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이야기의 끝판왕, 옛이야기의 재미

신선바위 똥바위 _ 김하늬 글 / 권문희 그림, 국민서

by 김영


전라도 땅에 있는 신선바위, 신선바위 아래 사람들은 농사를 지어먹고살았어. 어느 해 비가 너무 안 와서 농사짓기가 힘든 거야. 사람들은 수군수군 일을 꾸미기 시작했어. 먹고 놀고, 먹고 놀고 하면서 방귀만 뿡뿡 뀌고, 꾹꾹 참았지.

몇 날이 지나서 사람들이 모여서 신선바위로 올라갔어. 신선님들에게 농사지을 단비를 허벌나게 뿌려 달라고 했지. 그러고는 신선바위에서 한바탕 신나게 놀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모두 엉덩이를 까고 똥을 누었지! 신선바위 위는 금방 똥판이 돼 부렸어! 깜짝 놀란 신선들이 비구름, 천둥 번개, 소나기, 꿀비, 단비 모두 불러 똥을 씻어냈지. 그 해 가을,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었어.

그 후로 해마다 신선바위 아래 사람들은 농사를 잘 짓고 살았대. 비를 부르는 방법을 알아서 말이지.


만보는 도서관에서 책 고를 때 제목에 ‘똥‘이나 ’방귀’가 쓰여 있는 책은 무조건 골라온다. 대부분 성공이다. 매우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다. 그중에 깔깔 웃겼던 책은 바로 이 책이다. 2주를 실컷 읽고, 연장해서 일주일을 더 읽고도 계속 읽고 싶어서 책을 사 왔다. 사람들이 모여 신선바위 위에 똥을 싸는 장면에서 멈춰 책장을 넘기지도 못한다.


이 책을 실감 나게 읽으려면 전라도 사투리 기능 보유자라면 제일 좋고, 어설프게라도 흉내 낼 줄 알면 좋다. 나는 소싯적 사투리를 연구했던 경험을 살려 아주 실감 나게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해서 책을 읽었다. 글이 어찌나 맛깔나게 쓰였는지 읽으면서 읽는 나도 아주 신이 난다.


시방 급하당께!

좀 참으시요잉.

오매, 죽겄네.

싸시요잉~


책 속 글들을 소리 내어 읽으면 진짜 재미있다. 한동안 만보는 말끝마다 ‘~잉‘ 하고 붙여서 그림책 속 말투를 흉내 내기도 했다. 놀랍게도 작가는 경상도 출신이라고. 표준어로 된 글을 읽을 때보다 사투리로 된 글을 소리 내어 읽을 때 입에 아주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정겹고, 사랑스럽고, 부쩍 글과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아마 만보도 그랬을까. 어설프게 사투리를 흉내 내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나는 권문희 작가의 먹선으로 그린 그림을 좋아하는데, 특히나 이렇게 유머러스한 이야기에 권문희 작가의 그림을 아주 찰떡이다. 익살스러운 표정, 부산스러운 움직임, 더러운 똥이 너무나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등장하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이야기를 실어 주는 작가의 상상력과 솜씨에 존경을 표한다. 이로써 이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완벽하다.


나는 고전문학 속에 성 차별적인 요소나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이 너무나 당연히 기본에 깔려 있는 점이 불쾌했다. 특히나 딸아이를 낳고 나서는 전래 동화나 명작 동화를 읽어 주는 것이 매우 염려되었다.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궁금해할 때, 소아과 책장에 꽂힌 <방귀쟁이 며느리>를 가지고 올 때마다 불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왜 여자들은 모두 왕자님과 결혼을 하고 싶어 하며, 방귀를 세게 뀐 며느리는 왜 다시 친정 집에 돌아가야 하는지를 도저히 설명해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은 나의 이런 우려를 이미 알았던 걸까? 농경 사회에서 약자로 분류되는 여성과 아이들이 기우제의 주체가 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제례를 주관하는 주체가 여성이며, 똥판을 벌이는 이들도 여성과 아이들이다. 문제 해결의 키를 쥔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에 책을 읽는 나와 만보 모두 행복할 수 있었다.


카테고리: 옛이야기 그림책 (국내)
추천 연령: 4세 이상
관련 주제: 전설, 농경 사회,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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