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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지만 갓생이야

평범한 30대 초반의 갓생루틴들 1화

 2023년 올해 나는 30대이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온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갓생을 산다고 이야기한다. 왜일까? 나는 회사생활 이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인데… 모르겠다. 나에겐 익숙한 루틴의 생활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소화하기 힘든 루틴이라고 보이는 걸까? 20대부터 약 10년 동안 나는 지금의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오는 루틴.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던 대학생 시절보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지금이 이 루틴을 지키기 좋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게 구분된 일상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루틴이지만,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루틴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나의 바쁘지만 갓생루틴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대단한 일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나의 삶은 평범하지도 비범하지도 않다. 그냥 내 삶을 살고, 내 생활루틴을 지킬 뿐이다. 그럼데도 나의 루틴을 갓생이라고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을 위해 용기 내어 보겠다. 


 20대 초반, 풋풋한 시절이다. ‘갓 성인이 되었고, 고등학생이라는 공부만 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라고 할 뻔했다. 내 착각이었다. 주변 어른들, 먼저 대학에 간 선배들, 가족들까지도 대학교만 들어가면 모든 걸 할 수 있고, 자유롭다고 항상 이야기하셨다. 그런데 웬걸? 그렇지 않다는 걸 대학 입학 직후인 3주 정도 만에 알 수 있었다. 직접 시간표를 짜서 신청해야 강의를 들을 수 있고, 강의 내용은 하나도 모르겠는데 중간고사는 다가오고, 잦은 술자리에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어려웠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상 루틴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만의 생활 루틴은 있었던 것 같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지각하고, 강의를 듣고,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고, 강의를 듣고, 저녁을 먹고, 술자리로 마무리하는 루틴. 정말 악순환의 루틴이었다. 속은 항상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머리는 메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군 입대하기 전까지는 최악의 루틴으로 생활했던 것 같다. 그때를 돌아보면 후회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도 지금은 20대 초반처럼 살고 있지 않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20대 초반이었고, 처음으로 만끽하는 약간의 자유였기에 ‘그럴 수 있지’라고 인정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20살부터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첫 번째 갓생루틴이 생긴다. 바로 체중을 늘리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다. 거의 9년을 해 온 것 같다. 날마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운동하는 데 사용을 했다. 다양한 운동을 좋아했지만, 지금 1번 갓생루틴의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운동은 헬스였다.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리고, 몸이 변화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느끼는 성취감,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이게 중독인가 할 정도이니 말이다. 입대를 한 21살 때도 학교에 다니면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심지어 교양 수업도 대부분 운동을 배울 수 있는 수업으로 들었었다. 배구, 수영, 테니스, 보디빌딩 등을 말이다. 물론 운동이 추가된 것 이외에는 나의 생활에 변화는 크게 없었다. 늦잠, 지각, 수업, 식사, 술자리 20살 때 생활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거기에 운동이라는 갓생루틴 하나가 눈치 없이 끼어든 것이다. 그래도 좋았다. 엉망진창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건강에 좋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으니 말이다. 


 기억하자 갓생을 시작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행운 같은 것이다. 물론 행운인지 불행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행운을 잡는 사람은 불안함을 안고 노력해서 그것을 해낸다. 모두 그 행운을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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