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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지만 갓생이야

4화 우선 시작하면 이룰 수 있다.

 운동, 공부, 시간계획 20대 중반까지 내가 가졌던 갓생을 위한 루틴들이다. 세 가지의 갓생루틴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열심히 잘 헤쳐나갔다. 그러나 4학년, 취업을 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고, 나는 문제없이 취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입사 지원서를 쓰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의 생활은 누가 봐도 갓생이었지만, 그건 대학생 관점에서였다. 사회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취업, 대학생활에서의 갓생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성실함과 시간관리는 누구보다 괜찮았다. 다만, 직무 경험과 스펙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학교 공부만 열심히 했었기에 취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은 소홀하게 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불안해져 갔다.


 4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불안함은 속에서 커져만 갔고, 졸업 후 취업이 안되면 어쩌지라는 오지도 않은 걱정을 매일같이 가지고 살았다. 기말고사가 끝나기 전까지 나는 닥치는 대로 직무에 관련된 정보를 찾았다. 포털 검색, 취업스터디, 유튜브, 블로그, 기업 홈페이지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들쑤셨다.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었고, 대학생으로서 알만한 내용을 모두 찾았다. 하지만 불안함은 여전히 커지고 있었다. 부지런하니까 금방 취업이 될 것이라고, 주변에서 이야기해 줬지만, 항상 불안했다.


“나…… 뭘 하고 싶은 거지?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하지? 내가 회사에 입사할 수 있을까?”


 쉬면서도 이 생각은 떨쳐지지 않았다. 정보를 찾는 걸 멈추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연이었을까? 마케팅과 연관된 콘텐츠를 보다가, ‘퍼포먼스 마케팅’, ‘디지털마케팅’이라는 직무를 알게 되었다. 검색광고, 디스플레이광고, 영상광고 등 온라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고를 다루는 직무라는 것을 알았고, 당시에 많이 볼 수 있었던 광고 유형이었기에 관심은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강의를 통해서 온라인 광고시장의 성장이 얼마나 가파른지 과제를 하면서 인지하고 있었기에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무작정 ‘디지털마케팅’이라는 직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선 시작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공부하면 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시험공부를 제외하고 디지털마케팅 광고 중 가장 기초라는 검색광고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직무에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어려웠고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책으로라도 공부를 했다. 여름방학에는 인터넷 강의를 구매하여 수강하면서 직무 공부에 매진했다. 정말 맨땅에 헤딩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한 가지 갓생루틴을 더 발견했다. 바로 시작하기였다.


 그렇다. 정보만 찾았을 뿐 직무를 공부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혼자서 불안만 키웠던 것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까지 하면서 말이다. 가장 쉽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직무공부를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다. 작게라도 시작을 했다면 6개월 정도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무작정 한 시작이었지만, 시작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찾아보고, 내 머릿속에 정리하고, 차곡차곡 지식을 쌓아갔다. 실무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한심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걱정이 먼저였기에 이해한다. 그렇게 시작한 직무공부를 통해서 나는 회사에 입사할 수 있게 되었고, 그곳에서 직무와 관련된 더 넓은 지식을 쌓고 활용할 수 있었다.


 시작하기 갓생루틴은 많은 자기 계발 인플루언서들이 추천하는 방법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엇도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이라 부족할 수 있고,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고 꾸준히 하면, 언젠가 성과는 나오게 된다. 못해도 괜찮고,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시작하고, 꾸준하게 하면서, 개선해 나가면 된다. 나도 3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시작하기 갓생루틴을 다시 시작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힘들다는 핑계로 하고 싶은 일의 시작을 계속 미뤘지만, 이제는 시간을 만들어서 시작하고 있다. 그게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나에게 긍정적으로 돌아온다. 정말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면 우선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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