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공대에 미치지 못했는가

– K사 다큐 ‘인재전쟁: 공대에 미친 중국’을 보고

by 조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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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설계하는 사람 vs 오늘의 안정을 좇는 사람


조용히, 하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 우리 마음을 흔듭니다. 누군가는 그 바람을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는 문을 닫고 외면합니다.


세상은 지금 총칼 없는 전쟁 중입니다. 기술을 쥔 나라가 패권을 쥐고, 인재를 모은 나라가 미래를 가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전쟁 최전선에서, 묘한 두려움과 한숨을 삼킵니다. 왜 우리는 공대에 미치지 못했는가.

KBS 다큐 인사이트 '공대에 미친 중국'을 보며 느낀 첫 감정은 단순 충격은 아니었습니다. 선명한 대비였습니다. 중국의 부모들은 아이를 공대로 보내기 위해 학군을 옮기고, 주말마다 2시간 거리의 코딩학원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10살 꼬마가 꿈꾸는 미래는 'AI 창업자 량원펑'입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아이들의 롤모델은 무엇인가요? 의대. 피부과. 성형외과. 유튜버 물론 그 길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모든 인재가 그곳으로만 몰릴 때 생기는 공백이 두려운 것입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두 나라의 초상

2000년부터 과학기술의 시대라 말하면서, 우리는 정작 기술을 외면해 왔습니다. 초지능 시대가 열리고 AI가 세상을 재편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람의 얼굴을 고치고 피부를 다듬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닙니다. 그들은 '인벤티드 인 차이나'를 외칩니다. 딥시크, 유니트리, 딥로보틱스… 혁신의 무대에는 '토종 공학도'들이 주인공으로 서 있습니다. 그들은 해외 유학파도 아니고, 외국 자본에 기대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국의 정책, 교육, 창업 생태계가 뿌리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능해진 결과입니다.


한국은 지금 어떤가요. 정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세계 석학을 내보내야 하고, 연구실보다 더 환한 조명을 받는 곳은 피부과 상담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창의적인 청년들이 힘들다는 이유로 기술을 외면하고, 더 편하고 수익 빠른 길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손에는 미래 산업의 씨앗이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녹슬어가는 우리만의 무기들

한국은 인구가 많지 않습니다. 자원이 풍부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껏 우리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특유의 손재주와 눈치, 그리고 부지런함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기도 시대가 바뀌며 녹슬고 있습니다.

이제는 창의적 도전과 기술을 향한 집념이 국가의 힘이 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점점 어려운 길을 피하고, 부모는 더 빠른 결과만을 원합니다. 그 구조 안에서 '미래의 량원펑'은 자라나기 어렵습니다. 그저 남이 다 가는 길, 확실해 보이는 길만 따라가게 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었을까요? 언제부터 긴 시간의 투자보다 빠른 성과를 더 중시하게 되었을까요? 그 답은 아마도 우리가 안전함에 익숙해지면서부터일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미래는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지 않습니다.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할 때

나는 다큐를 보며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남을 것인가.

교육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의 시선이 달라져야 합니다.

기술을 만드는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돌아가야 하고, '창조하는 손'이 다시금 존중받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사회, '긴 시간 투자해도 된다'는 믿음,

그리고 '기술이 곧 국력이다'는 냉정한 자각입니다.

중국이 공대에 미쳤다고 말할 때, 인정하기 싫지만 한편으론 부럽고, 또 서글펐습니다. 그들은 미래를 보고 있었고, 우리는 오늘의 안정을 좇고 있었습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무엇에 미치느냐에 따라 10년, 20년 후 우리가 설 자리는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도, 미쳐야 할 때입니다. 기술에, 창의성에, 실패를 감수하는 도전에 미쳐야 합니다.

그것만이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에게 진짜 미래를 남겨주는 길일 테니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가장 진실된 가능성을 발견하는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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