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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지만 갓생이야

평범한 30대 초반의 갓생 살기 2화

 나를 갓생의 길로 인도한 취미 운동. 그건 정말 나에겐 신의 한 수였다. 이 갓생루틴을 통해서 나는 군 생활동안 갓생처럼 살았다. 물론 훈련병부터 일병까지는 갓생루틴을 지키기 어려웠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계급이 낮을 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내가 입대했을 때는 부조리가 없어지는 추세라 나보다 먼저 군대를 간 분들보다 조금 편하게 군 생활을 했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의 개인 시간은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운동을 좋아하는 선임들도 많았기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갓생루틴인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물론 항상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시간이 나면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하지만 운동만으로 갓생이라고 할 수 없다. 군대에서 나는 하나의 루틴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공부라는 갓생루틴이었다. 물론 ‘군대에서 무슨 공부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일과시간인 낮에는 할 수 없었다. 그럼, 언제 했을까? 맞다. 밤에 했다. 잠을 자기에 바쁜데 어떻게 그 시간에 공부했을까?


 군대 선임 중 공부를 좋아하는 분이 있었다. 연등(군부대에서 밤에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하면서 자격증도 2개 정도 취득했던 분이다. 그분을 보면서 나도 생각했다. ‘상병이 되고 난 후에 나도 공부를 해야겠다.’ 하지만 무슨 공부를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떠오른 것이 바로 ‘경제학원론’을 공부하자는 것이었다. 전공하고 있는 학문을 공부하고 전역하면 복학 후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서였다. 휴가 중에 전화번호부 두께의 경제학원론 책을 가지고 들어왔고, 그날부터 노트에 적으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대학을 입학해서 책상에 앉아서 공부한 시간이 손가락에 꼽는다. 그래서 무식하게 시작했다. 약 한 달 동안 필사 공부를 하니, 언젠가부터 책 내용을 정리를 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궁금한 점을 작성하고 있었다. 


 병장이 되고 노트를 보니, 공부를 시작한 초반과 후반의 차이가 크게 났다. 내용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정리한 노트를 보면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란 건 전역 전에 그 두꺼운 경제학원론 대부분을 정리했다. 나도 놀랐다. 8개월 정도의 기간에 정리를 모두 한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전역 후에도 공부라는 갓생루틴을 계속하자는 다짐 했다. 힘든 훈련과 일과를 하면서도 8개월 동안 정리하는 능력을 길렀고, 정리한 내용을 보고 학습 내용을 복습하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어느 시점부터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복학을 한 후에는 운동과 공부라는 갓생루틴을 지키면서 생활했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가서 강의 내용을 정리했고, 배운 내용들을 복습했다. 저녁 시간에는 운동하고, 다른 일정이 없다면 다시 도서관에 가서 공부했다. 복학 직후에는 이 루틴을 통해서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다. 적응하기 바빴고, 복습해도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학기가 지날수록 이 두 갓생루틴은 나에게 체력을 주었고, 누구에게 설명해 줄 정도로 많은 학습을 할 수 있었다. 안도감을 주었던 운동 갓생루틴에 공부 갓생루틴이 더해지니 어느 정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내가 통제하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두 가지의 갓생루틴을 지키면서 생활하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씩 관리할 수 있었다. 갓생루틴는 꼭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자기만의 갓생루틴을 실천한다면 새로운 삶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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