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오면 _ 안정은 그림책, 이야기꽃
"엄마, 무서워. 괴물이 나올 것 같아."
자기 전, 아이는 괴물 생각이 납니다. 엄마가 자신이 지키고 있을 테니 염려 말라고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괴물이 무섭습니다. 엄마는 이렇게 물어봅니다.
"근데 괴물은 어떻게 생겼어?"
"거인만큼 엄청 크고, 눈이 부리부리하고, 이빨이 날카롭고, 뿔이 뾰족해."
그런데 거인은 어디서 오는 거냐고 엄마가 묻자, 바다 건너 산 너머에 있는 괴물 나라에서 온다고 말해 줍니다. 그 먼 곳에서 거인이 우리 집까지 오려면 오래 걸리겠다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괴물이 자동차를 타고 온다고 합니다. 거인처럼 큰 괴물이 자동차를? 아이와 엄마의 상상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자동차가 안 되면 비행기, 비행기가 안 되면 걸어서. 걷다가 바다를 건널 때는 배 말고, 헤엄쳐서. 헤엄치다가 상어랑 대왕오징어를 만나면? 상상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결국 아이는 잠이 들며 엄마에게 괴물이 오면 좀 쉬었다 가라고 전해달라고 합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도 하루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아이들은 쉬이 꿈속으로 떠나지 못한다. 나는 그럴 때를 대비해서 여러 권의 잠자리 그림책을 구비해 두었는데, 이 그림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다. (엄마는 빨리 아이를 재우고 육퇴를 즐기고 싶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어둠 속에서 괴물이 나올 거라고 외치는 만보가 떠올랐다. 만보는 혼자 불이 꺼진 방에 남거나, 혼자 어두운 방에 가야 하는 상황을 굉장히 싫어했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엄마, 괴물 나올 것 같아!"
괴물 같은 건 없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괴물이 있다 치고, 엄마가 청소기로 괴물을 다 빨아들였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괴물 나올 것 같다며 징징 울기만 했다. 그러다가 만난 이 그림책. 역시나 지혜는 책 속에 있었다. 이 책의 저자도 아이가 있다고 했다. 아마도 잠들기 전 아이와 대화했던 내용이 그림책 속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현명한 육아 선배는 그림책 속에 있다.
그림책 속 엄마는 아이가 두려워하는 괴물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괴물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떠올려 볼 것을 아이에게 요구한다.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 낸 환상의 존재이기에, 엄마로서는 그 괴물에 대해 알 방도가 없기도 하다. 아이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엄마는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도록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괴물에게 자동차가 너무 작으면?" "괴물이 하늘 높이 나는 비행기를 무서워하면?" 엄마의 질문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괴물에 대해 실컷 상상을 하던 아이의 눈이 드디어 감기기 시작한다. 각성 상태가 해제되고, 이제 잠이 들 타이밍이다. 단 한 번의 고함도 없이 오늘 밤도 아이는 스스로 잠이 든 것이다.
그림책 뒷면지에는 괴물 나라에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밤새 달리고, 헤엄쳐서 도착한 괴물들이 서 있다. 그리고 괴물들은 해가 뜨는 바다 너머 괴물 나라를 바라보며 "하, 언제 가지?" 하고 한숨짓는다. 바다 위에는 미처 바다를 다 건너지 못한 괴물들도 있다. 괴물로 살기 참 힘들겠다 싶게 말이다. 아이의 마지막 말처럼 괴물이 아이를 괴롭히러 왔다가 좀 쉬었다가 다시 괴물 나라로 가야 할 판이다.
괴물들의 처연한 모습에 만보랑 깔깔 웃다가, 문득 이건 부모들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헤어져 밤이 될 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돌아온 부모들의 모습. 우리 집처럼 맞벌이 가정이라면, 어느 한순간 구멍을 내지 않기 위해서 해 떠 있는 모든 시간을 일터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맞물려 있는 태엽이 하나라도 빠지면 와장창 무너지기 때문에 나도, 남편도 숨 쉴 새 없이 바쁠 때가 많았다. 그렇게 열심히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이와의 시간은 어떤가? 사실 허무한 날이 많다. 분명 아이를 마음껏 예뻐해 주겠다는 퇴근길의 다짐은 집에 오자마자 짜게 식지 않는가. 쌓여 있는 집안일에, 아이 돌보는 일에 몸과 마음이 너무나 피로해서 정작 아이에게는 곁을 내주지 않는 날이 많다.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고함쳐서 재우는 날도 여러 날이다. 그러고 나서 자고 있는 아이의 머리칼을 넘기며 내일은 더 나은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괴물들이 매일 밤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부지런히 건너오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 덕에 짐 정리가 빨리 끝나지 않았다. 남편과 만보에게 먼저 자라고 하고, 부엌에 내려와 그릇 정리를 하고 있었다. 만보가 이층에서 내려와 계단 난간 사이로 나를 빼꼼히 쳐다보며 "엄마, 지금 자고, 내일 해."라고 했다. 나는 먼저 가서 자라고 손짓해서 만보를 돌려보내고는 아주 늦은 시간까지 부엌 정리를 끝냈다.
정리를 끝내고 만보 옆에 가만히 누워 잠든 아이의 등을 바라보는데, 아이의 다정한 마음이 떠올랐다. 괴물이 오면 좀 쉬었다가 가라고 말한 그림책 속 아이처럼, 제 옆자리를 비워 두고 나에게 같이 자자고 말하는 만보의 마음이 참 사랑스러웠다. 그날 밤, 나는 만보를 끌어당겨 품에 꼭 안고는 편안하게 잠들었다.
밤마다 괴물이 찾아올까 봐 무서운 어린이 친구들에게 이 그림책을 추천한다. 밤이 무서워 잠이 들 수 없는 어린이들도 오늘 밤 괴물이 오면 따뜻하게 쉬어 가라고 말해 줄 수 있기를.
작가의 말대로 괴물은 "알고 보면 무섭지 않아요."
카테고리: 창작 그림책 (국내)
추천 연령: 3세 이상
관련 주제: 잠자리 그림책, 괴물, 상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