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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책방 Mar 07. 2022

치유를 원한다면 '10분 프리 라이팅'

치유 도구(1): 치유 글쓰기

감정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감정은 나를 아프게 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의 문제는 내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관계 문제는 늘 따라다녔다. 언젠가 내 말로 상처받고 우는 사람에게 "아니! 울긴 왜 울어?"라고 화내는 답 없는 사람이었다. 직장을 거쳐가는 곳마다 상급자와 관계는 부모님 관계처럼 어려웠다. 상사가 나를 싫어할까 봐 오해하고 지나치게 걱정했다. 관계 문제의 폭탄이 터진 곳은 가정이다. 가면이 허용되지 않는 가정에서 나는 날 것 그대로 드러났다. 낮에는 화내고 밤에는 자책했다. 감정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나에게 딱 맞는 도구를 찾았다.


'10분 프리 라이팅'


딱 10분만 시간을 정하고 글을 쓰니까 부담이 없다. 항상 글쓰기 전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해 걱정했었는데 10분 글쓰기는 가볍게 생각해도 괜찮다. 의식의 흐름대로 어떤 주제로 글을 쓰든지 억압된 감정이 표출되었다. 치유를 위해 글을 쓸수록 내 속이 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글쓰기는 내 안에 괴물 같은 감정을 안전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도구다. 꺼내놓고 보면 별 것 아니다. 한 번도 표현해보지 않은 감정을 글로 적다 보면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된다. 자세히 표현할수록 감정의 정체는 괴물이 아니라 다른 존재였다. 무엇에 집어삼켜질까 두려워하고 불안에 떠는 '연약한 아이'였다.

 

그동안 글쓰기는 의식을 가지고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의식을 끌어내는 일이었다. 아내에게 성질부릴 때 내 마음은 전쟁터 같았는데 글로 써보니 사실은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아이 같았다. 어린 시절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엄마는 내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에 정서적 한계가 있는 분이었다. 엄마는 외출할 때 어린 나를 혼자 남겨두고 나가도 말없이 대문을 열고 나가기 일수였다. 내가 나가서 "엄마! 어디가!" 소리쳐야 "잠깐 앞에 갔다 올게"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엄마의 행동은 늘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 뿌리가 해결되지 않아 아내와 갈등할 때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고, 징징거리는 딸에게도 유독 화를 냈던 이유도 '투사'의 문제였다. 내가 엄마가 되고 딸을 나로 투사해서 분노를 표현했다. 엄마를 향한 분노가 약한 내 아이에게 향했던 것이다.

치유 글쓰기는 감정의 뿌리를 찾게 해 준다.


이 모든 감정의 뿌리를 찾게 해준 것은 글쓰기다. 내면아이 치유는 어린 시절 미해결 된 과제를 지금 다시 풀어내는 일이다. 지금 일상에서 일어나는 관계 문제는 나의 풀리지 않은 감정과 욕구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문제를 겪을 때 나의 감정과 욕구를 구체적으로 글로 표현할수록 감정이 치유된다. 이런 점에서 치유 글쓰기는 감정의 뿌리에 도달하도록 도와준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사는 모습, 내 속에 있는 추한 모습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받아들여야 치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기억이 떠올라 과거의 진실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라는 책에서는 '치유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을 정직하게, 뿌리까지 낱낱이 이해하고 깊게 껴안는 작업이 바로 치유 글쓰기의 과정이다."
-박미라,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p.6-


치유 글쓰기는 화려한 기법보다 생생한 경험에서 나오는 솔직함이 매력이다. 글 속에 보이는 나를 있는 그대로 깊게 껴안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치유 글쓰기다. 우리는 자신의 뿌리에 있는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서 문제를 만나면 쉽게 회피하려 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문제를 똑바로 응시하도록 이끈다. 치유 글쓰기는 내 감정을 지도처럼 펼쳐줘서 현재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서부터 왔는지 좌표를 차분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내가 브런치 작가를 시작한 이유는 이제 더 이상 관계 문제에 도망다니지 않고 내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책임지기 위해서다. 감정을 억업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 나는 어린 시절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작가의 정체성은 가장 나답게 살게 해주는 페르소나다. 글쓰며 살면 메타인지 능력은 기본이다. 내가 매주 목요일 정기발행을 지키는 이유는 정말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생존책방의 셀프치유 TIP] : '10분 프리 라이팅'

1. 10분 동안 타이머를 맞추고 글을 쭉 써 내려간다.
2. 글 속에서 강렬한 감정을 찾는다.
3. 내가 찾아야할 감정의 뿌리로 인식한다.
4. 감정의 뿌리를 찾아 그 감정을 충분히 느낀다.
5. 내가 느낀 감정을 최대한 자세하게 말과 글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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