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의 내면 소통

침묵의 의자

by 붉나무


나는 산책을 하다가 우연한 형상들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그것들은 말이 없지만, 마치 말보다 오래된 언어로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의 자국, 바닥의 뒤틀림, 시멘트의 탈락, 나무, 깨진 돌조각, 녹의 결에서 나는 ‘생명들’을 본다.


그 흔적은 주로 어떤 감정의 형태로 나타난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내게 곤 한다.

오늘 내가 본 형상은 어디에서 왔으며, 내게 무엇을 남기려고 보여졌나...

사진으로 나는 그 세계의 찰나를 귀기울여 본다.

그 존재가 그날 그 시각에 내게 남긴 침묵의 언어를 포착한다.


오늘 벽에서 한 아이를 만났는데 그 아이는 어쩌면 나 자신일지 모른다. 침묵의 한 아이를 가슴에 둔 나는 내 존재가 때론 낯설다는 걸 발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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