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빠노”에 숨겨진 말 뜻

무심한 말속, 조용히 울고 있는 마음

by 조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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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나 웹 커뮤니티 댓글에 자주 보이는 말이 하나 있다.
“알빠노.”

처음엔 그냥 웃겼다.
뭐든 다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한테 툭 던지는 말처럼 느껴졌고,
솔직히 좀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말 줄임도 좋고, 듣는 쪽도 알아서 눈치챌 수밖에 없으니까.

근데 가만 보면 그 말, 좀 서늘하다.
애써 웃으며 던진 것 같은데 어딘가 쓸쓸한 기운이 묻어 있다.

난 확신했다. 그 말 안에, 뭔가 더 있는 것 같다는 걸.
그냥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해 요즘 사람들이 느끼는 어떤 감정이, 거기 살짝 스며있는 것 같아서.


“알빠노.” 직역하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말.
좀 더 감정을 얹으면 " 당신~ 오지랖 떨지 마세요"라는 뜻.
그리고 그 말 뒤에는 작고 조용한 방 하나가 숨어 있다.

나는 그 방을, 외로움과 자존감 사이의 복도라고 부르고 싶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묻는다.
"요즘 괜찮아?" "그 일 아직도 힘들어?"
"너 그렇게 살면 안 되지 않아?"

그 걱정이 진심이든, 간섭이든,
내가 듣는 건 결국 하나다.


“내 삶을 네가 쉽게 규정하지 마.”
“나는 지금도 충분히 잘 살고 있어.”
“그러니까... 그냥 나 좀 내버려 둬.”


그래서 한 마디로 터져 나오는 말.

"알빠노?"


그 말은 단절의 선언 같지만
사실 그 안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지금은 건드리지 말아 줘. 하지만 나를 완전히 외면하진 말아 줘.”


지친 마음이 손을 내밀기도 두렵고,
지나치게 관심받는 건 더 무섭다.


우리는 이제, 관심을 원하면서도, 간섭을 견디지 못하는 세대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마음이 조금 슬프다... 너무도 이해된다.


우리 모두 사랑이 고프면서도 사랑을 받는 방법이 서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적당히 애틋한 관심을 주고받는 일은
어쩌면 이 시대의 가장 어려운 감정 조율인지도 모른다.


젊은 세대의 "알빠노" 그 한 마디 속에는
"이해받고 싶은 마음"과
"오롯이 혼자이고 싶은 마음"이
서로 등을 맞댄 채 앉아 있다.

그러니 다음에 누군가 그 말을 뱉는다면
조금은 다르게 들어보자.


그건 관심이 아니라,
'방해받고 싶지 않은 애정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조용히 바라보는 것.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아무 말 없이, 그 말의 무게를 함께 느껴주는 것.

어쩌면 우리 세대에게 필요한 건, 말보다 조용한 사랑의 형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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