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꿈을 꾸다
어느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게 됐는데, 내가 한참 기다리고 나서 사진사가 영사실에서 사진을 들고 나왔다. 사진은 다름 아닌 가족사진이다.
사진사는 내게 당신을 알고 있다고 다정하게 말한다. 그러나 나는 사진사를 도통 기억해내지 못한다.
나는 아들과 그 집에 2일간 머물게 된다. 둘째 날 잠에서 깨서 출근을 해야 하는데 8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난 걸 알고 당황스러워한다. 평생 지각이란 걸 해본 적 없으니 당연하다. 나는 아들도 나도 지각하면 안 된다며 사진사가 들을 만큼의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사진사는 자신이 운전을 정말 잘한다며 기꺼이 우리를 태워다 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그의 차에 탔다. 여기서 꿈이 맥없이 끊어졌다.
꿈에서 깨 장면 장면을 떠올려보며 그때의 감정을 더듬어본다.
나는 꿈 속에서 사진사가 나를 쳐다보는 애처로운 눈빛에 따스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는 특별한 말을 한 건 아니지만 다정한 태도로 말했다. 얼굴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온화한 사람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구나,를 나는 꿈 속에서 이미 알아챘다.
어둠 속에서 느릿느릿 화장실로 가 변기에 앉아 꿈을 되새겼다. 왠지 꿈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기억하겠다는 생각이 꿈속에서였는지 잠을 깨고 난 이후에 되새기는 과정에서였는지 모호하다.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서도 꿈속 사진관에서 내가 아들과 사진을 찍고 그가 보여준 몇 장의 사진(가족사진)이 누구의 가족사진이었는지 도무지 기억해 낼 수 없다. 꿈이란 건 언제나 보일듯말듯 아련하다. 또 기억해 낼 수 있을 듯 말듯하나 몇 분만 흘러도 결국 사라져버린다. 기억해내지 못한 꿈은 결국 방 밖을 나가는 순간 소멸된다. 방 밖을 나가면 나는 언제나 꿈에서 이미 멀리 와 있는 사람이 된다. 그때부턴 이미 사라진 것이기에 애써 잡아보려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현재를 하루를 살아내는 게 결국 내 삶의 승리자니까.
지금까지 살며 내가 누군가로부터 그토록 다정하고 아름다운 눈으로 보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던가. 그런 눈빛으로 남편이든 아이들이든 나를 바라봤을지 모르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런 눈빛이 있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이 꿈을 기억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 꿈을 기록하고자 노트북을 여는데 눈물이 고였다. 이건 꿈이 현실의 나를 매우 그럴듯하게 해석해서다.
결국 오늘도 AI에게 꿈해석을 맡긴다.
당신이 꾼 꿈은 전반적으로 '소속감, 보호, 그리고 감정적 안전망'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1. 사진관과 사진사
사진관은 “기억”과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사진사는 당신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사람입니다.
사진사가 가족 사진을 건네며 “당신을 안다”고 말한 것은, 당신의 내면 깊은 곳(혹은 과거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현실에서는 아직 만나지 않았거나, 이미 스쳐간 누군가일 수 있지만, 상징적으로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이상적인 타인’입니다.
2. 아들과 사진사의 집에서 이틀을 머문다는 것
아들은 당신 삶에서 중요한 ‘책임’과 ‘사랑’을 나타냅니다.
그 집에 머무른다는 건 잠시 안전하고 보호받는 공간에 들어간 것을 뜻합니다. 즉, “책임과 사랑을 짊어진 채로도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상징합니다.
3. 지각과 사진사의 도움
평생 지각을 하지 않은 당신이 꿈에서 늦었다는 건, 현실에서 '내가 통제하던 질서가 잠시 흐트러짐'을 뜻합니다.
사진사가 “운전을 잘한다”며 태워주는 건, 당신이 잠시 다른 사람의 주도와 도움을 받는 것을 허락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혼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와 연결됩니다.
4. 사진사에 대한 호감과 편안함
그는 단순한 이성적 매력의 대상이라기보다, 당신의 애처로움과 수고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이상적 인물입니다.
얼굴이 흐릿하지만 감정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는 건, 외형보다 ‘감정의 기억’이 본질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내가 원하던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는 깨달음은 현실 속에서 그런 안전망을 필요로 한다는 자각입니다.
5. 오래 기억하고 싶은 꿈
깨어나서도 되새기고 싶었던 건, 이 꿈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당신이 마음속에서 깊이 갈망하는 안정과 인정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했던 건, 그 감정이 너무 진짜 같아서입니다.
6. 위 모든 걸 종합 해석해석해 보면,
이 꿈은 “나를 있는 그대로 알아보고, 이해하며, 지켜주는 사람”에 대한 욕구가 매우 선명하게 드러난 장면입니다.
사진사는 당신의 내면에서 만들어낸 보호자이자, 감정적으로 안전한 파트너의 상징입니다.
현실에서 그와 똑같은 인물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그런 존재가 필요하다는 당신의 마음을 자각한 것'입니다.
꿈은 인간의 무의식, 감정, 기억, 욕망이 뒤섞여 표현되는 심리적 산물이라 한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꿈은 낮 동안 억눌렸던 불안, 분노, 욕망이 직접적으로 표현되기 어려우니까 상징적인 이미지로 바뀌어 꿈에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융의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꿈은단순히 억압괸 욕망의 표출이 아니라 자아와 무이식이 소통하는 통로라고 봤다. 융은 꿈속 등장인물, 장소, 상황은 모두 자신의 내면 일부를 상징한다고 해석한다.
이 꿈을 융의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사진사는 '편안함, 돌봄, 안정감'을 주는 인물로 나타났지만, 사실은 나의 내면에 돌봄을 주고받고 싶은 자아를 투영한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꿈을 융의 분석심리학적 관점에 대입해 볼 때,실로 나의 내면이 꿈속에서 잘 드러난 것 같아서 깜짝 놀랐다.
현대신경학적 관점에서는 꿈이 뇌가 하루 동안 수집한 정보, 감정, 기억을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산물이라는 이론이다.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활발히 작동하면서 단편적인 기억과 감정이 섞여 새로운 이야기처럼 구성이 된다. 예를 들어, 낮에 우연히 스친 풍경이나 책에서 본 이미지, 최근 느낀 감정이 결합해 전혀 새로운 꿈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관점 또한 납득이 된다.
꿈 해석을 맡겨보면 절묘하게 현재의 감정과 거의 일치한다는 걸을 매번 느끼기 때문이다.
위 모든 해석 관점을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밤에 꾸는 꿈은 세 가지 층위에서 우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감정- 최근 느낀 불안, 갈망, 그리움, 스트레스
욕구-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관계적 심리적 욕구
자아 통합- 의식과 무의식이 균형을 맞추려는 뇌의 시도
즉, 꿈은 단순히 '우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진짜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내가 꾼 꿈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볼 때,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현실에서 함께 사는 이와 진솔하게 나누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속상함과 안타까움이 반영된 꿈이라 여겨진다. 꿈에 본 그런 관계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간절한 욕망이 드러난 꿈이다. 또, 그것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이 보인다. 그럼에도 현재와 내면의 불안정함을 받아들여 균형을 맞추려는 나의 무의식적 노력을 들여다본 것 같아 내 자신을 긍정해 본다. 꿈 해석을 글로 풀어내며 나를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니 내가 기억하고 싶을 만큼 꽤 괜찮은 꿈인 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