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더 힘들까요?
3년의 강행군의 끝에 내 생애 가장 이색적인 자격증을 취득했다.
바로 이거, 벨리댄스 지도사 자격증.
자격증의 내용인즉슨, 이제 너는 누군가에게 벨리댄스를 가르쳐도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다. 뭐 이런 내용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누굴 가르칠 기회가 없었다. 이걸 받고 얼마 후 뱃속에 아기 천사가 생겼기 때문이다. 벨리댄스는 산전 운동이 아니라 산후 운동 쪽이다. 왜 산후 운동인고 하면.... 이건 또 19금으로 넘어가니까 생략한다.
벨리댄스를 배우러 오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신다. 이건 뱃살 빠지는 운동이죠?
단호하게 얘기한다. 아니다. 벨리댄스를 해서 뱃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벨리댄스를 하기 위해 뱃살을 빼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벨리댄스로 등, 허리 그리고 허벅지 라인은 정리가 된다. 그렇지만 뱃살은 절대 아니다.
이쯤 되면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벨리댄스는 복부를 오픈하고 추는 춤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내 몸 중에 가장 뚱뚱한 부분이 바로 이 복부다. 그러니 다이어트는 나의 평생 과업일 수밖에. 사람들은 말한다.
“벨리댄스는 그래도 살이 좀 있어야 이쁘던데.”
그런데 이 ‘좀’이라는 기준이 애매하다. 내 복부는 그분들이 말하는 그 ‘좀’을 한참 상회한다. 내 배를 그분들의 ‘좀’에 맞추려면 반드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 말이다.
“너는 그렇게 많이 먹는데 왜 살이 안 찌냐?”
어허, 모르는 소리. 그리고 두 번째로 많이 들은 말은 이 말이다.
“너는 그렇게 빡시게 운동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지냐?”
그렇다. 어느 방향으로 봐도 비정상이다. 나는 input과 output 어느 것 하나 밀리는 부분이 없다. 먹기도 엄청 먹고 운동도 무식하게 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굳이 어느 쪽이 강세냐 묻는다면, 단연 뚱뚱 쪽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의 뚱뚱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올라가기 시작한 뚱뚱 게이지는 5학년에 이르면서 그 완성도가 무르익었다. 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해두는데, 이건 결코 나만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었다. 그 당시 학교 선생님이 나더러 ‘물찬 돼지’ 라고 불렀을 정도이니 그걸로 자타공인 인증인 셈이다. 이 말을 들으면 뭐 그런 선생이 다 있냐고 할 수 있는데 그때가 방송의 자유가 없던 80년도였다고 하더라도 사람 입에까지 자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걸 감안하고라도 그 선생이 또라이이긴 했다. 하지만 그 선생 별명이 ‘아싸무라’ 였던걸 생각하면 그걸로 대충 퉁치면 되겠다. 초등학생들 머리에서 나온 별명임이 분명하지만, 사실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추측만 할 뿐.
그렇게 올라가기 시작한 뚱뚱 게이지는 매해 기록을 경신해서 중 2가 되면서 현재 나의 몸무게를 넘어서게 된다. 그리고 고2 때는.... 아니다. 그만 말하자.
그럼 여기서 또 질문. 식단 조절 vs 운동.
다이어트를 할 때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뭘 해야 합니까. 둘 다 하십쇼. 왜 둘 중 하나만 합니까. 라고 말하고 싶지만 진정성을 담아 답을 하자면, 사실 이건 의견이 갈린다. 당연히 갈릴 수밖에 없다. 사바사, 케바케니까.
일단 ‘나는 왜 조금밖에 안 먹는데 살이 찌지?’
이런 분들 실상을 보면 조금밖에 안 먹지 않는다. 조금씩 끊임없이, 또는 조금씩 고칼로리로 드시고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중에 정말로 밥은 쥐똥만큼 먹고 안 움직이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식단 조절을 할 수가 없다. 운동만이 답이다. 귀찮아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지지?’ 그렇다. 내 경우다. 먹기도 엄청 처먹고 운동도 무식하게 하는 불도저 같은 스타일. 여기서 운동이란 국민 체조 수준의 장난치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근력 운동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당연히 식단 조절을 해야 한다. (넌 알면서 왜 안 하니?) 그래서 케바케, 사바사라는 것이다.
