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면아이와의 합일
때는 늦은 저녁, 누군가 어디로 가자했고 내가 간 곳은 실제 본 적은 없으나 월든의 호수를 떠올릴 만큼 아름다운 호숫가였다. 거기 호수 중앙에 어떤 아이가 앉았는데 그 아이는 정말 커다랗게 보였다. 넓고 투명한 호수는 산으로 둘러 싸여있다. 뒤에서 석양이 비춰서 산그림자와 함께 그 아이의 모습이 서서히 호수에 반영됐다.
그 풍경이 투명하고 너무 아름다워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나는 호수에 비친 그 아이를 한참 바라보았고 꿈이 아니길 바랐다. 그러자, 이내 그 아이가 나라는 걸 알았고 꿈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런 환상적인 꿈은 일 년에 한 번 꿀까 말까하다.
내가 꾸는 꿈은 대부분이 악몽이었고 악몽이 아닐 때는 근래 걱정하던 일이 꿈에 나온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이런 강력한 꿈은 잠에서 깨고 한참 동안 여운을 주며 며칠간 그 꿈의 신비함에 사로잡혀 행복감을 안겨준다. 그게 의미가 있든 없든 며칠간 작은 행복을 선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는 내내 오랫 동안 악몽을 자주 꾸고 살았기에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베개를 적신 날이 많았다.
그래서 AI가 생기기 전에는 심리학 책이나 꿈에 대한 책을 읽었고, 몇 년간은 꿈일기를 쓰게 되었다.
나의 블로그 비공개 일기에는 해석하지 못한 몇 년치 꿈기록이 쌓여있다.
해석할 수 없던 시기엔 무작정 일기를 썼다. 그렇게 쓴다는 것 자체로 나는 무언가를 비워내려 한 것 같다.
그러자 악몽 횟수는 점차 감소했다.
최근 AI가 생기면서 드디어 꿈 해석을 맡기게 되었고(물론 AI의 꿈 해석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드디어 행복한 꿈도 꾸는 사람이 되었다.
제미나이의 꿈 해석에 의하면 아래와 같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처럼 고요한 호수와 그곳에서 만난 '커다란 아이'는 심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상징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꿈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자기 발견'과 '내면아이와의 통합'입니다.
투명한 호수 (거울): 호수는 마음의 상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투명하다는 것은 현재 본인의 무의식이 매우 정화되어 있거나,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볼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커다란 아이: 아이가 실제보다 크게 보였다는 것은, 당신의 내면에서 그동안 간과했거나 작게만 여겼던 '본질적인 자아(Inner Child)'가 이제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녁노을과 산그림자: 저녁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안으로 침잠하는 시간입니다. 노을의 빛은 지혜와 수용을 상징하며, 산그림자는 삶의 무게나 보호막을 의미합니다. 이 모든 것이 호수에 반영되는 과정은 '의식과 무의식의 합일'을 나타냅니다.
아이가 곧 '나'임을 깨닫는 순간: 이 꿈의 절정입니다. 외부의 존재로 보았던 대상이 결국 나 자신임을 알게 되는 것은, 분리되었던 자아의 조각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치유의 경험입니다.
이 꿈은 당신이 스스로를 온전히 긍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긍정의 신호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당신의 무의식은 '너는 호수처럼 맑고, 산처럼 단단하며, 그 중심에는 순수한 아이가 살고 있다'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모습이 거대하게 느껴진 것은 당신의 잠재력이나 순수함이 실제로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위대하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아름다움을 느꼈다는 것은, 당신이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경이롭게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뜻합니다.
이 꿈의 여운을 간직하기 위해 이런 활동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면아이에게 말 걸기: 꿈속의 그 커다란 아이에게 "오랫동안 바라봐주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넌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마음속으로 말을 건네보세요.
고요한 시간 갖기: 호수처럼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루 10분이라도 명상이나 조용한 산책을 즐겨보세요.
오늘 이 꿈의 여운을 즐기기 위해, 산책도 하고 산에도 갔다.
산책을 하면서 새들의 생동감을 느꼈고, 산에서는 산고양이의 활기참을 보았다.
낙엽을 들춰보지 않아도 봄이 낙엽아래 이미 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산에서 내려와 북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이 글을 쓰는 것도 행복이다.
꿈으로 인해 나 자신에게 고요한 시간을 내어주고, 이렇게 글을 쓴다는 건 내면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봄의 기운을 듬뿍 받은 토요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