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처음 만난 날 나와 다른 밝은 에너지에 끌렸다. 나는 내향적, 아내는 외향적이다. 본능적으로 아내의 밝은 에너지가 내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아내에게 사랑받는다고 강렬하게 느끼는 순간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로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주고 간식을 챙겨줄 때다. 먹을 것에 큰 흥미가 없지만 나를 대하는 부드럽고 따뜻한 태도를 통해 사랑을 느낀다. 내가 아내에게 원하는 태도는 나의 내면아이가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자신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할 줄 모른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보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인정해준다. 적어도 억대 연봉은 되어야 하며, 가족에게 건강한 정서적인 돌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건을 충족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자신을 학대하게 된다. 아내는 나를 기준없이 편하게 대해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줬다. 아내를 통해 내가 정말 원했던 욕구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2.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점검해야 한다.
가족들에게 "~할 수 있다"는 말보다는 "~해야 한다"는 언어로 자주 말한다. 질문보다 명령조가 많다. 말투나 눈빛이 날 선 검처럼 차갑다. 아이는 날 어떻게 느낄까? 사회생활할 때 주눅이 들고 자신이 완벽해야 받아줄 것이라는 강박이 생길 것이다. 아이 마음은 '날 좀 그대로 바라봐주세요!' 라는 마음이 아닐까? 내가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곧 나를 대하고 있는 태도다. 내면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다면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들여다봐야 한다. 나는 자신에게 '더 충분해야 해!, 아직 부족해!, 더 노력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 아이처럼 나의 내면아이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날 좀 그대로 바라봐줘요!'
3. 불편한 감정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
내면아이의 소리를 듣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기억나지 않아도 괜찮다. 내면아이의 소리는 지금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면아이는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 나를 지배하고 있는 감정을 통해 말한다. 나의 경우 두려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나의 미래는 괜찮을까?', '아내가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등 '~할까 봐' 걱정한다.
내면아이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부모로서 행동해줘야 한다. 첫째 아이가 치과 가기 두려워할 때였다. 딸을 달래주기 위해 두려운 감정을 공감해주며 대화를 나눴다. "지금 네가 느끼는 두려움 크기가 얼만큼 느껴지니? 손으로 표시해볼래?" 딸은 두려움을 어깨넓이 보다 크게 그렸다. "와~ 네가 정말 무서워하고 있구나? 그런데 두려움은 진짜 살아있지 않아. 사실 두려움은 이만큼 작아." 나는 두 손가락을 이용해서 아주 작게 두려움의 크기를 보여줬다. 딸은 치과 진료를 받기 전에 많이 울었지만, 치료에 들어가면서 울음을 멈췄다. 치료가 끝나고 딸에게 지금 두려움의 크기에 대해 물었다. "치료를 받고 나니까 두려움이 얼만큼 크기였어?" 아이는 집게처럼 손을 오므려 표현했다. "와! 그랬구나! 다음엔 얼마큼만 걱정하면 될까?""아주 조금만 걱정해도 되겠어요." 나의 내면아이에게도 말해주기로 했다. "너무 두려워하지마. 두려움은 허상이야. 네가 생각하는 두려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내가 항상 옆에서 도와줄 거야!"
내면아이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는 억압된 감정이 풀어져야 일상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충족되지 못했을지라도 괜찮다. 어쩔 수 없는 어린 시절이었지만 '선택권'은 지금의 나에게 있다. 내가 직접 자신의 새로운 부모가 되어 먼저 말을 걸어주면 된다. 귀 기울이면 늘 외치고 있었던 내면아이 소리가 들릴 것이다."나를 좀 알아봐줘 제발!"