다이어트의 원리는 간단하다. input 보다 output이 많으면 된다. 즉, 먹는 칼로리보다 쓰는 칼로리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아주 ‘작은’ 난관에 부딪친다. 일시적 사지 절단을 느낄 만큼 고강도 운동을 해봤자 내가 쓸 수 있는 칼로리는 식사 한 끼 분량이다. 물론 이 식사량이라는 것이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냥 넘어가자. 어쨌든 이 운동만으로는 절대 만족할만한 칼로리를 쓸 수 없다. 그럼 어떻게 output을 내지? 우리에겐 움직이고 운동해서 쓸 수 있는 칼로리 말고 더 크고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기초대사량.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필수 칼로리. 즉, 가만히 있어도 소모되는 칼로리, 바닥에 배 깔고 누워있어도 소모되는 칼로리이다. 와, 개꿀. 이렇게 좋은 게 있었다니.
이 좋은 기초대사량은 나이, 성별 그리고 근육량이 결정한다. 여기서 내가 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무엇? 그렇다. 바로 근육량.
우리는 지금 당장 칼로리를 소비하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저 기초대사량을 높이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많이 먹어도 살 안 찌는 체질’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살을 빼고 나서 요요를 막는 방법 또한 이것뿐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첫 다이어트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였다.
목적은 남자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목표가 확고하니 실행이 쉬웠다. 사실 20대의 다이어트는 진정한 다이어트라고 할 수 없다. 젊기에 기초대사량 자체가 기본적으로 높다. 다이어트의 easy mode 라고 보면 된다. 당시에는 ‘간헐적 단식’ 이라는 용어가 없었지만, 간헐적 단식을 했다. 다른 거 안 하고 그것만 했다. 딱히 식단은 따지지 않았다. 그냥 막 먹었다. 그리고 저녁 6시부터 그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금식했다. 금식 시간엔 아무것도 안 먹고 물, 술만 마셨다. 의심쩍은 단어가 보이겠지만 그냥 넘어가자. 저게 없으면 내가 사는 의미가 없어서. 어쨌든 그걸로 석 달만에 13킬로를 뺐다. 요요? 없었다. 임신 때까지.
자, 30대부터 다이어트는 hard mode 가 된다.
내 두 번째 다이어트가 30대 중반이었다. 첫째 출산 후. 이 때는 ‘간헐적 단식’ 과 ‘저탄수 식단’ 을 동시에 했다. 약 8킬로를 감량했다.
그리고 가장 지옥 같았던 마지막 다이어트.
둘째 출산 후, 40대의 다이어트였다. 바알을 영접하고 오는 hell mode다. 가끔 내 또래의 지인들이 묻는다. 다이어트는 어떻게 하냐고. 사실 이 분들은 다이어트 방법을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혹시나 좀 더 쉬운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묻는 것이다. 쉬운 방법 같은 거 없다. 니가 아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간헐적 단식, 식단 조절, 식사량 조절, 메뉴 제어... 이 모든 걸 동시에 해야 한다.
이때 처음으로 다이어트 보조제도 먹어봤다. 일단 친구가 강추했던 이름도 생각 안 나는 식물 뿌리 어쩌고 저쩌고. 천연이랜다. 효과도 짱이랜다. 나는 그걸 먹고 사지가 마비되는 통증으로 일주일을 몸져누워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천연이었고, 독이었다.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독은 천연에서 나온다. 그리고 다음으로 시도한 것이 가르시니아. 부작용은 복통. 가르시니아로 인한 복통보다 배고픈 고통이 더 참을만했다. 그냥 굶는 게 나았다. 그럼 가르시니아로 인한 복통이 없는 사람들은? 복통이 없으면 효과도 없었다.
