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은 없다
결혼하기 전에 떠올렸던 맞벌이의 삶은 남자와 여자가 공평하게 집안일을 분배해서 하는, 아주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결혼할 때 집안일이 나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못했다. 무지했던 나의 젊은 시절은 나를 결혼을 무지갯빛 찬란한 행복으로만 인지했다.
살아보니.. 집안일과 육아는 절대 반반이 되지 못한다. 반반은 치킨이나 짬짜면에나 붙을 수 있는 이름이라는 걸.. 이제 알겠다. 초반에는 정말 억울했다. 왜 나는 일하면서 애도 보고 집안일도 거의 떠안아야 하는지, 왜 이걸 시어머니는 안 가르친 건지. 엄마는 이걸 알고도 결혼한다는 날 안 말린 건지. 괜히 양가 엄마들이 밉고 싫었던 적도 있다.
지금도 사실 현재 진행형의 문제이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마음을 내려놨다. 더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이 하는 게 집안일이고, 그게 나라는 걸 인지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잘하는 사람이 빠르게 할 수 있고, 아이가 있는 집에 집안일이란 속도전이기에.. 나라도 잘하는 것에 감사하는 날을 보낸다.
만약 둘 다 못했다면 파국이었을 우리의 결혼이 그나마 내가 감당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게.. 아이를 키우며 사소한 감사가 늘었달까. 긍정인지 포기인지 모를 그 사이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문득 억울함이 때때로 폭발할 때가 있다. 왜 나만 집안일과 육아에 허덕이며 저글링을 하는지, 그래서 혼자 종종 대며 뛰어다니는 덕에 빠진 볼살을 보며 억울하고 화가 난다. 그럴 때는 여지없이 남편에게 화살이 가고, 화를 불같이 내게 된다.
특히 내 몸이 아플 땐.. 나조차 감당이 안 되는 아픔과 힘듦을 남편에게 전가한다. 그래도 착한 남편은 내가 어떤 부분에서 힘든지 알아주고 그저 묵묵히 견뎌준다. 건강한 부부관계가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서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감내하며 하고, 힘들어서 투정 부리고 화를 내더라고 견뎌주는 것, 그게 부부라는 건 어렴풋이 알겠는 6년 차 결혼생활이다.
아직 갈길이 멀디 멀지만 그래도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치열한 싸움 끝에 평온한 결혼생활이란 신기루 같은 존재임을.. 그래서 더 행복한 가정이라는 신기루에 간절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