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언어로 나를 읽기

군대 가는 아들과 황토 도랑을 건너는 나

by 붉나무

며칠 후 아이가 군대에 간다. 훈련소에 갈 때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치과 등 가기 전 해야 할 일을 점검해 준다. 몸은 다 컸는데 아직 내 눈에는 사춘기 고등학생으로 보인다. 생활 습관이나 감정 다스리기 등 그런 것들이 부족해보이기도 하지만 단체 생활을 잘해나갈까 안전하게 잘 다녀올지 등이 걱정되는 것이다. 걱정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부러 바깥으로 자주 나가고 다른 것들에 집중하는 편인데도 간밤에 좀처럼 꿈에 잘 등장하지 않는 아들이 나왔다.




군대를 가기로 한 아들과 어딘가를 가고 있다. 비가 온 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쬔다. 계절은 지금이 아닌 초여름으로 느껴진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우리가 걷는 곳은 어느 시골이다. 아들이 군대에 가기 전에 꼭 만나러 갈 친구가 있다고 해서 나는 아들과 함께 그 친구한테 가는 길이다. 가는 중에 도랑을 만났고 그 도랑을 건너야 하는데 그렇게 넓지는 않아서 쉽게 건널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발을 딛는 순간 밟은 흙으로 발이 쑥 들어간다. 햇살에 황토 알갱이들이 선명히 드러난다. 비가 온 후라는 것을 햇살과 주위를 통해 안다. 내 발이 발목까지 빠지고 있어 나는 그곳에서 앞으로 가지도 뒤로 가지도 못하고 있다. 진퇴양난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이런 내 모습을 아들이 걱정과 불만과 안타까움이 혼합된 눈빛으로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전방에는 여전히 따사롭게 비치는데 기분도 나쁘지 않은데 내 발이 빠진 황토에 빠져있다. 나는 발을 뺄 수 없다. 그래서 발을 디딘 바로 앞 언덕을 넘어야 하는데 거기를 오르지 못하고 있다.



AI에게 꿈 해석을 보면 이러하다.


1. 군대에 가는 아들과 여행하는 길

아들과 함께 어딘가를 향해 가는 장면은 '인생의 전환점'을 상징해요.

'아들의 군 입대'는 현실에서 가족 관계의 변화, 자녀 독립, 그리고 부모 역할의 전환을 나타낼 수 있어요.

군대’라는 장소는 '규율·책임·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들을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속에는 “이제 한 단계 성장의 시기를 맞이한다"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일 수 있어요.

또한 꿈속에서 ‘같이 가는 길’은 부모와 자녀가 여전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곧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는 현실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2. 도랑과 황토 진흙 '멈춰버린 발'

꿈에서 도랑을 건너는 것은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도랑 자체는 크지 않았고, 쉽게 건넜다는 점에서 '외형적인 문제는 심각하지 않음'을 뜻해요.

하지만 황토 진흙에 발이 빠진 건 감정적·심리적 측면에서 '변화에 대한 준비 부족, 미련, 두려움'을 나타냅니다.

황토는 '삶의 터전, 뿌리, 안정'을 의미하기도 해요. 발목까지 빠졌다는 건 '익숙한 과거·현재의 환경에 여전히 묶여 있다'는 뜻이에요.

즉, 머리로는 아들의 성장과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알지만, 마음은 쉽게 놓지 못하는 상태일 수 있어요.

“앞으로도 뒤로도 못 간다"라는 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망설이는 내면'을 상징합니다.


3. 햇살은 '긍정적 에너지와 가능성'

꿈에서 비 온 뒤의 햇살은 중요한 상징이에요.

비는 '감정의 해소, 정화, 끝난 사건'을 의미하고

햇살은 '새로운 시작, 희망, 치유'를 상징해요.

따라서 꿈속 햇살은 현실에서도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메시지일 수 있어요.

하지만 햇살은 ‘저 위 언덕에’ 있고, 발은 진흙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과 아직 놓지 못한 마음 사이의 간극'을 보여줍니다.


4. 아들의 표정 — 걱정, 불만, 안타까움

꿈속에서 아들이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두 가지 가능성을 내포해요.

'아들의 시선으로 본 나 자신'은 “엄마가 자기 일에 발이 묶여 있지 않을까” 하는 무의식적 불안감.

'내 마음속 불안의 투영' 즉, 아들을 보내는 것에 대한 미안함, 준비 부족, 혹은 죄책감 같은 감정이 아들의 표정으로 투사된 것일 수도 있어요.


5. 꿈 전체의 메시지

이 꿈은 단순히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현실의 불안을 넘어, '인생의 변화기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은 꿈이에요.


도랑→ 변화의 관문

황토 진흙→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 힘든 마음

햇살→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

아들의 표정→ 내 불안과 미련의 투영


즉, 머리로는 아들을 보내야 하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마음은 아직 과거와 익숙한 관계 속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일 수 있어요.



2년 내내 군대 가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가 어제는 이런 말을 해서 나를 안심시켰다.

"준비할 건 다 했고 이젠 가기만 하면 되겠다" 는 말에 걱정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느껴졌다.

"어차피 사람 사는 데니까 뭐" 오늘 아침에 식탁에서 한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환해졌다. 예민해서 자기만의 규칙이 있고 자주 씻어야 하고 누군가와 방 쓰는 걸 싫어하는 아이가 내내 걱정이 되었기에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것에 무거운 마음을 덜 게 되었다.


나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중요한 과제와 맞닥뜨릴 때 무언가 자세히 공부하고 알아보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직관적인 사람이라서 어떤 게 찜찜하거나 불편할 때 그것을 하지 않았고, 옳다고 판단이 되면 타인의 의견에 의존하기보다 언제나 내가 결정해왔고 쉼 없이 그것을 밀고 왔던 거 같다. 결국 소심하지만 성실과 책임감 하나로 가정과 직장을 꾸려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장점이지만 그로 인해 끊임없이 나를 갉아먹고 나를 포기하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아들이 군대에 가고, 또 한 명의 아들도 머지않아 군대에 갈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위한 집중 돌봄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이 결심이 흩어지지 않게 이곳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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