그리고 사과에서 추출한 어쩌고, 녹차에서 추출한 어쩌고, 석류에서 추출한 어쩌고, 부작용도 효과도 없었다. 그냥 돈지랄이었다. 그래서 다이어트 보조제를 포기했다.
정도로 가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일단 1일 1식을 했다. 이건 절대 오래 하면 안 된다. 정신이 피폭된다. 최대가 2주다. 그리고 그 1식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나는 아이가 하원 하기 바로 직전의 시간, 반드시 에너지를 채워야 하는 시간, 오후 4시로 정했다. 2주쯤 지나면 수저를 들 때마다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수전증이 온 것처럼 달달 떨린다. 이때쯤 1일 2식, 간헐적 단식으로 들어갔다. 저탄수화물 식단은 유지했다. 이렇게 반년만에 18킬로를 감량했다.
허, 이렇게까지 해서 살 빼야 해? 나는 그랬어야 했다. 아이 둘을 임신하고 출산하느라 멈춘 밸리를 5년 만에 재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용인 버스킹에 합격하여 첫 공연까지 잡혀있었다. 사활을 걸고 뺐어야 했다.
아무리 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계속 그렇게 살아요? 어우, 당연히 저렇겐 못 살지. 저 짓은 살 뺄 때만 하면 된다. 유지는? 근력으로, 즉 기초대사량으로 하는 거다. 이것이 결코 운동을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요요는? 없었다.
망할 코로나 때문에 운동을 멈추기 전까지는.
덧붙1.
세상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 마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과 금연에 성공한 사람의 무덤에는 풀도 안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끔 지인들이 묻습니다.
둘 중에 뭐가 더 힘들어?
그래서 11화는 <금연> 편이 올라옵니다.
덧붙2.
글은 저렇게 썼지만 저는 우리 운동 센터에서 중량을 적게 치는 편에 속합니다.
머리를 휘날리며 솜사탕처럼 날리고 있는 저 케틀벨의 무게는 10킬로, 데드리프트 중량 30킬로, 백스쿼트 중량 15킬로, 벤치프레스 중량 15킬로입니다.
당연히 우리 관장님들께서는 맘에 안 들어하시죠. 그분들은 우리가 반불구 상태로 센터를 나가야 흡족해하시는 분들이니까요.
우리 운동 센터엔 두 분의 관장님이 계십니다. 한 분은 몸 전체를 골고루 조져놓는 타입이시고, 다른 한 분은 한 구역만 집중 폭격하시는 타입이시지요.
그 날은 배를 공략하는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복근입니다. 그런데 복근은 운동이 아니에요.”
허? 이게 운동이 아니면 뭔데요?
“인내하는 거지요.”
....... 네, 그렇다 칩시다.
운전석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복부 쪽 근육 통증이 느껴지지만 운동은 아닌 걸로.
우리는 고강도 인내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가려는 데 관장님께서 뒤통수에다가 대고 말씀하시길.
“오늘 원래는 백스쿼트 하려고 했는데 못 했으니까 그거 하고 가세요.”
네? 귀를 의심했습니다. 하려고 했는데 못 하다니요. 관장님, 복근을 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조상님께는 개겨도 운동 관장님께는 못 개기죠. 우리 마음속엔 전투력 측정기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런데 못 개긴다고 체력이 남아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답만 넵 하고 도망 나옵니다. 어쩌겠습니까.
어제는 벤치프레스만 20분을 내리 했습니다. 마지막 5분은 단전에서부터 곡소리가 나와야 바벨이 올라갑니다. 바벨을 올리는 고통만큼 저게 내 가슴으로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공포가 함께 옵니다. 그렇죠. 저는 아직 초보니까요. 중량도 고작 15킬로짜리이고. 그런데 그 중량이 또 울 관장님 맘에 들지 않으셨겠지요.
“가벼운 거 들어놓고 디게 힘들어하시네요.”
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깨 근육과 팔 근육이 분리가 된 상태라 핸드폰도 못 들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브런치 글을 못 썼습니다.
글 발행을 하루 지각한 변명이었습니다.
늘 소재를 주시는 관장님, 감사합니다.
다음 편은 다음 주 수요일에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