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용감한 엄마 이야기

건전지 엄마 _ 강인숙 & 전승배 그림책, 창비

by 김영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건전지야.”


건전지 엄마가 움직이면 비눗방울이 방울방울, 사진이 찰칵, 거품기가 위잉, 체온계가 띠디딕 띡!

어린이집 아이들과 항상 함께하는 건전지 엄마. 그런데 타다닥! 크리스마스트리 전구에서 불꽃이 튀더니 불이 나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눈을 치우러 마당에 있고, 아이들은 달콤한 낮잠 중이에요. 건전지 엄마는 서둘러 화재경보기로 뛰어올라가요. 오래된 경보기가 망가져 경보음을 내기 쉽지 않았지만,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울려요. 경보음 덕분에 아이들과 선생님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어요.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건전지 엄마.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아기 건전지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함께 편안하게 잠들어요.

“엄마 충전 완료다!”


이 책은 인스타그램에 <건전지 아빠> 포스팅을 올린 것을 보고 친구가 만보에게 선물해 주라며 보내 주었다. 포스팅 끝에 ‘건전지 엄마가 나왔다는데, 만보에게 읽어 주어야지‘ 했던 걸 기억하고 선물로 보내 준 것이다. 건전지 가족보다 더 따뜻한 친구의 마음, 늘 고맙습니다.


이 그림책은 전작 <건전지 아빠>에는 나오지 않았던, ‘건전지 엄마‘의 하루가 따뜻한 양모 펠트 인형극으로 담긴 책이다. <건전지 아빠>에는 아빠의 위험천만한 바깥일 끝에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느꼈다면, <건전지 엄마>는 엄마의 따뜻함과 용기, 그리고 강인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만보랑 책을 읽다가 나는 살짝 목이 메었다. 건전지 엄마가 화재경보기가 망가져 고군분투하며 소리를 내는 장면이 마음에 확 와닿았다. 무슨 일로 내가 목이 메었을까, 아마도 만보 엄마인 나를 생각했다기보다는 나의 엄마를 떠올렸던 것 같다. 언제나 용감하고 강인했던 엄마. 사실은 나처럼 겁도 많고 눈물도 많고 마음도 여린데. 나의 어린 시절 엄마는 나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의 여자였는데, 힘들 때마다 기댈 수 있는 친정 엄마도 없이 어떻게 그 힘든 육아를 해냈는지 모르겠다. 무섭고 두려운 순간이 있었을 텐데도 엄마는 강했고, 삼 남매를 무사히 잘 키워냈다. 그 야만의 시대에 아이들을 온전히 키워낸다는 것, 외동딸 하나 키우는 나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엄마로부터 굉장히 독립적으로 지내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마음속에 늘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남아 있구나 하고 느꼈다. 물론 현실의 우리 모녀 관계는 투닥거리기 일쑤지만.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을 뒤로하고, 건전지 엄마는 무사히 어린이집 아이들을 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렸을 아기 건전지들이 꼭꼭 숨어 엄마에게 장난을 치자, 엄마도 피곤함을 잊고 아기들과 숨바꼭질 놀이를 즐긴다. 건전지 엄마의 고단하고 무사한 하루가 끝나고 맞이한 색색깔의 아기 건전지들과의 만남은 따뜻함을 준다.

만보는 <건전지 아빠>를 읽는 날에 꼭 이 책도 함께 읽는다. 자신의 세계에서 가장 큰 존재 아빠, 엄마에 대한 책이라 그런지, 읽을 때마다 감동을 받으며, 행복함을 듬뿍 느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아기 건전지들이 아빠, 엄마 건전지를 꼭 안아 주는 것처럼 ‘엄마 사랑해요‘ 하며 꼭 안아 준다. 하루 동안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저녁이 되어 엄마를 만나 책을 같이 읽고 같이 잠이 드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그럼 나도 ‘충전 완료다!’라고 말하며 만보에게 나는 꼬수운 아기 냄새를 힘껏 들이마신다.

엄마, 아빠가 늘 용감하게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낼 것이라는 이 이야기는 아이에게 안정감과 부모에 대한 믿음을 준다. 용감하고 자랑스러운 나의 엄마, 아빠. 일을 마치고 무거운 어깨로 돌아온 엄마, 아빠도 아이와의 시간을 통해 온전히 충전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해한 건전지 부부의 이야기를 오늘 밤 자기 전에 아이와 함께 꼭 읽어 보길.


카테고리: 창작 그림책 (국내)
추천 연령: 3세 이상
관련 주제: 가족, 엄마, 워킹맘, 건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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