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가는 삶

다시,『월든』

by 붉나무

"사람들은 이웃이 소유하고 있는 정도의 집은 자신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가난하지도 않으면서 평생 가난 속에 스스로를 허덕이게 만든다. 소로우가 바라는 삶은 다른 것이었다. - 나는 얽매임에 없는 자유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므로, 고급 양탄자나 호화 가구, 맛있는 요리, 값비싼 주택 등을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내 생애의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봄이 당신 안에 흐르게 할 달콤한 수액을 끓여 내십시오. 시럽 단계에서 멈추지 말고 설탕이 될 때까지 끓이십시오. 비록 설탕 한 조각이 당신이 세상에 내놓는 전부일지라도, 그것은 당신의 정원에 있는 나무에서 나온 것이 아닌 당신의 땀구멍을 자극하는 새로운 삶으로부터 얻어진 것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즙 위의 찌꺼기를 걷어 내고 그것이 각설탕으로 자리 잡아 굳는 것을 지켜보십시오. 그날을 기념일로 만들어 축하하십시오. 농부에게서처럼 신이 당신에게 호의를 가질 것입니다."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에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목수, 측량 기사를 거쳐 아버지의 연필 공장 일을 돕던 소로우는 문명을 등지고 월든 호숫가에 손수 지은 오두막에서 자연주의자의 삶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2년 2개월 뒤 다시 고향 마을로 돌아온 그의 앞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세속적인 삶에 환멸을 느끼고 영적인 길을 모색하던 신학자 해리슨 블레이크가 쓴 편지였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편지는 소로우가 생을 마칠 때까지 13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 책은 그 편지를 엮은 책이다.

소로우는 월든 호수에서 2년 동안 산 경험에서 사람이 필요한 음식을 얻는 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노력이 든다는 것을 터득했다. 콩밭에서 캐온 쇠비름을 삶아 소금을 쳐서 먹고, 신선하고 달콤한 옥수수를 쪄서 소금을 찍어 편안한 마음으로 먹었다.

소로우가 쓴 328편의 편지가 전해진다. 여러 증거들은 그가 훨씬 더 많은 편지들을 썼음을 암시한다. 소로우가 남긴 가장 값진 유산은 이들 편지와 함께 쓴 일기다. 직접 만든 나무 상자 안에 가지런히 담겨 있던 39권의 노트에는 그의 일기가 빼곡히 적혀 있다.




10년 전에 블로그 이름을 정하고 막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읽고 마음에 와닿아 적어놓았던 글을 최근 다시 읽었다. 그즈음 책을 읽으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던 책 중 한 권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였다. 나는 그날 이후 언젠가는 나도 야생까지는 아니어도 시골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더 많은 세월을 산 나는 20대는 직업을 찾고 이직을 위해 힘썼고, 30~40대에는 아이들을 양육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둘째 아이를 낳고 마흔이 되어갈 무렵 나는 도시적 삶과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다. 한때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싶어 인근 주택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여러 경제적 이유로 결국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몸 둘 곳이 마음에 안 들 때는 마음마저 중심을 벗어나려 하기 마련, 하지만 결국 아이들을 양육한다는 것은 곧 나의 욕구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기에 육아는 끊임없이 나를 양보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결국 나 한 사람보다 가성비 좋은 다수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은 꾸려진다.


그래도 그 갈망을 포기할 수 없어 마음에 품고 20년을 노력하여 오지에 땅을 샀다. 그동안 내가 사는 아파트는 낡아지고 집값은 떨어졌고 구입한 땅은 다시 팔 수도 없는 땅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아직 그곳으로 돌아가려면 꽤 오랜 시간이 남았지만 20년 동안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은 가슴에 품은 초록 텃밭 정원이기 때문이다.

꿈을 품고 산다는 건 그 꿈이 무엇이든 지금을 견디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어떤 꿈이든 늘 꿈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말고 살아가길 바란다. 아직도 흙에서 무언가를 하려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꿈꾸는 것은 여전히 즐겁다. 요즘처럼 일상이 분주할 땐 잊기도 하지만 고요한 밤이 오거나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되면 그 땅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기다림이 길어진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나는 그 긴 시간을 기다린 덕에 기다리는 법을 어느 정도 터득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이곳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방식을 나름 터득하고 살고 있기에 오히려 더없이 떠나고 싶었던 때보다는 한결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이젠 그 시간이 천천히 와도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나는 한 해 한 해가 지나갈수록 이곳의 남은 시간들도 짧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이곳의 삶 또한 소중하다.


요즘은 앞서 시골살이를 시작한 사람들의 책을 보는 것만으로 흥미롭고 즐겁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아주 오래전부터 실현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가끔 아이들이 엄마는 왜 편리한 도시를 벗어나 그런 오지를 가려고 하냐고 묻곤 한다. 그럴 땐 나는 이 도시에서 반평생을 살아봤으니 어른이 돼서 살아보지 못한 시골살이를 어른으로서도 살아보고 싶다고 말한다.

거창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새소리에 잠을 깨고, 텃밭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수확해 건강한 먹거리로 요리를 하고, 자연에서 산책을 하고, 깜깜한 어둠이 오면 일찍 잠드는 그런 곳에서 남은 시간을 더 자유롭고 나 자신을 돌보며 보내고 싶을 뿐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제 역할을 할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려 한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가는 이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 내 인생에서 그 무엇보다 귀한 경험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매일 신경 쓰고 다독여야 할 일이 있지만 그 또한 지나고 보면 다시 오지 않을 귀한 경험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받아들이고 감사히 여기기로 한다.


어렸을 때는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산골이 이젠 돌아가고 싶은 장소가 된 것이다.


텃밭 정원, 숲, 개울, 산, 나는 그런 곳에서 자연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내 시간을 생산적은 것들에 몰두할 것이다. 그런 삶이 결국 내 영혼을 지키고 살찌울 것이라 믿는다.


오래전 읽었던 '월든'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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