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킹콩의 독서 일기
그 말이 사실이었다.
재독이 첫독보다 감동이 갑절이라는 그 말.
한장 한장 소중했고 문장 문장이 아름다웠다.
로맹 가리의 작품은 그야말로 두 번의 콩쿠르 상의 위엄이 느껴진다.
이 서평은 글귀 저금통입니다.
주로 발췌문이 있구요.
가끔 짧은 단상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적을 예정이기에
지금부터 스포가 있습니다
p.13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p.34
그때 내 나이 벌써 아홉 살 쯤이었는데, 그 나이면 행복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사색이란 것을 하게 되는 법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행복한 사람들은 사색 안 해?
로자 아줌마의 이 반응은 첫독때도 의아했다.
이 이유는 두고 보면 알게 된다
이것이 로맹 가리의 매력.
아픔 속에 유머를 묻어두었다.
분명 슬픔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야기인데...
웃음이 난다.
p.56
물고기가 허공에서 양탄자를 짰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종교라는 게 원래 다 그런 것이다.
문학작품을 읽다 보면 이런 글귀를 자주 접한다.
나는 무교지만 그래서 궁금하다.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이런 글귀를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p.66
로자 아줌마는 사람은 꿈을 많이 꿔야 빨리 자란다고 했는데, 보로라는 사람의 주먹이 그렇게 큰 걸 보면, 그의 주먹은 쉴 새 없이 꿈을 꾸었나 보다.
p.72
그는 머지않아 나이지리아로 돌아가서 부와 명예를 누리면서 살게 될 것이라고 쓰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정말로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철학자 흉내를 내느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
자신 안에 생긴 부정적인 감정을 폭력이라 표현했다.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는가. 난 내 감정에 두들겨 맞는다. 이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과정. 감정으로 인해 생기는 고통. 그럼에도 처리할 수 없는 무력감. ‘얘기하고 나니까 그 녀석이 밖으로 나가버린 기분이다.’라는 표현까지...
그야말로 완벽하다. 이해한다.
그나저나 카츠 선생님 좀 그만 괴롭혀, 로자씨.
왜 또 이 딴일로 애를 데려가는데.
p.80
“모모야, 그곳은 내 유태인 둥지야.”
“알았어요.”
“이해하겠니?”
“아니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그런 일엔 익숙해졌으니까.”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
p.112
하밀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도 읽었고 그 나이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았는데, 내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p.113
아줌마에겐 아무도 없는 만큼 자기 살이라도 붙어 있어야 했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
들었지 신랑?
내가 뚱뚱해지면 너 때문이야.
p.139
나는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며 어느 집 대문 아래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늙었으므로 걸음 거리가 너무 느렸다.
p.140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생의 엉덩이를 핥아대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생을 미화할 생각, 생을 상대할 생각도 없다. 생과 나는 피차 상관이 없는 사이다.
p.198
그녀는 종교의식에 따라 묻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는 그녀가 하느님이 두려운 나머지 종교의식 없이 매장됨으로써 하느님을 벗어나 보려는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게 아니었다. 그녀는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때가 너무 늦었고,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므로, 이제 신이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러 올 필요는 없다고 아줌마는 말했다.
p.215
유태인들은 저희들끼리 원래 잘 울잖아요. 잘 알면서 그래요. 오죽하면 통곡의 벽까지 만들었겠어요.
소설 초반에 모모가 귀여움 받을 때는 정말로 순수하게 귀여움을 받는 건 줄 알았는데, 이 구절을 읽으니 아닌 것도....
귀여움을 받을 나이가 아닌데....
심지어 나중에 나이가 14살로 바뀐다
“혼자 사는 창녀들”
“뚜쟁이들은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경찰들”
저 귀여움이 뭔가 다른 의미였을까.
ㅇㅇ.
진짜로 잘 이해가 안가.
내가 잘못 봤나.
그동안 못 생겼다는 묘사만 보다가
갑자기???? 왜????
그리고 눈이 예쁘단 말은 여기도 나온다.
후반부엔 아름답다는 말이 꽤 자주 나온다.
모모의 심리 변화를 엿볼 수 있지만 사실
첫 독에서는 눈치 채지 못 했다.
아버지 시체의 행방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로맹이 일부로 누락시킨 것인가 싶다.
시체 한 구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동네라는 뭐 그런?
첨부터 끝까지 다행인 것이 없지만,
뚜쟁이란 단어가 자꾸 나와서 사전에서 찾아봤다.
찾아보니 내가 알던 단어가 맞는데.
모모가 블랑슈 거리에서 언제 뚜쟁이 노릇을 했다는 건지. 그냥 구걸한 거 아닌가.
헷갈리는 부분.
담담하고 슬픈 문장.
불친절한 로맹씨.
이유 좀 말해주지.
끔찍하다.
로맹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태인 로자.
로자가 나이가 들어 가끔 정신을 놓는 일이 생기는데, 그녀를 정신 들게 하는 특효약은 히틀러 사진.
모모는 로자를 정신이 들게 하려고 로자의 마지막 보금자리에 히틀러 사진을 챙겨 간다.
인류가 생긴 이래 가장 잔혹했던 대규모 학살.
그 사건을 이렇게 풀어낸 로맹 가리.
헛웃음만 난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여기서 사랑은 받는 사랑이 아닌 주는 사랑이었다.
로맹의 수많은 매력 중 하나.
마지막 문장.
독자들에게 양보하기 위해 생략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