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존책방 Mar 28. 2022

남편을 변화시켜준 '아내의 태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해준 아내

"제발 그만 좀 해! 내가 언제 그랬어!
왜 이렇게 만족을 못해!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아내에게 속에 있는 감정을 몽땅 쏟아낸 적이 있다. 미쳤나 보다. 반복되는 싸움을 그만하고 싶었다. 나는 잘못이 없는데 아내가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피해자가 된 것처럼 말했다. 당시 아내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나는 내 감정이 더 중요했다. 참지 않고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단단히 미쳤었다. 아내는 말없이 듣다가 주체하지 못하는 눈물을 흘리며 꾸역꾸역 말했다.


"여보. 나도 여보를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지 모르겠어. 자꾸 사람을 밀어내잖아.

여보. 그래도 나는 여보를 용납해볼게. 여보 속이 얼마나 시끄럽고 불안하면 매일 이러는지 안쓰러워."


아내를 통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하다


낯설었다. 내 존재 그대로를 수용받는 기분을 처음으로 느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이런 기분일까? 본인도 어려우면서 나를 먼저 용납해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내 눈에도 뜨거운 눈물이 흘렀고 어느새 나는 아내에게 안겨 엉엉 울고 있었다. 아내는 내 행동만 문제로 보지 않고 스스로 불행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바라봐줬다. 이 날의 경험은 변화를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을 준다. 사람이 변하는 건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으로 변하는 것을 확실히 배웠다. 사람은 잔소리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용납해줄 때 변한다. 변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옳은 소리를 못 들어봤기 때문이 아니라 용납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방법을 책으로 아무리 읽는다고 해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아내와 아이들에게 화를 조절하지 못한 이유는 내 속에 있는 고통이 드러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기에는 수심 깊은 바닷속에 한없이 빠져버릴 것 같았다. 아내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태도가 내 생각을 전환시켜줬다.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드러내도 괜찮겠구나?' 속을 숨기기 위해 예민하게 방어하며 사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다. 내 안에 있는 억압된 감정은 분노, 비난, 죄책감, 두려움, 수치심이다. 익숙한 감정들이지만 이제는 나에게 불필요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억압된 감정을 하나씩 풀면서 활기가 생기고 얼굴도 점점 밝아진다. 20대 사진 속 내 얼굴을 보면 '나 까칠해!'라고 쓰여 있는 것 처럼 생겼다.

아내 한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아내 한 사람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하면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성공한다 해도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과 함께 내 변화의 원동력은 '가족'이 되었다. 가족에게 단순히 경제적 책임만 다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책임'을 다해야 가장이다. 아내에게 '남편'으로, 아이들에게 '아빠'로 만족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내면 아이'를 셀프 치유하며 관계 문제의 모든 시작과 끝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문제'에서 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내 안에 사랑을 만들어낼 샘'을 만들어야 한다. 이 샘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 때 만들어진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마르지 않는 샘'이 된다.


"우리는 저마다 우리 자신의 모든 경험에 책임이 있다."
                                                                           -'루이스 L. 헤이' <치유>, p.16-


사람은 저마다 믿음에 맞는 경험을 반복하며 인생을 살아간다고 한다. 내가 결혼하고 부모님처럼 부부싸움을 하며 살게 된 이유는 내 믿음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가 믿는 대로 생각하고 경험을 만들어낸다. 부모가 날 대한 방식대로 나 자신을 비하하고 소중하지 않게 대하니까 아내와도 잘 사는 것이 어려웠다. 변화를 하기로 결심해도 '나 자신이 정말 변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아직도 들지만 잘못된 믿음을 교정하기로 했다. '나는 반드시 변할 것이며, 가족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루이스의 말처럼 생각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므로 변하고자 한다면 변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이유는 살던 대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시를 세우지 않아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