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국주 Jan 04. 2021

정인아 미안해 - 진정서 쓰는법

진정서 작성법


정인아, 미안해.

어른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

더 미안해.




오늘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진정서가 10,000 부는

도착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적극 나서기로 했습니다.

모든 sns에 올리고 있습니다.


진정서 쓰는 법 어렵지 않습니다.


정인이 진정서

일단 재판장님을 존경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건번호피고인명(풀넴으로)

반드시 명기되어야 합니다.

진정인에는 작성자의 이름, 주민번호, 주소

명기되면 되겠습니다.


제목은 ‘진정서', ‘엄벌진정서', ‘엄벌탄원서'

셋 중에 더 멋있어 보이는 걸로 택하시면 됩니다.

단, ‘선처탄원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 다음엔 내용을 구구절절 애절하게

그저께 <그알>을 보면서 느꼈던 분노와 슬픔을

깡그리 쓸어 담아 작성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엔

날짜진정인 이름 그리고 본인 싸인이나 도장이 들어가면 됩니다.



천사같은 친구가 모아주고 보내준 진정서

다 작성하시면 봉투에 꽁꽁 넣어 가까운 우체국으로 가셔서 등기나 준등기로 보내시면 됩니다.

시간이 촉박하시면 ‘익일빠른 특급우편’ 으로

보내주심 됩니다.

이렇게 모아서 보내면 더 좋겠지요.

천사 같은 내 친구가 모아주고 보내주었습니다.

고맙다, 천사 같은 내 친구야.

봉투에는 보내는 사람 이름, 우편번호, 주소, 전화번호(준등기일 경우) 그리고

받는 사람을 아래와 같이 적으시면 됩니다.

받는 사람
08088) 서울시 양천구 신월로 386(신정로)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나)


엄청 쉽죠?


“나 글 못 쓰는데....”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질보다 양이 중요합니다.

10,000부를 채워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글 못 쓰겠는데,

킹콩아, 니 것 좀 참고하자.”

네, 저도 글솜씨는 없지만.... 그러십쇼.

다시 말하지만 질보다 양이 중요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정인이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방송에서 나오는 정인이의 모습도 보지 않았습니다. 아니, 보지 못 했습니다. 보기가 무서웠습니다. 두 아들의 엄마로서 마음이 너무 아플까 두려워서 피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것도 비겁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부로 챙겨봤습니다.
방송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든 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한 시간도 이렇게 힘든데 정인이는 200일을 넘는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까요.

나도 아이가 있으니 부모의 마음으로 헤아려달라는 신파극은 적지 않겠습니다.

그래요, 정인이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저는 정인이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정인이의 지옥 같은 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정인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더 미안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진정서를 제출합니다.
우리가 몰라서, 어른들이 몰라서, 관심이 없어서 16개월의 천사 같은 아이가 내장이 끊어지도록 폭행을 당해 죽도록 방치했습니다. 지금도 어른으로서 이것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안합니다.

정인이는 이미 돌아올 수 없지만,
이 미안한 마음들이 모여서 제2의 정인이가 생기는 것만큼은 막고 싶습니다. 모자란 어른으로서 그것만큼은 막아주고 싶습니다. 하늘에 있는 정인이에게 비록 우리가 늦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마음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어른들이 법이 무서워서라도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게, 감히 아동폭력은 생각지도 못 하게 저 악마 같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형량이 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이 진정서를 쓰는 것이라는 사실에 분통이 터집니다. 어른으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토록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무력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재판장님은 저와 다르지 않습니까. 재판장님은 무력하지 않습니다. 이 모자란 어른들의 이 간절한 바람.
재판장님만은 들어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2의 정인이가 생기는 것을 막아주십시오.
어른들이 섣불리 아이를 학대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십시오.
감히 그런 생각도 못 하게 만들 판례를 만들어 주십시오.

보잘것없는 진정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청 킹콩스러운 글이라 참고하기가

가히 좋진 않을 듯 하지만 그래도 공개합니다.

이렇게 공개할 거면서 위에 모자이크는 왜 한건지.


그 악마 같은 사람들에겐 변호사가 있더군요.

우리 정인이에겐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 누구보다도 예쁜 정인이,

마지막 가는 길 우리 어른들이 한 번씩만 보듬어준다면, 아동폭력은 줄어들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펜을 들고 여러분들의 마음을 가감없이 담아주십시오. 그리고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보내주십시오. 우리가 바꿀 수 있습니다.


정인아, 늦어서 미안해.

그곳에서는 따뜻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장하영 넌 디졌어 이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