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 속 의미를 찾아낸 사람의 이야기
길었다.
누군가에겐 인생의 황금기일 수도 있었던 시간.
내게는 ‘정지’에 가까운 시간이었고, 대외적으로는 무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 시간을 떠올릴 때, 나는 단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살아냈다.
처음엔 괴로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감각은 사람을 무너뜨린다.
자존감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깎였다.
“지금 어디서 무슨 일 하고 있느냐”는 단순한 질문이, 마치 날 심판이라도 하듯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걸 가르친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이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 개인을 평가하는지,
그리고 그 기준들이 얼마나 자의적인지.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인생은 길고, 정답은 없다.
만약 내가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서 태어났다면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삶은 본질적으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긴 시간 직업은 없었지만,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암호화폐와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은 해도 있었고,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게임으로 생활비나 용돈 정도는 벌었다.
남들과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안다.
하지만 그 비교는 어디까지나 남의 기준에서 하는 일일 뿐이다.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건 쉽지 않다.
개인은 늘 타인과 비교된다.
“남보다 얼마나 나은가”라는 경쟁 프레임은
사람을 소모시킨다.
내가 느낀 피로는 그 비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래서 더는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간다.
남의 시선에 기대어 나를 해석하는 일은 이제 그만한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공백이라 말하겠지만,
나는 그 시간 속에서 나를 다시 세웠다.
"삶은 정답이 아닌 해석의 문제였다. 그리고 나는, 내 식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조금 느릴 뿐, 나 역시 나만의 속도로 앞으로 가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길을 멈춘 게 아니다.
다만, 조금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