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수 없는 존재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마치 준비가 된 사람이 아니라면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것처럼 여긴다. 그런데 준비된 엄마, 아빠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아이를 키울수록 더욱 미스터리하고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에 빠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아이를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와 분리된 존재이기에. 나랑 닮고 비슷한 아이라서 자신을 빗대어 추측할 수 있는 정도지, 절대 100프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완벽한 부모라는 타이틀은 사실 불가능한 허상에 불구하다고 생각한다.
한 날은 첫째 아들과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의 전반적인 일상을 대화하고, 마무리로 “오늘도 엄마가 준혁이 덕분에 성장했어~ 엄마가 준혁이를 키우지만 사실은 준혁이가 엄마를 키우는 것도 많아”라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 하지만, 어렴풋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렵다는 걸 이해한 듯했다.
그래서 그 뒤로 내가 불같이 화내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 “괜찮아요, 엄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잖아요.”라고 하는데 머리를 세게 맞은 듯 정신이 들곤 한다. 이 작은 아이도 엄마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나를 이해해 주는구나.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나 또한 수많은 이해관계들과 매일같이 상충하고 다툰다. 그런데 아이는 어려운 인간관계 속 얽힌 문제들을을 자신의 세상에서 헤쳐나가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아이를 보고 배우는 점들이 참 많구나 싶다. 나도 한때 이렇게 아이들처럼 마음이 넓고 관대했을 텐데, 살다 보니 마음도 좁아지고 관대함은 사라지는구나.
아이가 없을 적 상상한 나의 육아 이미지는 성숙을 갖춘 어른인 내가 미성숙한 아이를 가르치고 훈계하며 완벽한 성인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었다면, 아이를 기르는 지금의 육아는 오히려 반쪽짜리 성숙한 어른인 나를 맑은 눈과 마음을 가진 아이가 온전한 성숙으로 이르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성인은 없듯이 완벽한 부모도 완벽한 육아도 없다. 그리고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이유 또한 없다. 어차피 성인이 된다는 것은 너무 과대평가된 단어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이로 인해 한껏 넓은 아량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다시금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