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함께 읽을 그림책

감귤 기차 _ 김지안 그림책, 재능교육

by 김영

아주 추운 겨울날, 할머니가 미나를 데리러 왔어요. 엄마, 아빠는 내일 온다고 해요. 할머니와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귤을 먹어요. 귤 바구니에 ‘싱싱 감귤 승차권’이라고 적힌 기차표가 들어 있어요.

귤을 몇 개쯤 먹었을 때, 창밖을 보니 첫눈이 내려요. 그리고 기차가 오는 소리도 들리지요. 창밖에 감귤 기차가 도착했어요. 미나는 기차표와 귤 한 개를 내고 기차에 올라타요. 기차에는 귤껍질로 열두 가지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소녀가 타고 있어요. 미나는 소녀와 함께 함박눈 역에 내려서 동물 친구들을 만나 축제를 즐겨요. 귤대포 속 귤이 펑 하고 터지자 하늘 위에는 멋진 불꽃놀이가 펼쳐져요.


곧 첫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라, 이 책을 꺼내 만보와 함께 읽었다. 첫눈이 펑펑 내리는 날, 창밖에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따뜻한 거실에 앉아 귤껍질을 까며 상큼한 냄새를 맡는다. 완벽한 겨울의 풍경, 이 그림책은 그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나 귤대포 속 귤이 하늘에 올라가 펑 하고 터졌을 때, 책날개를 활짝 펼쳐 겨울 밤하늘의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겨울 풍경을 따뜻하게 즐기고 싶을 때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야기 속 미나의 부모님은 무슨 일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치원에 미나를 데리러 오지 못한다. 나는 그 이유가 엄청 궁금했는데, 만보는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만보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아니면 내일 온다는 할머니 말을 믿고 안심해서인지 당연히 다음날에는 미나가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부모에게 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불안한 마음을 갖는 건 오히려 부모 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안전한 곳에서 약속된 시간에 올 부모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아이를 키워 보니 조바심이 나는 때가 많다. 하원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을 때, 열이 나는 것 같은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고 회사를 가야만 할 때, 또 무슨 전염병이 돈다는 소문이 들릴 때. 부모인 나는 어떻게든 무사히 아이를 키워내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른다. 하지만 정작 아이는 태연하다. 하원 시간을 못 맞춰서 헐레벌떡 뛰어 도착했을 때도, 열이 좀 나고 컨디션이 안 좋아서 중간 하원해야 할 때도, 결국 유행하는 전염병에 걸려 꼼짝 못 하고 집에 있을 때도 부모인 나와 남편이 자신을 좋게 해 줄 거라고 철썩 같이 믿는다. 물론 엄마가 늦어서 혼자 남았을 때나, 몸이 아플 때는 잠시 힘들고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결국은 엄마가 나타날 거라고 믿고, 다시 만났을 때 가장 행복한 미소를 전한다. 아이의 믿음을 보며 부모로서 나 또한 성장해야 함을 깨닫는다.


만보가 이 그림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여기서부터는 스포) 기차에서 만난 소녀가 할머니였다는 걸 눈치채지는 못했다. 콧등을 살짝 긁는 행동, 목에 멘 스카프, 그리고 귤껍질로 열두 가지나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점을 세네 번쯤 반복해서 읽었을 때 ‘아, 기차에서 만난 소녀가 할머니였구나!’ 하고 알아챘다. 그러고 나서부터는 책을 읽을 때 귓속말로 ‘엄마, 사실 할머니야.’라고 말해 주기도 했다. 그림책은 한 번의 독서로 충분하지 않은 문학임이 틀림없다. 반복해서 여러 차례 읽으며 글과 그림을 감상해야 책 속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엄마도, 아이도 그림책을 충분히 탐색할 시간을 가져보자.


카테고리: 창작 그림책 (창작)
추천 연령: 3세 이상
관련 주제: 첫눈, 감귤, 기차,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