소를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그가 말했다.
“여보야, 뭐해?”
“응, 그동안 내가 가정 주부라는 사실을 잊었던 거 같아서요. 쉬는 동안 살림 좀 해보려고요.”
입 다물고 한참을 더 보던 그가 말했다.
“여보야, 근데 너… 니가 지금 환자란 사실도 잊은 거 같은데?”
응? 내가????
“근데요… 나 지금 전혀 안 아픈데요?”
한참 뒤…. 그가 또 말했다.
“여보야, 그거 생각나요? 너 생밤 깐다고 깝치던 날… 밤껍질이 니 손톱 밑으로 들어가서 그때 열이 40도까지 올랐잖아요. 그때도 너 전혀 안 아프다고 했어요.”
아니, 깝치다니요. 그리고 그때는 여보야한테 밤 삶아주려고 그랬던 거죠.
“…… 그때 얘기를 왜 해요.”
“여보야, 그건 생각나요? 너 양파 썬다고 깝치던 날… 양파 대신 니 손가락 썰었잖아요. 그때도 안 아프다고 했던 거 같은데?”
아니, 그땐 너한테 된장찌개 끓여줄라고 그랬던 거고…
“…… 그때는 살짝 벤 거고… 요.”
“여보야, 그럼 그건 생각나요? 너 설거지 한다고 깝치던 날, 컵 깨서 그걸로 손목 그었잖아요. 그때도 안 아프다고 했는데??”
하… 그때는 안 아프다고는 안 했습니다만? 과다 출혈로 기절까지 했는데 어떻게 안 아프단 말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아니, 그때는…”
“그때 인대까지 짤려서 수술했잖아요. 여보야 그때 그 수술 자국 좀 같이 볼까요?”
그만. 알았다. 알았다고. 그걸 왜 같이 봐.
하… 나는 도로 이불로 겨들어갔다. 그리고 놈에게서 등을 휙 돌렸다. 심심해서 살림 좀 해보겠다는데 왜때문에 몇 년 묵은 과거 이야기까지 주렁주렁 꺼내서는 통통 던져대는지… 저런 사람이랑은 상종도 하기 싫었다. 삐지기로 했다. 그랬더니 놈이 새초롬해진 내 뒤통수에다 대고 속삭였다.
“여보야, 지금 다치면 수술도 안 돼요. 코로나 환자는 수술 안 해줘요. 그러니까 제발 깝치지말고 그냥 그대로 누워있어요.”
우와… 저 또라… 그래, 저 사람은 포기하자.
다른 ‘정상적인’ 사람이랑 대화를 하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핸드폰을 열었다. 그리고 지인과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랬더니 답이 오길…
우리 스승님 : 증상 없으시죠?
뭐죠? 이 확신에 가득 찬 반응은…
친구 1 : 야. 나도 양성인데. 샘샘이다!! 우리 만나자!
아니, 우리는 둘 다 대문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요.
아. 맞다. 그럼 영통 할래?
……놉.
친구 2 : 으흥… 너 심심하겠다.
…… (기분 나쁘지만 반박 못함.)
놀러 갈까?
… 나는 괜찮은데 너는 괜찮아요? 나 확진이라고.
그리고 여기 들어오면 너도 7일간 못 나가요.
친구 3 : 코로나가 미쳤냐? 너한테 가게?
으흥? 코로나한테도 인격이 있습니까?
내가 코로나라면 절대로 너한테 안 간다.
니가 코로나라면 내가 왜 너랑 친구를 합니까.
친구 4 : 그럴 리가… 결과 잘못 나온 거 아냐?
아니, 그걸 왜 의심하는 거죠?
니가 코로나에 걸릴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왜요…
친구 5 : 그거 4일이면 낫는데. 4일 후에 보자.
국가가 나 7일간 나가지 말라는데요.
누가 너더러 나오래? 내가 가면 되잖아.
국가가 너 오는 것도 금지래요.
친구 6 : 아령 갖다 줄까? 홈트라도 할래?
