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 나와 딸인 만보의 이야기

엄마는 모를걸? _ 심은지 그림책, 봄볕

by 김영


유치원에서 하원한 유진이. “김유진 너어~”로 시작하는 엄마의 폭풍 잔소리에 몸이 점점 작아진다. 드디어 콩만큼 작아진 유진이. 엄마가 잔소리하며 하지 말라고 했던 것들을 한다. 옷 아무 데나 벗어던진 다음 과자 백 개 먹고, 밀가루 범벅 가루 놀이하고, 엄마 화장품으로 화장하고, 우유에 빠져 수영한다.

“엄마는 모를걸? 절대 모를걸?”

엄마 흰머리 뽑아 주고, 콧구멍도 간지러 보다가 그만 강아지 뭉치에게 쫓기게 된다. 달콤하고 맛있는 냄새를 힘껏 들이마시고서야 유진이는 원래의 크기로 돌아온다. 엄마의 특별 간식 팬케이크를 먹으며 다시 한 번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찾아온 유진이의 할머니이자 엄마의 엄마. 그다음 일은 그림책으로 확인하시라!


이 책은 도서전에서 봄볕 부스를 구경하다가 강렬한 책 표지에 끌려(그리고 봄볕 대표님의 강력 추천에 힘입어) 홀린 듯이 사게 됐다. 여자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여자아이라면 엄청 공감할 거라던 대표님의 말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김유진 너어~”로 시작하는 잔소리 랩은 내가 아주아주 실감 나게 읽을 수 있으며, 엄마의 금기를 모두 깨고 “엄마는 모를걸?” 하는 유진이의 대사는 만보의 마음에 아주 콕 박혔다. 엄마 대사가 너무 실감 나서 (너무 내 말투라) 작가님이 혹시 엄마일까 하고 찾아봤는데 조카를 떠올리며 그림책을 지었다고 해서 관찰력이 뛰어난 분이구나, 그리고 어쩌면 아직도 작가님은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사실 유진이도 안다. 집에 오면 손부터 씻고 겉옷 벗어서 걸고, 가방 정리해야 한다는 것쯤은 말이다. 그러나 유진이의 손에는 유치원 활동 시간에 그린 ‘가장 사랑하는 사람, 엄마‘의 그림이 들려 있다. 공주처럼 예쁘게 그린 엄마 그림을 얼른 보여 주고 싶었을 뿐이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폭풍 잔소리를! 잔소리는 유진이를, 아이를 작게 만든다. 나도 어릴 적 엄마의 잔소리가 참 듣기 싫었는데, 이제는 내가 엄마가 돼서 그 잔소리를 그대로 대물림하고 있다. ‘아니, 왜 집에 오자마자 손을 안 씻는데.‘ 하면서 말이다.

어느 육아 콘텐츠에서 하루의 9분만 아이에게 집중해 주면 양질의 애착 관계가 형성된다는 글을 봤다. 아침에 눈 떴을 때 3분, 하원하고 돌아왔을 때, 또는 퇴근하고 만났을 때 3분, 자기 전 3분. 이렇게 하루에 9분만이라도 아이에게 집중하자는 것이다. 근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아침은 아침대로 오후는 오후대로 바쁘고, 자기 전에는 스마트폰 좀 보고 싶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잔소리를 줄이지는 못했지만(제발 손 좀 닦고 코 파 줄래?) 아이가 유치원에서부터 손에 꼭 쥐고 온 얄궂은 작품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작품에는 아이의 하루가,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진이가 작아진 사이 아마도 유진이 엄마도 그림을 뒤늦게 발견하고 조금 머쓱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많이 뿌듯해서 액자에 곱게 넣어 가족사진이 있는 선반에 올려 두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와 낄낄대며 자기 자신-엄마와 아이 모두-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와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카테고리 : 창작 그림책 (국내)
추천 연령 : 4세 이상
관련 주제 : 유치원 생활, 가족, 상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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