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기 전, 엄마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두통?! 근육통?? 탈모?? 놉!!! 그런 부작용들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타발적 육아 파업이다.
다시 말해… 내가 앓아누우면 저 녀석들은 어떡해?!
그래서 토요일에 맞기로 했다.
혹시 아플 수도 있으니 병원 가기 좋은 평일에 맞아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같은 이유로 아이들을 맘 놓고 방치할 수 있는 주말을 선택했다. 주말엔 신랑이 있으니까.
그러려면 잔여 백신을 잡아야 했다.
카카오톡의 잔여백신 현황을 1분마다 새로고침을 하며 노려봤다. 아스? 아픈 게 오래간단 말을 들었으니 탈락. 반드시 주말 내에 회복해야 했다. 또한 2차와의 간격이 너무 길다. 모더? 내가… 탈모 관련 뉴스를 봐버렸다. 확실치 않은 거라지만, 0.1프로의 가능성도 용납할 수 없다. 탈락.
그렇게 한 시간의 잠복 끝에 화이* 예약을 성공했다.
지체 없이 병원으로 직행하여, 드디어 백신을 맞으려고 팔을 내밀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내 팔을 꾹꾹 눌러보시더니 하시는 말씀.
“팔에 힘 빼세요…”
“응? 힘… 안 줬는데요…”
“아뇨. 여기요. 여기 긴장 푸세요.”
아뇨. 저 힘 안 들어갔… 아… 혹시… 이 근육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지금 당장 빼는 건 불가능합니다.
사정을 알리 없는 의사 선생님께서는 계속 내 팔을 꾹꾹 누르시면서 그 부분이 정상화(?) 되길 기다리셨다.
“안 아프게 놔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아… 아니, 내가 아플까 봐 그러는 게 아니라고요.
와우! 고만 좀 눌러요!! 자꾸 근육 튀어나오잖나요!!!
“하… 선생님… 그거 무시하시고 대충 놔주십쇼.”
딱히 뭐 대단한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백신 접종은 참으로 싱겁게 끝났다.
다른 부작용이 없다 해도, 적어도 이틀은 내리 잠을 잘 각오를 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녀석들을 불러 모아 놓고 말했다.
“도통아, 토리야. 겨울잠 자는 곰 알지?”
“(토리) 응! 알아!!! 그 게으른 녀석!!!”
“아니, 게으른 건 아닌… 어쨌든 엄마는 지금부터 겨울잠 자는 곰처럼 잠만 잘 꺼야.”
“(도통) 엄마. 도대체 얼마나 자려고 서론부터 그런 말을 해?”
“한… 이틀??”
“(토리) 싫어!!! 엄마는 곰 아냐!! 아빠가 곰이야!!”
아니, 토리야. 아빠가 곰을 많이 닮긴 했지만, 이론적으로 따지면, 아빠도 곰은… 아니야.
“(도통) 쓰읍! 토리야. 아빠 곰 아냐. 아빠는 그냥 좀 많이 뚱뚱한 거야. 그리고 엄마! 곰도 밥은 먹어가면서 자는 거 알지?”
갑자기 엄마가 곰이 되어버려서 속상한 토리와 곰이고 나발이고 세상에서 밥이 젤 중요한 도통이를 뒤로하고 안방 문을 걸어 잠갔다. 구석에는 행여나 엄마가 굶어 죽을까 봐 도통이가 넣어준 바나나킥, 초코송이, 콘칩… 등등… 순 지가 좋아하는 주전부리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그래 도통아, 좋아… 다 좋은데… 폴라포는 여기 왜 있는 거지? 이거 지금 질질 녹고 있잖니.
나는 할 수 없이 폴라포를 빠르게 강제 흡입 후 누웠다. 이제 자야지. 자야지… 자야… 자야 하는데…….
왜때문에 잠이 안 오는 거지?
정신은 너무나도 맑고 깨끗했으며, 내면에서부터 차오르는 에너지는 나를 당황시켰다.
하… 안방에 티비는 없고, 바로 잘 줄 알고 책도 안 가지고 들어왔고… 맥주라도 들고 올걸 그랬나. (백신 접종 후 술 마시면 안 됩니다.)
호기롭게 방문까지 잠근 터라 그냥 나가기는 민망했다. 도통이가 바리바리 싸준 식량 때문에 배고프다는 핑계도 댈 수 없었다. 심지어는 화장실조차 안방에 있었다. 그리고 밖에서 녀석들은… 치킨을 시켜먹고 있었다?! 하하. 나는 자발적으로 감금되었다.
방 안에 홀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으려니 하염없이 에너지가 차올랐다.
자고로 이 에너지란… 술과 같은 것인지라,
차서 넘치는 꼴은 용납할 수 없으며, 결코 남겨서도 안 된다. 즉, 술이건 에너지건 넘치기 전에 반드시 깔끔하고 완벽하게 소비해야 한다. 내일의 에너지는 내일 다시 차오르니까.
그래서 서랍 정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안 입는 옷이 많았구나. 라고 감탄하며, 서랍 정리를 하길 잘했다. 라고 스스로를 위안도 하면서, 보따리 3개를 꽉 채웠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신재희에게 보냈다.
“재희야. 이거 입을래?”
(지겨워진 옷은 서로 바꿔 입는 사이.)