… 우리 집에도 아령은 있습니다만
운동은 얼마나 하고 있어?
…… 보통은 휴식을 권장한다더라고요.
친구 7 : 나 니네집 앞이야. 문 좀 열어봐.
야, 이 또라이들아!!
엄마 1 : 그럼 너 투표 못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엄마 딸 확진…
그래서 누구 찍을껀데?
…… 비밀 투표입니다.
아빠 1 : 딸… 돈 보내줄까?
사랑합니다.
하…. 그냥 정상적인 사람이 없었다.
그래, 책이나 보자. 삐진걸 철수하고 도로 이불에서 기어나와서 바시락 바시락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카톡이 울리기 시작했다.
“심심하지? 책 빌려다줄게. 책 제목 말해봐.”
“뭐 마실래? 라떼? 신랑은?”
“분식 트럭 왔던데 뭐 사다 줄까?”
“토리 우유 좋아하잖아. 우유 사다 줄게.”
“약 타올 사람 있어? 약국 가는데 약 좀 사다 줄까?”
“대문 열어봐.”
우와…… 일주일 내내 감동했다.
국가가 정해준 격리 기간 동안, 적은 바짝 엎드려서 존재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고, 나는 내 사람들 덕분에 크리스마스 휴가 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다행히도 도통이는 무증상이었고, 토리는 약하게 지나갔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무탈하고 건강하시길 바라며, 더불어 고생하시는 의료진, 봉사자분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덧붙 1.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싶어서 저도 비대면 진료 신청을 했습니다. 곧 친절한 의사 선생님께서 위로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지요.
“김국주님, 확진되셨다고요.”
“네…”
“증상은 어떤가요?”
네? 증상이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자니… 진료를 신청한 의미가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안 아픈것을 아프다고 거짓말을 해서도 안 될 것 같았지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흠… 아플 때 다시 전화드릴까요?”
잠시 정적 후, 선생님께서 물으셨습니다.
“증상 전혀 없으세요?”
“네…”
“백신은 3차까지 맞으셨구요.”
“네…”
“그럼 비상용으로 해열진통제, 인후염 약, $££^%^^$$££ 등등 지어드릴 테니 아프실 때만 드시고요, 혹시 약 드셔도 계속 아프시면 다시 전화 주세요.”
“네…”
할말이 사라지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요.
“그런데 왜 간검사하러 안 오세요?”
“네… 간… 네?? 간이요?”
“네. 20년도에 받으시고 안 받으셨네요.”
“…… 격리 해제되면 갈게요.”
“네. 꼭 오세요.”
그렇게 저는 코로나 비대면 진료를 받으면서 동시에 간검사 예약도 했습니다.
잠시 후 (그때까진 음성이었던) 신랑이 한 보따리의 약을 가져왔고, 며칠 후 본인이 다 드셨습니다.
여보야, 당신 괜찮아요??
덧붙2.
격리 기간 동안 문고리 배달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너무 행복해서 받으때마다 신랑에게 자랑을 했지요.
그랬더니 울 신랑 반응이…
첫날… (책과 케잌 받은 날)
“응? 이야… 우리 여보야 인기 많네?!”
둘째 날… (과일까지 받은 날)
“우와… 우리 여보야. 인간관계 최곤데? 인생 헛살지 않았어!”
셋째 날… (커피 연거푸 세잔 마신 날…)
“여보야, 너 혹시 나 몰래 마을 이장 같은 거 하니? 이거 혹시 뇌물들이야?”
넷째 날… (돈까스로 진수성찬 받은 날…)
“여보야, 혹시 니가 배달시켜놓고 받았다고 뻥까는 거 아니지?”
다섯째 날… (급기야는 고기까지 받은 날…)
“여보야… 너 혹시 우리 집 돈 없다고 말하고 다녀? 이건 뭐 거의 난민 지원 수준인데?”
여섯째 날…
아무런 지원이 없자 비로소 그가 안심했습니다.
여보야, 내가 인복이 많아요.
그래서 당신이랑 결혼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