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지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멈춘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감정의 존재들에게

by 조아서
20250529_1654_Human Connection_simple_compose_01jwdggpvnf34b4an3eygk38rx.png

하루가 멀다 하고 AI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나는 점점 더 불안해진다.
글을 쓸 때도, 요리를 할 때도, 심지어 사랑의 말 한마디조차 기계가 더 잘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편해질수록, 내 존재가 조금씩 투명해지는 느낌이다.

어느 날은 글 한 문장을 쓰다 말고 손이 멈췄다.
'이 문장을 나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존재가 수천, 수만이나 존재한다면, 내가 굳이 이걸 쓸 이유가 있을까?'
그러다 문득, 내가 쓰고 싶었던 게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쓰고 싶었던 건, 그저 지금 이 마음이었다.


인간은 오류로서 존재한다.
흔들리고, 울고, 실수하고, 어설프게 사랑하고.
기계는 오류를 고치지만, 우리는 그 안에 머물며 살아간다.

잊고, 후회하고, 또다시 반복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연결되고, 이해하게 된다.


나는 여전히, 내가 느끼는 감정이라는 작은 떨림이 소중하다.
어쩌면 이 떨림이야말로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유일한 진동일지도 모른다.


기계는 지치지 않지만, 인간은 지친다.


그래서 인간은 서로를 안아주고, 위로한다.
기계는 쉬지 않지만, 인간은 멈춘다.
인간은 고요 속에서 다시 출발한다.


우리는 불완전함 속에서 존재하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가장 인간다워진다.
그러니 불안해도 괜찮다.
이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를 껴안고 있다.

AI 시대에도, 감정이라는 오류 덕분에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는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알빠노”에 숨겨진 말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