“좋지. 좋은데… 언니, 너 오늘 백신 맞은 거 아냐?”
“그랬지. 맞았지.”
“근데 왜… 서랍 정리를 하고 계실까?”
왜긴… 할 일은 없고 힘은 남아돌아서?!
“나… 이사 오고 서랍 정리를 한 번도 안 했어.”
“아니, 그러니까 4년간 안 하던 짓을 왜 하필 오늘 하느냐고요?!”
“재희야, 자고로 술이랑 에너지는 남기는 거 아냐.”
“왓더… 뭐 이런… 아… 그래… 니 맘대로 해.”
신재희를 이해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마도…
1차 백신의 여파는 그냥 김국주의 호들갑으로 인한 자체 감금 사태로 끝이 났다. 그리고 걱정이 무색하게 녀석들은 엄마 없는 주말을 무척 행복하게 보냈다. 아들놈들 다 키워봤자 다 소용 없…
아무튼 백신 후 육아?? 완전 가능!!
그렇다면 한 단계 업글해서… 운동은 어떨까?
4주 후, 다시 토요일에 2차 백신을 예약했다.
1차 때 겪었던 가닥이 있었기에 자신감이 벅차올랐고, 의사 선생님께 당당하게 물었다.
“선생님, 저 월요일에 운동해도 되죠?”
“네, 무리는 하지 마세요.”
오예!! 운동해도 된다!!!!
기뻐 날뛰었더니 신재희가 말하길.
“언니야. 니 운동량은 설명한 거지?”
“아니, 내가 그걸 왜 설명을 해야 하지?”
“하… 의사 선생님은 니가 하는 운동이 뭔 운동인지 모르고 허락해 주신 거란 생각은 안 하니? 너 그 팔로 45킬로 데드 할 거라는 말을 했냐고?!?”
그니까 내가 왜 내 중량을 그분께 고백해야 하냐고?
그리고 괜찮아. 왜냐하면,
“괜찮아. 월요일은 하체 하는 날이야.”
“……”
“그리고 우리 스승님은 백신 맞은 당일에 센터에 오시던데.”
“사랑하는 언니야, 니 스승님도 정상이 아니란 생각은 안 하니?”
하지… 왜 안 하겠어.
그분은 확실히 정상은 아니야. 근데 난 정상이야.
그렇게 패기가 넘쳤건만. 웬걸… 토요일 밤부터 아파오기 시작했다. 몸살조차 겪어본 기억이 가물했던지라 내겐 그 통증이 너무나도 생소했다. 이불속에서 끙끙 앓고 있으니 신랑이 와서 말했다.
“여보야. 아프면 타이레놀 먹자. 갖다 줄까?”
아니. 그럴 수는 없음이야.
“안돼요. 여보야. 그럴 수 없어요.”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거지?”
“약 먹으면 내가 아픈지 안 아픈지 모르게 되잖아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은 그는 잠시 당황하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보야. 사람들이 약을 먹을 땐 그걸 모르려고 먹는 거야.”
“안 돼요. 여보야. 나는 알아야 해요.”
“니가… 니가 그걸 알아서 뭐하게요?”
“알아야 마음이 편하죠.”
신랑은 한참 나를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우리 여보야는 너무… 너무 이상해. 보통 사람이랑 생각하는 개념부터 달라. 정말 이상해요.”
…… 여보야. 뭘 그리 돌려서 말씀하십니까?
나는 결국 꼬박 그다음 날까지 앓았다.
앓고 있자니 문득 스승님이 생각났다. 그분… 백신 맞고 당일에 일 하셨는데. 혹시… 아픈데 안 아픈 척하신 건 아닐까. 아픈 거 티 내면 회원들이 걱정할까 봐 어린 마음에 꾸역꾸역 참으신 건 아닐까. 문득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이젠 괜찮은지 걱정이 되어 톡을 보냈다. 그랬더니 답이 오길…
“저는 정말 괜찮던데요? 국주 회원님, 혹시… 힘드세요?”
와우! 푸하하하.
안쓰럽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전투 의지가 꽉꽉 채워졌다.
그럴 리가요. 스승님?!
저 역시 안 괜찮아도 괜찮을 예정입니다.
“네! 저도 내일까진 반드시 회복합니다. 월요일에 뵙죠.”
그냥 둘 다… 세상 쓸모없는 데 오기를 부리는 운동처돌이들이었다.
그리고 월요일,
나는 에누리 없이 평소와 똑같은 중량을 얹고 럿지와 백스퀏을 했고, 이때 얻은 하체 근육통 덕분에 백신으로 인한 팔 근육통 따위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 강한 것은 강한 것으로 다스린다. 즉, 고통은 더 강한 고통으로 덮는다.
이것이… 운동의 효과인 것이다.
백신 후 운동?! 역시 완전 가능.
덧붙.
2차 백신을 맞은 지 2주가 지났네요.
저도 드디어 접종 완료자가 되었어요. 백신 맞고 이틀 차에 고강도 운동을 했지만, 다행히 아무런 후폭풍은 발생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울 구독자님들은 반드시 병원에서 권장하는 만큼 꼭 쉬시길 바랍니다.
지는 하면서 왜 우리는 못 하게 해? 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따라 하시면 아니되옵니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