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은 어떻게 삶을 사랑하게 하나?

삶과 죽음

by 붉나무

5월 연휴에, 내설악 용소폭포 계곡을 걷다가 대지의 손이 만든 예술 작품을 목격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을 키워내는 것이란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사람이 만든 작품이 아닌 자연이 마치 사람이 만든 것처럼 빚어낸 풍경을 마주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계곡 중간에 육중한 바위에 앙상한 고목 하나가 뿌리를 틀고 서 있었고, 고목의 갈라진 뿌리 사이로 연둣빛 싹을 틔운 어린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누군가 정성스레 쌓아 올린 돌탑이 있었다.

누군가 그 풍경에 사로잡혀 계곡 중앙으로 걸어 들어가 조심스레 쌓아 올렸을 돌들.


커다란 바위는 말없이 그 모든 것들에게 등을 내주고 있다.
단단함이 지탱해 주는 생명, 그곳에서 한 생명의 죽음으로 또 다른 생명을 키우고 있었다.

고목은 더욱 철저하게, 죽으면 죽을수록 어린 나무는 더욱 푸르러질 것이다.

이 풍경은 생과 사를 동시에 품는 이중성을 각각 보여줌과 동시에 두 개체가 조화롭게 보여준다.

그 옆의 사람들이 얹어 만든 탑은 오랜 세월 척박한 곳에서 살다가 떠나는 고목과 어린 생명에 대한 경외의 마음으로 만든 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나는 그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이토록 싱그러운 날에 나들이를 할 수 있는 건 누군가의 죽음 위에서 피워낸 삶이다. 그런 마음이 들자 갑자기 눈시울이 시큰거렸다


그 순간 내가 엄마로서 단단한 바위나 고목은 못 되어도 그 옆을 지키는 돌탑처럼 그런 엄마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바람이 불어 어린 나뭇잎이 마치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하듯 햇살에 반짝인다.
나도 마음으로 그 어린 나무를 응원한다.

언젠가 단풍이 붉게 물드는 계절에 다시 이곳에 오리라 마음을 먹는다.


살아 있다는 건, 그 어디에 기거하든 이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일이거늘...

우리는 왜 이리도 아름다운 것들을 두고 먼 곳을 찾아 헤맬까...

나무는 그곳이 어디든 제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우리는 삶이 버거워질 때 산에 오르며 다채로운 나무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잠시 시름을 잊고 일상에 돌아가 내 삶을 좀 더 오롯이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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